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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벌레 잠잠이 Oct 14. 2021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단종과 세조실록, 인종과 명종실록, 선조실록




  얼마 전부터 박시백 화백이 쓰고 그린 <조선왕조실록>을 읽고 있다. 20권으로 완간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오래전부터 갖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야금야금 읽고 있다.

  저자가 다니던 신문사를 그만두고 자료조사에만 1년을 할애하고도 첫 권을 완성하지 못했다는 고백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깊이 있는 공부와 인물에 대한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박시백 화백은 정사를 기본으로 하되 작가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나는 아직까지 그의 시각에 공감하고 있다. 믿음직스럽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0권 <선종 실록>

  10권 <선조실록>의 부제는 '조선엔 이순신 장군이 있었다'인데 좀 전에 다 읽었다. 무능하고 비겁했던 선조시대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나도 '율곡 이이와 이순신 장군'이다.


<조선왕조실록>을 읽다 보면 리더가 콤플렉스를 갖고 있을 때, 주변 사람들을 얼마나 고달프게 하는지를 깨닫게 해 준다. 누구나 콤플렉스는 있을 수 있다. 그것을 오히려 새로운 공부나 도전의 에너지나 자극제로 사용할 경우는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하지만 선조의 경우, 그의 콤플렉스가 아들 광해군까지 힘들 게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선조는 아들 광해군에게 자신을 대신해서 왜군을 막아낼 것을 명했다. 광해군은 목숨을 걸고 백성들을 지키고 전장에서 용맹함을 떨쳤다.


왜군들이 물러가고 난 뒤 광해군은 백성들에게 믿음직스러운 리더로 각인되었을 것이다. 그에 비해 선조는 자신의 아들인 광해군의 공을 인정하고 칭찬하는데 인색한 듯싶다. 오히려 곱지 않은 시선으로 광해군을 대하며 마지막까지도 왕좌를 갖고 선조 본인의 자리와 권위를 지키기에 급급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역사에서 '만약에'라는 가정은 쓸 데 없다지만, 그래도 '만약에' 광해군이 아버지인 선조에게 좀 더 따뜻한 사랑과 격려를 받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그랬더라면 훗날 '광해군'도 광란에 휩싸이지 않고 왕좌를 물려받은 초기에 보여준 정치 철학과 소신을 갖고 '중립외교'로 나라 안팎을 안정시키고 백성을 위한 정치를 했던 왕으로 남지 않았을까.


 선조와 광해군을 보며 또 한 명의 비운의 왕자인 사도세자와 그의 아비, 영조를 떠올리게 된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5권 <단종, 세조실록>

  5권 <단종•세조실록>에서 박시백 화백은 세인들이 수양대군인 세조를 보는 시각이 엇갈리지만 저자는 '권력욕의 화신'이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나 역시 동감한다.

이유야 어쨌든 세조가 그렇게 많은 사람을 무자비하게 죽이고 권좌에 앉았다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납득하기는 어렵다.


  과거에 수도 없이 낙방했던 한명회가 수양대군을 도와서 반역에 성공하며 주요 핵심 인물이 되는 과정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영화 <관상>에서 배우 이정재가 수양대군(훗날 세조)을 연기했는데, 첫 등장하는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내가 상상했던 세조보다 훨씬 건장했고 야성미와 더불어 잔혹미가 넘실 거리는 느낌이었다. 드라마든 영화든 배우 이정재 보다 더 세조를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연기할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9권 <인종, 명종실록>


  9권 <인종•명종실록>에서는 인종의 짧은 생애가 자꾸 밟혔다.


 태어나면서부터 친모를 잃고 세자 자리에는 앉았으나 계모인 문정왕후가 자신의 친아들을 왕좌에 앉히려는 욕심 때문에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긴 인물. 그러면서도 계모인 문정왕후에게 지극히 효도하고 이복동생인 명종에게도 친절했던 어진 성품의 소유자.

  왕위에는 앉았으나 끝내 문정왕후의 계략에 목숨을 잃게 된 비운의 왕, 인종.

그가 좀 더 오래 왕위에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두고두고 남는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20권으로 2007년에 발행되었고 최근 판매되는 책들은 개정판이다.

책 제목: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작가: 박시백

출판: 휴머니스트

발매: 202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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