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역할의 삶

시간 속에서 달라지는 시선

by Taste of Silence


사람은 살아가며

보이지 않는 기준과 역할 속에서

조금씩 자라나기도 한다.


그 기준들은

오랜 시간 이어지며

세대를 지나

자연스럽게 삶의 방향처럼 자리 잡는다.


어린 시절,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어떤 모습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감각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 말들은

그때는 깊이를 알지 못한 채 지나가지만,

시간이 흐르며

마음 어딘가에

조용히 남아 있었음을

문득 깨닫게 된다.


이해되지 않은 채 머물러 있을 때,

감정은 때로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도 한다.


그렇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사람은 점점 더 많은 시선을 만나게 된다.


어떤 시선은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다가오고,

어떤 시선은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보다

하나의 모습으로만 머무르게 하기도 한다.


사람은 때로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기준 속에서

스스로를 바라보기도 한다.


오랜 시간 동안

어떤 기준들은

마치 당연한 것처럼 전해져 왔다.


어떤 모습은 옳다고 여겨지고,

어떤 모습은

설명 없이도

조용히 판단되기도 한다.


그 기준들은

한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

세대를 지나며 이어져 온

하나의 흐름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래서 때로

사람은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그 기준 속에서 비친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기준을

조용히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게 될 때가 있다.


그때 비로소

이런 생각이 스친다.


그것은

한 사람의 잘못이라기보다

오래된 시간 속에서

이어져 온 흐름이었을지도 모른다.


마치 아직 젊은 와인의

거칠게 남아 있던 탄닌이

시간을 지나며

입안에서 서서히 부드러워지듯,

그 시선 또한

조금씩 다른 결로 변해 간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사람은

자신을 조금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어쩌면 삶이란

주어진 역할에 머무르는 일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때로는

그저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조용히 살아가고 싶어진다.




샤토 마고 2014, 마고

(Château Margaux 2014, Margaux)

시간이 흐르며 섬세함이 드러나는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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