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센터장 일기 #14
가끔 예전 기록을 들춰본다. 5년 전, 첫째 아이 육아휴직을 하며 적어둔 글을 다시 꺼내 봤다.
그때의 나는 참 비겁했다. 평택 근무지에서 아이가 응급실에 갔다는 전화를 받고 인천까지 달려가는 내내, 아이 걱정보다 회사 눈치를 먼저 봤다. 간신히 반차를 쓰고 다녀온 다음 날, 누군가 내게 툭 던졌다.
“애 아빠가 너무 유난 떠는 거 아니냐.”
그 말이 참 오래 남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남들이 뭐라든 그냥 유난스러운 아빠가 되기로. 아이 앞에서 더는 비겁해지고 싶지 않아 선택한 게 나의 육아휴직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휴직은 생각보다 더 소중했다.
아이의 첫 걸음마를 내 눈으로 직접 본 기억은 지금도 큰 힘이 된다. 잠시 일에서 멀어져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했던 그 '쉼표'가 내 인생에선 참 의미 있었다.
5년이 지난 지금, 나는 어느덧 센터장이 되어 있다.
일요일 오후면 월요일의 압박감이 밀려오고, 수많은 변수를 책임져야 하는 40대 직장인이다.
예전 글을 다시 읽으며 깨달았다. 5년이라는 시간과 '센터장'이라는 직함이 생겼음에도, 나는 여전히 같은 지점에서 서성이고 있다는 것을. 회사가 요구하는 헌신과 가족이 주는 온기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서툴고 버겁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도 다시 보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 세상의 중심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센터장이라는 자리가 주는 무게감보다, 퇴근 후 마주하는 가족의 얼굴이 내게는 훨씬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일기가 다시 일깨워줬다.
어쩌면 이 두 세계 사이의 정답은 평생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나를 이기적인 센터장이라 비난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상관없다.
완벽한 직장인이 되지 못하더라도, 가족이라는 당연한 우선순위를 지켜내는 아빠로 남고 싶다.
그거면 충분하다.
화려한 수식어보다 담백한 진심을,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서 자라나는 마음을 기록합니다. 오늘도 어제보다 한 뼘 더 단단해지는 삶을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