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학년 1반
✿ 3월 17일 승학 "서러움"
나는 서럽다. 형한테 밀려 서럽다. 오늘 아침에 형한테 "어? 형 이거 엄마가 형 줬어?" 물어봤더니 형은 "응."이라 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엄마에게 드린 사탕이었다. 난 가슴에 총을 맞은 것 같았다. 그래서 그대로 누워 잤다. 축구를 갔다 온 후 밥을 먹고 오렌지를 먹는데 엄만 내가 먹고 있는 거 뻔히 알면서도 쟁반째 들고 형아에게 갖다 줬다.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형은 나보다 말썽은 더 부리는데 왜 엄만 나보다 형을 더 이뻐할까? 분명히! 내가! 집도 치우고, 엄마가 빨래 널어놓으면 걷어서 개고 다 하는데.....
나는 그냥 일 부려 먹으려고 낳은 것 같다.
❁ 쌤
승학아. 이런 말이 있잖니.
'미운 자식 오렌지 하나 더 주고 이쁜 자식 매 한 대 더 때린다.'^^
부모님은 사고 치는 아들이
미우면서도 안쓰러워서 그러시는 거야.
'에휴... 저것이 언제 사람 구실을 제대로 하려나... 오렌지라도 먹여야지...'이렇게.
결론, 둘 다 사랑하시는 거지.
꼭 이렇게 얘길 해줘야 아니?^^
✿ 3월 19일 승학 "밥"
학원을 다녀와서 아빠, 형과 함께 밥을 먹었다. 아빤 밥을 먹다가 갑자기 "아빠 저녁밥만 3끼째다."라고 하셨다. 형아와 난 빵 터졌다. 아빤 정말 엄청 맛있게 드셨다. 나도 아빠처럼 맛있게 먹으려 해도 아빠를 따라잡을 수 없다. 형이랑 나랑 함께 옹기종기 딱 붙어서 밥을 먹었다. 아빤 옆에서 코칭을 했다. "김이랑 같이 먹어!", "김치도 먹고!" 난 아빠가 먹으라는 대로 먹었다. 아빤 정말 재미있다. 오늘 저녁 식사는 정말 재밌고 맛있었다.
❁ 쌤
아... 나도 숟가락 하나 들고 가서 끼고 싶다.
옹기종기 붙어 앉아서,
아빠가 먹으라는 대로 "넵!" 하면서 같이 먹고 싶다.
행복한 밥상이네.
밥 먹으면서 웃는,
승학이네 가족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 3월 20일 안승 "아침이 싫어"
아침에 엄마가 "안승! 일어나!"라고 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죽은 척하기 위해서다. 나는 그 정도로 아침이 정말 싫다. 아침에는 내가 하기 싫은 게 정말 많다. 이불 개고, 밥 먹고, 책은... 안 읽고.ㅋㅋ
이것들이 나의 상큼한 아침을 바꾼다. 하지만 기분 좋은 아침도 있다. 바로! 토요일, 일요일 아침은 정말 좋다. 토요일, 일요일엔 항상 아침 운동을 한다. 그만큼 기분이 좋은 날이다.
ps. 아오 힘들어...
❁ 쌤
엄마가 곰이니? 죽은 척하게.
읽는데 순간 웃음이 쿡 터짐.
물론 어이없어서지...
✿ 3월 21일 예슬 "막내 동생 예원♥"
집에 돌아와서 산책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언니~~!"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 집으로 뛰어가봤더니 예진이가 때려서 예원이가 울고 있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팅팅 부어서 눈이 안 보일 정도였다. 난 우리 막내 때문에 이 세상을 살아간다. 예원이가 나의 활력소인데 울고 있는 예원이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예원이가 몸이 건강하지 않으니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다치지 않고 씩씩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언니로서 동생들을 잘 돌보고, 힘들 땐 방어해 주고, 스스로 모든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내 마음속의 작은 소원이다. 이것밖에 없다. 예진이도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물론 아직 어린 예진이한테도 많이 미안하지만.
❁ 쌤
아유~ 예원이한테 질투 난다.
이렇게 사랑해 주는 언니가 있으니 얼마나 든든할까...
우리 예슬이 소원대로 예원이 튼튼하게, 씩씩하게 잘 자랄 거야.
✿ 4월 1일 현선 "나만 미워해"
밥 먹으려고 앉는데 아빠가 깻잎이랑 김치 가져오라고 해서 깻잎만 꺼내서 올려놓았다. 그리고 앉아서 앞에 된장국이 있어서 먹으려니까 동생이 자기 거란다. 그리고 반찬에 달래가 있으니까 아빠가 달래는 살살 달래가면서 먹어야 된다고 해서 내가 빠르게 "응"이라고 했다. 할머니가 해주신 콩자반을 보고 아빠는 "우리 엄마가 해준 거야."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달래 보고 "우리 엄마가 해준 거야."라고 했다. 다 먹고 방에 와 누워있으니까 "현선아 딸기 씻어라." 왜 하필 그 많은 4명 중에 방에 누워있는 나를, 두 번이나 부르다니... 그래서 나는 싫다고 분명히 말했다. 부모님 말씀에는 순종하라는데 이건 아닌 듯싶다.
진짜 복수할 거여.
❁ 쌤
엄마도 나만 미워해.
아빠도 나만 미워해.
동생도 나만 미워해.
친구들도 나만 미워해.
누가 봐도 중2 일기네.
북한이 무서워서 못 쳐들어온다는 그 중2.
그림이 그려진다.
방 안에서 혼자 씩씩 거리고 있는 네 모습. ^^
나중에 커서 이 일기 보면 웃게 될 거야.
물론 지금은 절대! 동의할 수 없겠지만.
(마지막 '복수할거여.'에서 빵 터짐.ㅋ)
✿ 4월 2일 도희 "엄마, 아빠"
오랜만에 아빠가 오셨는데 엄마가 화를 내셨다. 우리도 안 싸우는데 엄마 아빠가 왜 싸우는 건지... 아빠가 저녁 늦게까지 밥도 안 드시고 돌아다녀서 그런 것 같다고 완희형이 말했다. 탐정이 된 기분이다. 엄마는 허리 디스크인데 허리가 더 아프다고 했다. 병원에서 엄마가 허리 디스크라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엄마가 울었다. 그때는 어려서 나도 같이 울었다.
암튼 엄마랑 아부지는 화해하셨다.
병아리들처럼 왜 그러시는 걸까...
❁ 쌤
도희 엄마 아빠는 참 철도 없으시다.
서로 사랑하면서,
보고 싶었으면서 싸우기나 하시고. 그치잉?
엄마 아빠를 '병아리들처럼'이라고 표현하는 애는
너밖에 없을 거야.
그래서 네가 좋더라. ^^
✿ 5월 9일 예슬 "아빠와의 시간"
아빠가 오실 거라고 해서 들떠 있었다. 어버이날에 아빠에게는 카네이션을 달아드리지 못해서 늦게라도 달아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4시 정도에 아빠가 오셨다. 그런데 내가 한눈 판 사이에 아빠가 전주로 쌩~ 가버리셨다. 난 화가 나서 아빠에게 전화해서 "아빠! 어디예요? 인사라도 하고 가지 왜 그냥 가!"라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아빠에게 죄송했다. 다시 전화를 드려서 다음엔 꼭 진지 드시고 가야 된다고, 그리고 난생처음으로 "사랑해요, 아빠."라고 말을 했다. 그랬더니 아빠도 사랑한다고 했다. 그제야 화가 스르륵 풀렸다.
❁ 쌤
아빠 나쁘다!
예슬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그렇게 금방 가시다니. 것두 인사도 없이.
내가 다 서럽네.
그 와중에 아빠에게 화낸 것이 맘에 걸리는구나.
예슬이가 화를 냈어도
그게 사랑의 다른 표현임을 아빠도 아셨을 거야.
정 많은 우리 예슬이...
2013년
전주시 인근에 있는
학년 당 2학급인 작은 학교.
1학급 20명 정도의 아이들과 함께 했다.
부모님과 함께 지내는 아이들,
부모님 중 한 분이 타지에서 일하는 아이들,
조부모님하고 같이 사는 아이들
- 가족의 형태는 다양했다.
너무나 유치하고
너무나 사려깊은
중2 아이들과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