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면서도 채용공고를 검색하는 이유

초보 센터장 일기 #15

by 채돌이아빠

여의도에서 근무하던 시절, 힘들고 불안했던 내 마음을 잠시라도 달래주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채용공고를 검색하는 일이었다.


정작 이력서를 내거나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혹은 사무실 화장실 칸에 앉아 '지금 여기가 아니어도 내가 먹고살 길은 있다'는 걸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나에게 채용 공고 검색은 일종의 마약 같은 도피처였다.

비상구가 열려 있다는 걸 확인해야만 다시 힘겨운 사무실 내 자리로 돌아갈 힘이 생겼으니까.


최근 센터장이 되고 나서 다시 그 습관이 도졌다.

사실 이직한 지 불과 몇 개월 되지 않았기에 지금 당장 어딘가로 옮긴다는 건 스스로도 용납이 되지 않는다. "고작 1년도 못 버티고 도망친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평생 후회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나를 붙잡는다.



얼마 전, 내 안색을 살피던 동료가 진지하게 말을 건넸다.


"너무 힘들어 보여요. 회사보다 본인의 행복과 가족이 먼저예요. 책임감 때문에 스스로를 너무 괴롭히지 마세요. 포기한다고 해서 도망자가 되는 건 아닙니다."


고마운 조언이었지만, 나는 오늘도 버텼다.

1년도 채워보지 않고 '못 하겠다'고 말하는 내 모습이 도저히 납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직을 해보고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이직은 실력보다 '운'의 영역이 크다는 것. 같은 회사라도 어떤 부서에서 누구와 일하느냐에 따라 만족도는 천차만별이다.


채용 사이트의 평점과 후기가 아무리 좋아도 직접 발을 들여놓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이직은 결국 그런 거대한 리스크를 감수하는 도박과 같다.



그걸 너무 잘 알면서도, 나는 오늘도 습관적으로 채용 공고를 검색했다.


당장 떠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저 이 좁은 사무실이 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이 어딘가에 분명 존재한다는 걸 확인하며 마음의 안위를 얻고 싶을 뿐이다.


이 미련한 책임감이 나를 어디까지 데려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언제든 나갈 수 있다'는 그 작은 위안 하나로 오늘 하루를 또 꾸역꾸역 버텨냈다.




화려한 수식어보다 담백한 진심을,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서 자라나는 마음을 기록합니다. 오늘도 어제보다 한 뼘 더 단단해지는 삶을 꿈꿉니다.

월, 화, 수, 목 연재
이전 16화5년전 내가 육아휴직을 썼던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