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음식 3가지를 꼽자니 내가 좋아하는 수많은 먹거리들이 머릿속에서 뭉게구름 피운다. 떡볶이, 순대볶음, 쫄면, 꽃게탕, 라면, 아귀찜, 얼큰 샤브, 수제비....
1. 떡볶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음식 1위는 떡볶이다. 밀떡도 좋지만 쌀떡파다. 떡볶이라면 어느 집 떡볶이라도 다 좋다. 그중 최애는 안양 중앙시장 떡볶이다. 내 인생 떡볶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안양 중앙시장 떡볶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먹어치웠다. 곱디고운 빨간색 윤기 좌르르 흐르는 시장 떡볶이의 맛은 먹어본 사람만이 안다. 뜨끈한 어묵꼬치를 하나 둘 건져 떡볶이 양념에 무심히 턱턱 묻혀 떡볶이 범벅으로 건네어주신다. 지금은 안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아서 자주 갈 수 없다. 어느 날 남편이 자동차 오디오 수리를 하러 간다고 안양을 갔는데, 내 생각이 나서 중앙시장 떡볶이를 사 왔다. 내 단골집으로 말이다. 그날 먹었던 떡볶이의 맛은 잊을 수 없다.
2. 라면
아이들에게 참 미안하다. 아이들은 일주일에 딱 한 번 라면을 먹을 수 있다. 매주 목요일 축구방과후가 끝나고 돌아온 4시 30분쯤. 라면 먹는 날이다. 엄마인 나는 일주일에 2번 정도 몰래 라면을 끓여 먹는다. 너구리, 신라면, 불닭 볶음면, 짜파게티. 그날 땡기는 맛으로 고른다. 아이들이 학교 갔다가 오기 전에 반드시 설거지를 끝내고 환기를 시키는 것은 당연지사다. 식구들 몰래 먹는 라면은 특히 더 맛있다. 넷플릭스를 틀고 후후 불어 먹으면 라면 하나도 부족해 밥까지 말아먹는다.
3. 맥주
딱 3가지만 고르려고 하니, 순대볶음이 울고 꽃게탕이 울고 간다. 우리 집은 맥주가 떨어지는 날이 없다. 4개에 만원하는 편의점 맥주를 수시로 사서 술 냉장고에 가득 채운다. (술 냉장고에 맥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와인, 막걸리, 소주, 청하, 아이들 음료수, 커피 등 종류별로 다 있다.) 남편은 해외 출장이 잦았다. 혼자 연년생 어린 아들 둘을 키우려니 살이 쪽쪽 빠졌다. 혼술은 절대 하지 말라고 하던 시절이었다. 육아로 지친 날 아이들에게 저녁을 차려주고, 그 앞에서 '딱 한 번만 마셔보자' 맥주 한 캔을 따서 마셨다. 그 청량감은 어찌나 입안을 가득 메웠는지 지금도 설명하게 어렵다.
친정 엄마가 끓여준 얼큰 고추장 수제비, 할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김치볶음밥, 삼촌네 집에서 살 때 외숙모가 끓여주셨던 김치콩나물국. 추억 속 나를 기분 좋게 해 줬던 음식들이 참 많구나. 오늘은 그 기억이 참 그립고 맛있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