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필터 중딩일기 8.

2005년 1학년 1반

by 흰머리소녀

✿ 3월 4일 세원 “실장 선거”

7교시 때 실장 후보를 정했다. 기호 1번은 희라, 2번은 혜란, 3번은 수빈, 4번은 우수. 나는 누구를 뽑을지 고민이다. 하지만 실장은 우수가 될 게 뻔한 사실이다. 남자 애들은 다 우수를 뽑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자 후보는 3명이라서 여학생 표는 다 나뉠 것이다. 우수가 실장, 부실장은 여자 셋 중에 한 명. 이렇게 될 것이다.

❁ 쌤

정말 그럴까?

대표를 뽑는 일은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야.

잘 못 뽑으면 그 책임은 결국

투표를 한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거야.

누가 더 책임감 있게 우리 반을 이끌 수 있을지

고민하고 선택했으면 좋겠다.

실장 선거 전에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다시 한번 이야기해야겠다.





✿ 3월 14일 선찬 "화이트데이"

화이트데이다. 아침에 교실에서 놀다가 사탕을 우리 반에게 나누어 주었다. 갑자기 정희라가 내 책상 쪽에서 기웃거리더니 무언가를 찾는 듯한 눈빛이었다. 내가 그래서 "야!!!"하고 소리치니까 깜짝 놀라 도망쳤다. 8개 중 2개를 가지고 튄 것 같다. 유력한 범인일수도 있다. 내가 안 보이는 사이에 가지고 갔기 때문이었다. 이제부터 사탕을 다 먹어 치워 버려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쉬는 시간마다 1개씩 사라져 갔다. 이제는 화이트데이 때 꼭 정희라라는 사람과 같은 반이 되지 안아야겠다.

❁ 쌤

못 말리는 희라.^^

꼭 사탕이 먹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장난 치고 싶은 거.... 아닐래나?^^

너그러운 선찬이가 좀 봐줘라.





✿ 3월 15일 남영 “기술가정 시간에 생긴 일”

성과 이성교재를 배웠다. 수현이는 얼굴이 달아오르고 혼자 좋아했다. 혹시 이상한 상상을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 반 남자 중 여자 같은 아이는 김선찬이다. 그리고 우리 반 여자 중 남자 같은 사람은 노수현이다. 김선찬은 조심스럽게 “아니에요~ 아니에요~”라고 했다. 그런데 수현이는 터프하게 “아니에요~! 아니라고요~!!”라고 해서 정말 웃겼다.

또 sexy라는 말이 나왔는데, 난 그냥 그랬는데 수현, 우수, 윤규, 성혁 등.... 애들이 많이 쑥스러워하면서 얼굴이 빨개졌다. 수현이는 아직도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완전 남자다.

기술가정 시간에 정말 웃겼다. 하지만 수현이는 행복했을 것 같다.

❁ 쌤

(다른 때와는 달리)선생님 설명 들으랴

친구들 반응 살펴보랴...

다들 바빴겠구나.

모처럼 활기찬 기가시간이었겠군.

남영이가 뭘 말하고 싶은지는 잘 알지만

여자는 수줍어하고, 남자는 활달하고...

이런 고정관념이 좀 아쉽긴하다.

그건 남녀 차이가 아니고 사람의 성격 차이란다.





✿ 3월 23일 지수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3년이나 짝사랑했다. 근데 그 아인 나에겐 아무 관심도 없고 다른 애만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옆반의 이*&씨다. 난 이*&씨가 너무 귀엽다. 눈도 크고, 키도 작고.... 난 귀여운 스타일을 좋아한다.

정표야! 너 너무한다는 생각 안 들어?

내가 3년이나 쫓아다녔으면 사귀기라도 해야지 희라만 좋아하고...

나 삐졌어~ 뿡뿡뿡~~ 정표 미워요!

헉! 그 꼬맹이 정표를 좋아한다고라?

지수가 그렇게 오래 마음을 써왔다는 게 더 놀랍다.

근데, 하필이면 왜 그앨 좋아하니?

어차피 이루어질 것도 아닌데

나처럼 권상우나 윤계상을 좋아하지.^^





✿ 4월 26일 승현 “이상한 날”

새벽이다. 나는 아주 치욕적인 꿈을 꾸었다.

학교였다. 최성혁하고 나 그리고 서은희가 있었다. 최성혁이 서은희를 울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서은희를 내가 안으면서 달래고 있던 것이었다. 정말 저질스러워서 5시 50분에 깨어났다. 거의 악몽과 같은 꿈이었다. 학교에서 서은희 볼 면목이 없었다.

❁ 쌤

이런 꿈을 꾸면 하루 종일 마음이 불편해질 수 있겠다.

하지만 꿈은 꿈일 뿐!

승현이가 어떤 사람인지까지 말해 주는 건 아니야.

괜히 혼자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 6월 4일 성혁 “짜증 난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집에 왔다. 그런데 현관에 신발이 많았다. ‘손님이 왔나?’ 생각하며 들어가 보니 김혜란, 오민경, 정희라 셋이서 우리 집에 와 있었다. 아~~ 진짜 짜증 났다. 또 성적표 나왔다고 일러바쳤다. 기분 좋게 집에 왔는데 정말 짜증 났다. 컴퓨터를 하고 엄마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갔다. 정희라는 전기밥솥에 있는 밥을 다 먹고 갔다. 돼지! 이젠 끝장이다.

❁ 쌤

성혁이도 없는 성혁이네 집에 가서

엄마랑 같이 얘기 나누고(성적표 이르고)

밥까지 싹싹 먹어치운 배짱 보소!

여걸들이군.

성혁이 엄마가 품이 넓으신 분이란 건

확실히 알겠다.


사본 -유월 095.jpg







이성에 관심을 가장 많이 표출하는 시기는

중학교 1학년 무렵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관심은 더 커지지만.

이 시기는 그 마음을

아직 제대로 숨기지 못한다.


걸핏하면

남학생과 여학생으로 나뉘어 다투고,

누가 누굴 좋아하는지

매의 눈으로 지켜보다가

알아내면 동네방네 소문을 낸다.

좋아하는 사람도, 미워하는 마음도

생각보다 빨리 바뀐다.


몸이 자라는 속도를

마음이 못 따라가는 시기랄까?


그 어긋남 때문에

서툴고, 과하고,

그래서 더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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