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기념품_티베트_야크 목걸이
피스 티벳.
이번 글은 이렇게 시작하자. 나는 티벳의 독립과 평화를 바란다.
티베트는 자유여행이 어려운 곳이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56개의 민족으로 구성된 나라인데 중국이라고 하는 하나의 나라, 하나의 문화로 묶기에 이질 적인 곳이 많다. 티베트도 그런 지역 중 하나다. 티베트 인들은 달라이 라마를 지도자로 하는 티베트 불교(라마교)의 독실한 신자들이며 인도 다람살라 지역에 망명정부를 두고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바라고 있다. 중국 정부가 '소요' 사태라 낮잡아 부르는 독립운동이 가끔 일어나는 지역이다 보니 외국인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이들을 돕거나 중국의 탄압을 외부 세계로 알릴까 봐 자유 여행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 같다. 외국인이 티베트를 여행하려면 퍼밋이 필요하고, 중국 현지 가이드와 공안이라 불리는 경찰과 동행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유 여행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괜찮은 투어상품을 고르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나는 비행기를 타고 들어가 칭짱열차를 타고 나오는 8일짜리 상품을 골랐다.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은 관광객 10여 명에 한국인 가이드, 중국인 가이드, 중국 공안까지 모두 더해 열댓 명. 45인승 관광버스를 타고 1인 2석을 차지한 채 편안하게 여행했다. 여느 패키지 상품이 그렇듯 티베트 여행 상품 역시 사원 등 관광지를 관람하는 시간보다 버스에 실려 이동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아니 티베트 땅이 너무 넓어서 도시 위주의 여행지보다 더 많은 시간을 차 안에서 보냈다. 모든 티베트 인들이 신성하게 여긴다는 해발 5천 미터에 있는 남초 호수에 가는 날은 왕복 10시간을 버스에 앉아 보내야 했다. 그럼에도 버스 안에 실려 다니는 시간이 아깝지 않았던 건 광활한 티베트의 자연 덕분이었다.
티베트는 히말라야 산맥과 곤륜산맥을 앞뒤로 두고 있는 해발 4천 미터 이상 고원지대로 '세계의 지붕'이라 불린다. 산맥의 봉우리는 만년설에 쌓여 있다. 남부는 상대적으로 토지가 비옥해 농업이 발달했고 주택을 지어 정착 생활을 하고 있으나 북부 고원 지대는 '산 하나에 사계절이 있고 십리 사이에 날씨가 서로 다르다'는 관용구처럼 혹독하다. 이런 고원에서 티베트 인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이들은 외부 세계와 거의 접촉하지 않고, 야크를 몰며 초지에서 초지로 이동하면서 유목 생활을 한다. 야크는, 의류 브랜드 ㅂㄹ야크에서 봐서 잘 알겠지만, 털이 길고 억세게 생긴 검은 소이다. 간혹 하얀 털을 가진 야크도 있긴 하지만, 이는 드물다. 야크는 생긴 것만큼 억세고 생존력이 강한데, 4-6천 미터 고지대에서만 서식하며 겨울엔 눈을 먹고 버틸 정도로 춥고 황량한 기후에도 잘 적응한다.
모든 티베트 인들에게 야크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특히 고원 지대에서 유목 생활을 하는 티베트 인에겐 야크가 삶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음식. 이들의 주식은 참파라고 불리는 보리가루와 야크차로, 야크젖에 보리가루를 개어 먹는다. 이들이 밥을 지어먹지 않는 이유는 유목 생활을 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지대가 높아 물 끓는 온도가 낮아 밥 짓기가 힘든 데다가, 밥을 지으려면 밥솥 등의 도구가 필요한데 이런 것들을 주렁주렁 달고는 유목 생활이 어렵다. 밥을 했어도 바로 먹지 않고 놔두면 추운 날씨에 그대로 얼어버리는 것도 밥을 먹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그렇다고 보리가루만 먹고살 수는 없는 일. 그리하여 이들이 수시로 마시는 건 야크차다. 중국산 차에 야크 버터를 넣고 끓인 차로, 보리가루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허기짐을 해소해주기도 하고 단백질과 지방도 많아 몸을 보완해 준다. 하루에 2-30잔, 많게는 200잔을 마시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맛은? 약간 시큼한 편이다.
야크 버터는 차 외에 다른 용도로도 사용되는데 기름, 특히 사원에서 불을 밝히는 데 사용된다. 포탈라궁과 조캉사원과 같은 라마교 사원에는 야크버터가 담긴 수십수백 여 개의 잔에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이 야크 버터 등잔은 무려 천년 동안이나 한 번도 꺼지지 않고 이어진다고 한다. 야크 버터로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일은 목욕. 티베트 고원 지대는 햇살이 강하고 물이 차 목욕을 하기 어렵다. 오죽하면 티베트 인들은 평생 세 번 목욕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일까. 그 세 번은 태어날 때, 결혼할 때, 죽어서란다. 그래서 이들은 물 대신 야크 버터를 발라 몸을 씻는다. 살이 타거나 트는 것도 막아주고 먼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또 야크는 털을 내어 준다. 야크 털로 만든 옷과 천막은 돌풍이 불 때 바람은 물론이고 모래와 돌멩이까지 막아준다. 인도에서 들여온 싸구려 천막은 이들을 막아내지 못한다. 야크 털로 만든 무겁고 검은 천막이 사원마다 드리워있는 이유다.
야크로부터 밥도 먹고 고기도 먹고 기름을 짜 사원의 불도 밝히고 옷을 지어 입는 것만으로도 이미 넘치게 받은 느낌인데 야크가 주는 마지막 선물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똥이다. 티베트를 여행하다 보면 집 담벼락에 둥글넓적하게 빚어 붙여놓은 야크 똥을 보게 된다. 햇볕에 잘 말린 야크 똥 반죽은 나무가 자랄 수 없는 토지와 기후에서 불을 땔 나무 대신 연료가 되어 준다.
그런데 죽어서는 뼈도 내어주는 모양이다. 내가 타고 다녔던 버스 운전석에는 야크 뼈로 만든 해골 모양의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너무 탐이나 관광지에 내릴 때마다 기념품 가게를 들렀는데 마지막 날까지 찾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가이드에게 이 목걸이를 도대체 어디서 살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얼마 후 가이드가 손님 숫자에 맞춰서 야크 뼈 목걸이를 한봉다리 사들고 왔다. 그제야 알았다. 그것이 관광객용 기념품이 아니라는 걸. 야크가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아는 사람만이 찾게 되는 물건이라는 걸.
야크 뼈로 만든 야크 모양의 목걸이 이마에는 '옴'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옴은 불교 진언 중 가장 신성한 음절로 태초의 소리이자 우주의 기본 음이다. 라마교를 믿는 티베트 사람들에게는 극랑왕생을 비는 단어. 집으로 가져와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티베트에서의 야크의 의미를 떠올리며, 나도 한번 소리내어 본다.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