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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앙카 Dec 12. 2022

주말 노동의 대가-bbq치킨과 재즈 음악

치킨 두 마리와 Fly Me To The Moon

Fly Me To The Moon

나를 달로 보내줘요


And let me play among the stars

저 별들 사이를 여행하게 해 줘요


Let me see what sprng is like or Jupiter and Mars

목성과 화성의 봄을 내게 보여줘요


In order words, hold my hand

다시 말하자면, 내 손을 잡아주세요.


In order words, darling kiss me

다시 말하자면, 그대여 내게 키스해주세요    



일요일 늦은 밤 10시 15분,  bbq 치킨을 기다리는 차 안에서 어린 여자아이의 'Fly me to the moon'으로 시작하는 목소리가 통기타 소리와 함께 내 귀를 간지럽혔다.






 천안아산역에서 [SRT364] 21:29 출발 열차를 타고 동탄 나의 집으로 향한다.

주 5일 근무 월급쟁이들에게 주말은 꿀 같은 휴식이지만 요식업 자영업자들에게 주말은 매상이 가장 많이 오르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일을 해야 하는 날이다.  나는 식당만 30년째 운영하고 있는 고깃집 딸이다.

 

 예약이 꽉 찼는데 직원 한 명이 쉬어 일손이 부족할 것 같으니 별일 없으면 일 좀 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평생을 식당일만 하셨던 엄마는 최근 어깨 수술을 하셨고 회복을 잘하지 못하면 재수술을 해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있으셨다. 엄마의 고생을 보고 자란 나는 지금도 식당이 바쁘면 어김없이 달려간다.  엄마 성격상 본인 몸을 아끼지 않고 눈앞에 손님을 받아 낸다고 행여나 팔을 쓰실까 두려웠다. 식당 일은커녕 집에서 설거지도 하지 말아야 하는 조심 또 조심해야 하는 시기다. 누구에게는 대박 식당으로 보이지만 그 대가가 몸이 부서져라 일한 엄마의 몸과 바꿔치기 한 기분이 들어 늘 마음이 아프다.


 



 가족행사 단체 30명, 마을 어르신들 모임 40명, 부동산 임장 모임 50명. 동창모임 20명. 예약 손님 명단으로 점심, 저녁 시간 때 룸은 이미 가득 찼고, 예약 없이 오시는 손님들은 어김없이 대기를 타야 한다. 줄 서서 먹는 식당이 바로 우리 엄마 식당이다. 식당집 딸내미라 손님이 많으면 오히려 에너지가 솟구친다.  


 팔다리가 아픈 줄도 모르고 음식을 나르고 상을 치우기를 반복한다. 추가 주문이 많으면 얼씨구나 신이 나 주문 포스 기계에 추가 메뉴를 누르는 손가락도 춤을 춘다. 하지만 정신없이 바쁠 땐 손님한테 주문을 받고 뒤돌면 까먹는다. '아, 뭘 달라고 했지? 밥 둘, 된장찌개 하나, 비냉 3개 물냉 2개였나? 물냉 2개 비냉 3개였나?' 나쁜 머리 탓을 하며 손님한테 다시 가서 묻는다.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고 손님을 응대하는데 '이런 바쁜 식당에서 일하면 안 돼~ 편하게 일해~ 아휴. 젊은 사람이 고생이 많네' 라며 나를 안쓰럽게 보신다. 또 어떤 손님은 한참을 바라보시더니 '이 집 막내딸인가?' 맞지? 막내딸? 멀리 산다더니 엄마 아빠 도와주려고 내려온겨? 어이쿠. 기특허네' 하시며 연신 등을 두드려 주신다.

 



 손님들 식사시간이 다 끝나고 브레이크 타임 시간을 이용해 식당 식구들과 늦은 점심을 먹는다. 주방 이모가 오늘은 동태찌개를 해주셨다. 얼마 만에 먹는 동태찌개인지 생선살이 뽀얀 게 먹음직스럽다. 잘 먹어야 저녁에도 힘내서 일한다는 생각에 쌀 한 톨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는다. 커피도 한 잔 하면서 식당 이모들과 그제야 눈 마주치며 수다도 좀 떤다. 집에 두고 온 아이들과 남편 생각이 나기 시작한다. 남편이 아이들 밥은 잘 챙겨 줬을지, 밀린 숙제는 좀 시작했을지 걱정도 된다. 나 대신 집안일도 좀 해줬으면 하는 기대도 가져보지만 그냥 나의 소망일 뿐이다. 남편도 나와 함께 쉬고 싶은 주말일 텐데 마누라 없이 토요일 일요일 이틀 독박 육아하느라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마음이 스치듯 지나간다.   

 

 저녁시간이 피크다. 주말 땜빵 전문인 나는 실수만 하지 않으면 한 사람 몫은 한 거다. 손님 오면 주문받고 다 드시고 일어나시면 재빨리 상을 치워야 한다. 다른 직원이 상을 치우고 있을 땐 그다음 스텝에 맞게 보조를 해주어야 일의 진행이 르다. 유리잔 깨지 않게 조심하고 테이블 번호 잘 확인해서 주문 넣고 포장 전화 잘 받아야 하고. 신경 써야 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번 갈비탕 포장 전화 주문에서 손님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잘못 나가는 바람에 컴플레인이 들어왔다. 얼마나 미안하고 죄송했던지 전화벨이 울리면 떨린다.



 

 식당 식구들에게 기차 시간 때문에 먼저 간다며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기차역으로 간다.  

남편은 동탄역으로 마중을 나왔고 배고픈 나를 위해 내가 좋아하는 bbq 크런치 버터 치킨을 주문해 주었다. 집에 도착해 씻고 나오면 11시는 돼야 먹을 수 있겠다. 엄마 아빠의 저녁식사는 늘 이래 오셨다. 일 끝나고 마무리하면 10시. 식당 문을 닫고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와 냉장고에서 반찬 몇 가지로 대강 허기를 채우시거나 들어오시는 길에 오늘의 나처럼 치킨이나 순대를 포장해 술 한잔에 하루를 마무리하셨다. 오늘 엄마 아빠는 무얼 드시려나.


 치킨을 기다리는 차 안의 따뜻한 히터가 팔다리를 노곤하게 녹여준다. 일 할 땐 전혀 힘든 줄 몰랐는데 뒤늦게 피곤함이 몰려온다. 멍하니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다 무심코 클릭한 채널에서 10살도 안돼 보이는 여자 아이가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그 목소리가 어찌나 영롱하고 맑은지 나의 귀를 간지럽힌다. 'Fly me to the moon' 자주 듣던 재즈 음악이다. 유명한 가수들이 그들만의 스타일로 불러 원곡은 누가 불렀는지도 모른다.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와 기타 소리가 오늘도 수고했다고 내게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아이의 야무진 손가락이 내고 있는 기타 소리가 내 마음속 어딘가에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하루 종일 지친 누군가에게 찾아온 아름다운 멜로디에 오늘의 노고를 보상받는다.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다-

 "응 엄마"

 "잘 도착했니?"

 "응~ 집 근처 치킨집에서 치킨 기다리고 있어"

 "그래 우리 딸, 어제오늘 고생 많았다."

 "아니야 엄마~!  엄마도 고생 많았어!"

짧은 통화지만 엄마 목소리에 마음이 다 느껴진다.  


빨리 집에 들어가 크런치 버터치킨에 맥주 한잔 해야겠다. 남편과 주말에 못한 밀린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



https://youtu.be/ee0azRhL9yY

출처:Miumiu guitar girl-youtube

        

  너는 누구니? 고맙다. 꼬마야. 주말 끝자락 이 아줌마한테 귀한 선물을 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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