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센터장 일기 #12
1박 2일간의 출장은 생각보다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나만의 페이스를 찾기도 전에, 회사가 요구하는 사업 구조와 방식에 나를 어떻게 끼워 맞춰야 하는지에 대한 주입식 설명만 잔뜩 듣고 왔다.
나란 사람의 고유함, 나의 성향, 지난 10년 넘는 경험이 빚어낸 '나만의 방식(My Way)'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이 조직에서 살아남지 못한 이들의 실패 사례와 본사가 정답이라 부르는 성공 사례들만이 허공을 메웠다.
집으로 올라오는 길, 마음은 찝찝했고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이 조직이 정말 나에게 맞는 옷인가'라는 근본적인 의구심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맞지 않는 옷에 나를 억지로 구겨 넣으려 마음을 쓰다 보니, 정작 써야 할 곳에 써야 할 에너지는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주말 아침, 멍하니 생각에 잠긴 내 모습을 보던 아내가 조언을 건넸다.
"오빠는 오빠만의 방식이 있을 거야. 남들의 시선에 너무 얽매이지 마."
그러더니 아들이 어제 읽던 책 한 권을 내밀었다.
"어제 아들이랑 본 책인데, 지금 오빠한테 더 필요해 보여. 한번 읽어봐."
책 제목은 [현아가 후회한 이유는?]이였다. (아람북스 출처)
내용은 단순했다. 친구들이 다니는 학원이 부러워 엄마를 졸라 온갖 학원을 섭렵하던 현아가, 정작 너무 바빠진 일상에 지쳐 "엄마, 나 학원 안 가면 안 돼요?"라고 묻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책 속의 엄마는 현아에게 이렇게 말하며 책은 끝난다.
"남의 말에 휘둘리다 보면, 결국 후회할 일이 생기기 마련이야."
아들의 동화책 한 권이 1박 2일간의 출장보다 더 큰 울림을 줄 줄이야.
가만히 생각해보니, 출장 기간 내내 조직의 논리에 둘러쌓여 있느라 정작 '나'를 잃어버렸던 것 같다. 조직이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에 부합하지 못할까 봐 스스로를 검열하며 스트레스받았던 시간들이였다.
회사는 결국 서로의 필요로 맺어진 계약 관계일 뿐인데, 나는 왜 나 자신을 위하기보다 회사에 맞추기 위해 이토록 나를 괴롭혔던 걸까. 어린 현아의 후회 섞인 질문이 내게 답을 주었다. 이제 그만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히는 일은 멈춰야겠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 본다.
화려한 수식어보다 담백한 진심을,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서 자라나는 마음을 기록합니다. 오늘도 어제보다 한 뼘 더 단단해지는 삶을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