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학교를 자퇴했고, 나도 교대를 진학했다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데 '더 글로리'를 보게 되었다. 디테일은 아주 다르지만, 필자도 학교폭력으로 인한 자퇴의 경험이 있고, 이후에 교대에 진학했다는 점에서 주인공 '문동은'에 대한 상당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동질적인 부분이 있는 만큼 드라마와 현실의 괴리 또한 뚜렷하게 보인다.
이 드라마에서 학교폭력 가해자는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부유하다. '혜정'이라는 가해자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오지만, 드라마 대사 속에서 '문동은'이 없었다면 '혜정'이 학교폭력 피해자가 되었을 것이라는 언급이 있다는 점에서 예외로 보인다.
이 드라마는 내용 중에 계속 학교폭력 가해자를 '부'의 위치에 놓고, 학교폭력 피해자를 '가난'의 위치에 놓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대조되는 상황을 겪는 중에도 주요한 매개는 '돈'으로 나타난다. 그렇기에 이 드라마를 접한 사람들은 다수의 학교폭력의 사례가 이같이 경제적인 격차에서 벌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실제 학교폭력을 경험하고, 교대를 졸업한 내 생각에 '더 글로리'가 보여주는 학교폭력의 형태는 절대 일반적이지 않다. 우리 모두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가해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과, 피해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한 명씩은 떠오를 것이다. 과연 그 친구들이 '더 글로리'처럼 경제적 여건에서 극단을 달리는 친구들이며, 경제적 여건이 괴롭힘의 매개가 되었는가? 일반적으로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폭력의 가정적 요인에 대한 다양한 논문을 살펴보아도 경제적 상황이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는 경계가 된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필자가 읽어본 논문에 의하면, 가정의 경제적 수준이 낮은 아이들이 비행 행동과 관련이 높다는 의견이 다수 의견이다. 필자가 경험적으로도 학교폭력 가해자들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것보다 취약한 경우가 많았다.
경제적으로 취약하다고 그들의 죄가 덜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드라마와 같이 부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우월함을 표출하기 위해 학교폭력을 하는 경우는 정말 소수라는 것이다. 드라마를 통해서 본 학교폭력 가해자들은 갱생이 불가능하며, 교육이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해결할 수 없는 영역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은 일반적인 학생이거나, 사회적으로 취약한 학생들이 많다. 학교폭력이 적발되었을 때 '박연진'처럼 부모의 배경을 이용해서 묵살하는 경우보다, 학교에서 쫓겨나 평생을 저학력자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필자를 괴롭히던 학교폭력의 가해자들도 고등학교를 채 졸업하지 못하고 퇴학 처리되었거나, 고등학교에서 제대로 학업을 이수하지 못하여 대학을 진학하지 못하고 생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학교폭력에서 가해자는 처벌받아야 하고, 피해자는 보호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가해자는 우리가 척결해야 할, 절대적 악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했으면 한다. 우리 기성세대는 학교폭력의 피해자를 징벌하고자 하는 의식만 가질 것이 아니라, 학교폭력을 행하는 가해자들의 일반적인 환경을 파악하고, 이와 같은 가해자들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도록 방도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필자에게 학교폭력을 가했단 가해자 학생은 매우 취약한 가정환경을 가졌다. 제대로 교육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환경에서 자라났고, 그들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러했듯 폭력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가해자 학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순간까지도 여러 번의 전학을 거치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졸업하게 되었다. 현재는 자신의 아버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나는 인제야 이 친구가 안쓰럽다.
학교폭력은 악이다. 하지만 그들이 태어날 때부터 그 악을 내재한 것은 아니다. 사회는 학교폭력 가해자들에게도 일부의 책임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그들 또한 하나의 취약점이라고 생각하고, 여러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드라마에서 벗어나, 통계와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해자들을 다시 한번 바라보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아이가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될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이다. 이미 이루어진 폭력에 대해서는 명확한 처분이 필요하다. 하지만 앞으로 징벌적 태도만으로는 다가올 세대의 폭력을 저지할 수 없다. 우리가 좀 더 현실적인 시선을 가졌을 때, 우리는 현재 사회에 일어나는 '학교폭력'이란 폐단을 진정 중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