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백을 쥐기보단 내 손을 잡아주는 질투심과 시기보단 됨됨이를 알아주는 그런 너와 함께 우리의 미래를 걸어봐" BTS <Miss Right>
우간다 사람과도 아니고 24시간 하이 텐션인 두 아이들 때문도 아니다. 이 땅에 살며 가장 힘든 날은 남편과 다툰 날이다. 친정 엄마에게 전화해 하소연을 할 수도, 마음 가는 이에게 털어놓을 수도 없어 뒷걸음질 치기는 매한가지다.
한국이었으면 카페나 공원으로 나갔을지도 모른다. 분식집에 들어가 매운 떡볶이에 각종 튀김을 먹으며 기분 전환을 했을지도. 아니면 버스든 지하철에 올라, 타고 내리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남편을 잠시 잊었으리라. 그런데 이곳에서는 운전을 꼭 해야 나갈 수 있고,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우간다 도로사정 때문에 운전면허는 신분증으로만 사용하고 있으니, 그저 불편한 기류만을 느끼며 공존할 수밖에 없다. 서로에 대한 시선이 부드러워질 때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우간다에는 적토가 많다. 그래서 남편이 몇 차례 찜질을 할 수 있는 불가마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고 얘기했었다. 환경과 여유도 안 되었기에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딱 잘라 거절했지만 서로에게 한 번쯤은 쉼이 필요한 순간이 오기에, 이런 다툼의 날을 대비해서라도 반대만이 능사는 아니었겠다 싶다.
나가는 것도 누굴 만나기도 자유롭지 않은 이곳에서 남편과 다툼이 있는 날에 지금의 나는, 일단 노트북 앞에 앉는다. 그리고 한글 프로그램을 연다. 그곳에 남편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들을 분풀이하듯 타자를 누르며 쏟아낸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정독한다. 그러면서 ‘이런 말은 할 필요가 없지.’하고 지우고, ‘이 말은 더 큰 싸움으로 가지.’라며 생각의 교정, 교열 끝에 결국 저장하지 않고 창을 닫는 것으로 마음을 정리한다.
물론 나는 여전히 통창이 있는 카페에 앉아 라테 한잔을 마시며 마음을 달래 보는 것이 바람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