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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즈케이 Apr 25. 2019

07. 자전거족을 위한 서울은 없다?

차도와 인도, 그 사이 아슬아슬하게 넘어가는 따릉이족의 서러움


나는 생활자전거족이다.

자전거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비싼자전거를 타고 주말마다 한강 근처로가서 라이딩을 즐기는 그런 자전거 라이더가 아닌, 출퇴근이나 일상 생활의 이동수단으로 자전거를 타고다니는 사람이다.



자전거를 생활 속에서 타기까지 외국생활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네덜란드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했다. 가본 사람은 알텐데 네덜란드는 자전거천국이다. 집집마다 사람 수에 맞게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가 있는 나라이며 도로에는 자동차보다는 자전거가 훨씬 많다. 어렸을 때부터 자전거를 한 몸처럼 타고다니는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래서 다리 길이가 엄청난건가란 생각도 잠시 든다.

(네덜란드는 전 세계에서 노르웨이 다음으로 키가 큰 나라로 유명하다)

그 곳에서 내 키에 따릉이만한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애들이 다들 "너 왜 어린이용 자전거를 타니"라고 놀릴 정도로 그 곳은 큰 키에 맞는 큼직큼직한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하나같이 자전거 고수들이라 종종 핸들을 잡지도 않고 양손으로 휴대폰을 하면서 페달만 밟는 풍경도 보게 된다. 아이를 끄는 유모차로 자전거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자전거 도로가 잘되어있을 수 밖에 없다. 또한 자전거 도로를 거닐면 욕을 한바가지 얻어먹거나 그냥 자전거에 치이니 조심해야한다.

네덜란드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 자전거를 많이 안타본 한국 사람들이 맨처음에 그 자전거 도로에 적응하기 까지 시간이 상당 걸린다. 좌회전, 우회전, 정지 에 맞춰서 수신호도 해줘야 하고 사거리, 교차로 같은데서 내가 선두에 서면 갑자기 긴장부터 된다. 혹시나 자전거를 타다가 내가 수신호도 없이 갑자기 멈추기라도 하면 최소 4~5종 추돌사고가 일어날 정도로 자전거가 다닥다닥 붙어 다닌다. 그래서 조금 많이 무섭다. 처음엔 자전거도 높이 있어서 적응이 잘 안되서 가다가 멈칫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더치욕을 한바가지 얻어먹는다.

그만큼 네덜란드는 자전거를 위한 나라이며, 자전거로 못할게 없는 자전거 천국이다.

당시 학교를 가기 위해 매일 자전거를 타고 편도 30분 이상을 달렸으니, 허벅지 근육도 나름 탄탄해졌다.


그 때의 생활습관이 남아, 한국에 돌아와서 생활 자전거를 사서 학교와 집을 자주 잘 오갔다. 당시엔 수원에 살고 있었는데 그 때 한국에서 처음으로 생활 속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참 아리송했던게 대체 자전거를 타면 어느 길로 가야하느냐였다.

차도로 가자니 슝슝 지나가는 차들때문에 눈치보이고 가끔가다 버스 정류장이라도 있는 곳이라면 뒤꽁무니로 쫓아오는 버스를 피해 줄기차게 패달을 밟거나 혹은 앞에 길막하는 버스 때문에 한참 동안 정지하거나 자전거를 들고 인도로 올라가곤 했다. 그렇다고 인도는 더욱 불편하다. 보도블럭위를 자전거로 달리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는데 길 걷는 보행자 입장에서도 자전거가 반갑지는 않은 존재일 것이다. 그 와중에 앞에서 길을 막고 있거나 천천히 걷고 있으면 소심해서 벨도 못치겠고, 그냥 발로 땅을 구르면서 천천히 따라 갈 뿐이다. 그러다가 앞 사람이 기분이 쎄하다 싶어서 뒤를 돌아보고 자리를 비켜주면 그제서야 그 틈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것이다.

가끔 인도 가장자리에 자전거 도로라고 나름 경계를 주는 부분이 있는데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자전거가 일상화 된 나라가 아니고, 아직 자전거도로라는 개념이 그리 보편적이지 않아서 사람들이 그 위로 그냥 걸어다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름 그러한 길 표시라도 되어있으면 나는 최대한 그 쪽길로 다니는 편인데 앞에서 사람들이 걷고 있으면 그냥 인도쪽으로 자전거를 틀었다가 다시 그 길로 진입한다. (앞서 말했듯이 네덜란드에서 자전거 도로 위에 보행자가 걷고 있으면 욕을 제대로 얻어먹거나 그냥 자전거에 치인다)

서울로 이사와서는 내 소유 자전거에서 공유자전거 따릉이로 바꿨다. 따릉이로 바꾸고 나서 일상 생활 속에서 자전거 타는 일이 훨씬 편해졌다. 분실이나 펑크 염려도 없으며, 무엇보다 왕복으로 타고 가야할 부담이 없이 내가 필요한 이동거리만큼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있는 마포쪽에서는 따릉이 사용률이 꽤 높은 편인데 특히 홍대주변은 더욱 그렇다. 가끔 시간을 잘못 찾으면 남아있는 따릉이 자전거가 하나도 없어서, 다른 거치대를 찾아야 할 정도다.

어찌됐건 요새는 따릉이 유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음을 몸소 느낀다.

매일 출퇴근할 때마다 따릉이를 타는데 점점 따릉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릉이족들은 점점 많아지는데 서울은 여전히 자전거 타기에는 불편하다.

한강같이 대놓고 자전거 타시오 하는 그런 장소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이 다니는 보도블럭과 차도를 왔다갔다 해야한다. 그래도 차도 중에는 자전거 우선도로라고 바닥에 표시가 된 곳이 있긴 하다. 그래서 나는 차가 없으면 최대한 이쪽으로 다닌다. 하지만 대부분은 주차가 되어있다던가, 혹은 버스 정류장 때문에 결국엔 인도와 왔다갔다 해야한다.

이러한 이유로 일상 생활 속 자전거 족들은 인도를 걷는 보행자에게서나, 차도 위에서 자동차를 움직이는 운전자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한다. 인도를 걷는 보행자들에겐 "보도블럭을 아슬아슬하게 달리는 민폐덩어리"처럼 비춰질 것이고, 차도 위에선 "차 다니는데 느려서 걸리적 거리는 민폐쟁이"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자가용 이용률이 높은 국가여서 그런가.

공유자전거 이용자는 점점 늘어나는 것에 비해 그것을 탈 수 있는 인프라 및 자전거 도로에 대한 개념 및 의식들이 아직 따라가진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나는 그 누구에게서도 사랑받지 못하고

인도와 차도를 왔다갔다하며 자전거를 탄다.

언제쯤 사람들, 차들 눈치 보지 않고 자전거를 편히 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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