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센터장 일기 #13
요즘 출근길에 마주하는 제일 큰 변화는 엘리베이터에서 등교하는 아이들을 많이 본다는 점이다.
11년 넘게 항상 새벽 6시면 출근길에 나서던 예전과 달리, 8시 조금 넘은 시각에 출근하는 요즘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부모와 함께 등교하는 아이들을 거의 매일 만난다.
아이들을 살펴보면 다들 피곤한 듯한 표정이고, 때론 휴대폰만 보는 이미 지친 아빠들도 자주 보인다. 아마 집에서 아침부터 등교 준비시키느라 이미 에너지가 다 소진되었을 거다.
11년 넘는 시간 동안 보지 못했던 이런 모습들을 보면, 나는 속으로 정말 부럽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내가 안정된 직장 환경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가족과의 시간이었다.
퇴근 후 고작 2~3시간 정도의 제한된 순간만을 아이와 함께해오던 나로서는, 아침 등교라도 내가 해주면서 조금이라도 더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다.
그동안 느껴왔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아이와 교감하고 싶은 나로서는, 함께 등교하는 엘리베이터 안의 다른 가족들이 참 부러웠다. 물론 아이가 아직 어리다 보니, 9시 이후에 등원하는 우리 아들은 내 출근 시간과 맞지 않아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다.
아이가 좀 더 커서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쯤 해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하지만 이게 왠걸..
최근 갑작스레 회사 근무지의 부동산 계약 종료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사실 마음이 좀 많이 혼란스러운 상태다.
근무지 이전 가능성을 처음 접했을 때는 솔직히 정말 짜증이 많이 났고 답답했다. 11년 넘는 기간 한 회사에서 자리 잡은 환경을 벗어나 오로지 가족과 지역을 우선순위로 두고 결심한 도전이었는데. 또다시 내 의지와 상관없는 이슈로 이전 가능성이 생기다니.
그때 와이프가 나를 많이 다잡아주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하지 말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에 스트레스받지 말자”
그 말을 듣고 보니 인생은 항상 내가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요즘 다시 많이 느낀다. 내 완력으로 어떻게든 벗어나겠다는 어리석은 생각보다는, 그저 주어질 상황을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다. 대신 그 에너지를 아껴서 매일 하루하루 삶의 질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
순간순간 부정적 생각이 때로 나를 사로잡기도 하지만,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엄청난 행운의 순간도 찾아온다고 굳게 믿기에.
화려한 수식어보다 담백한 진심을,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서 자라나는 마음을 기록합니다. 오늘도 어제보다 한 뼘 더 단단해지는 삶을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