- 우 투더 영 투더 우, 동 투더 그 투더 라미 -
차곡차곡 추억
다림질을 하다 텔레비전을 켰다. ENA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하고 있었다.
난 드라마를 그리 많이 보지 않는 편이다.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한 번 빠지면 그 감정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 때가 있어서다. '미스터 선샤인'도 그랬고 '스물다섯 스물하나'도 그랬다. 그러고 보니 둘 다 김태리 주연의 드라마네. 내가 아주 좋아하는 배우다.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순수함과 털털함이 느껴져서랄까.
아무튼~ 재작년 난 이 드라마에 빠져 있었다. '이상한' 이라기 보단 '보통 사람과 조금 다른'으로 바꿔 해석하련다. 아이의 재수기간 중 귀하게 얻은 일주일간의 방학기간 우린 귀한 드라마를 보며 힘든 시간을 귀하게 보냈었다.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 우영우의 천재적인 지식과 평범하지 않은 문제해결력을 보여주며 자폐증상이 있어도 이러한 직업을 가질 수 있고 헤쳐나갈 수 있음을 세상에 당당하게 알리는 드라마라 생각했다. 당시 눈물 흘리며 웃었다.
2년이 지난 지금 흐린 날 오전 그때의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게다가 우영우의 심리와 감정선을 살리는 무미건조한 듯한 눈빛에도 빠져든다. 뛰어남 뒤에 가려진 그래도 나는...이라는 장벽, 거기서 느끼는 허무감, 슬픔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밝고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는 우영우 인사법! 꽤 시간이 흘러 다시 봄에도 참 진지하고 경쾌하고 재밌다. 친구 동그라미와 주고받는 이 인사는 내 웃음코드이기도 했다.
"우 투 더 영 투 더 우"
"동 투 더 그 투 더 라미"
"핫"
독특한 이 인사법은 어찌 보면 우영우가 우리를 향해 세상을 향해 겁나지만 용기 있게 다가가는 한 걸음이라 느껴진다. 친구 동그라미와 함께.
결이 조금 다르긴 하나, 3년 정도 발달장애를 가진 화가에게 귀 기울여 잘 듣고 자연스레 얘기하는 법을 알려준 적이 있다. 아니 그보단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잠시 내가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고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난 본업은 일본어강사이지만 스피치강사이기도 해 이 친구를 만났었다)
그 친구 역시 처음엔 인사를 잘하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고 나서 알게 됐다. 잘 못한 게 아니라 무척이나 힘들어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인사하는 방법부터 같이 연습했다. 늘 밝게
"하이~**씨 오늘은 뭐 그렸어요?"라고 운을 뗐었다. 포인트는 한 옥타브 높게 정확한 발음으로 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귀에 쏙쏙 들어온다. 처음엔 애써 외면하며 쑥스러워했으나 점점 조금 과한(?) 내 텐션에 반응해 주고 따라해 줘 참 많이 고마웠었다. 오늘따라 생각나네. 그 친구는 잘 살고 있겠지~
인사라는 게 그렇다.
만나자마자 본론을 얘기하긴 여간해서 쉽지 않고 뭣보다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으니... 대화의 물꼬를 틀 가벼운 뭔가가 필요하다. 그게 바로 인사라는 생각이 든다. 상대가 누가 됐건 너와 내가 빗장을 풀고 마음을 여는 덴 인사만 한 것이 없는 것 같다.
눈 뜨면 내 옆에 있는 가족에게, 수강생들에게, 경비아저씨에게 오늘은 장마이야기로 인사를 건네보련다.
그나저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2>는 언제 하는 거지?!
*오늘의 단어는 인사 あいさつ(아이사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