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면서부터 부여받는 것 중에 하나가 생일이다. 내가 정하지는 않았지만 365일 중에 하루가 생일이 된다. 어떤 사람은 음력 생일을 치는데 윤달이 껴서 생일이 찾아오지 않는 해에는 가까운 하루를 선택하긴 하더라.
생일은 매년 찾아오는데도 단 하루뿐이라 그런가 쿨한척하려 해도 어느새 기다려진다.
어쨌든 며칠 전 내 생일이었다. 이날은 우리 똘망이의 생일이기도 했다. 강아지카페-여러 이유로 키울 수 없는 강아지들의 사연이 올라오는 곳-에 들어갔다가 데려온 우리 집 강아지 똘망이.
똘망이는 나랑 같은 날 태어났다. 똘망이 부모인 믹스치와와부부는 사랑 속에 강아지를 다섯 마리나 낳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가족은 입양글을 올렸던 거다.
똘망이는 데려간다던 사람의 연락두절로 낙동강 오리알이 된 상황이었다. 하소연이 담긴 글과 똘망이의 사진, 생일을 보는 순간 이 친구가 우리 집 강아지가 될 운명이구나 싶었다.
생일 당일, 남편과 함께 장을 보러 가서 또 다른 주인공인 똘망이의 선물을 샀다. 똘망이가 사랑하는 고구마로 만든 말랭이다. 요 근래 마트에서 보이지 않던 말랭이 간식이 딱 보이는 거다. 이거다싶어 선물로 들고 집에 갔더니 똘망이의 꼬리는 대나무 헬리콥터 그 자체였다. 그동안 준 다른 간식들이 무색할 만큼 똘망이는 행복하다는 걸 맘껏 표현했다.
똘망이와 처음 함께 맞이한 생일은 뭘 안 먹어도 든든했다. 보고만 있어도 좋고 존재자체가 축하가 되는구나. 그러다 다 큰 딸의 생일을 축하한다고 공주님 호칭까지 붙여 노랑분홍장미꽃을 보내주신 엄빠를 보면서 나도 똘망이 못지않구나 싶어져서 행복했다.
생일선물을 보내는 동생 둘에게 내가 없었으면 너네는 이 세상에 없다고 당당히 말하고 선물을 넙죽 받으면서 내 존재의 의의를 드높인다. 남편에게 편지는 어딨냐고 따지다가 비 뚫고 달려 준비한 축하를 받기도 한다. 이게 생일의 맛인가.
덜 큰 어른의 일 년 중 한날, 오롯이 나를 향한 사랑을 가득 머금을 수 있는 생일은 참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