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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안솔 Apr 02. 2023

6살 연상 아저씨의 취향은 10살 연하였다

남자에게 여자의 나이는?

마음만 맞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친하게 지내는 10살 많은 언니도 있고 (물론 언니가 젊은 감각인 거임) 5, 6살 어린 동생들하고도 막역하게 지낸다. (이건 내 정신연령이 낮은 거임) 데이트 상대를 볼 때도 나이에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가치관이 맞고 대화만 잘 통한다면 좋다.


예상보다 이른 개화 소식에 나는 부랴부랴 내 마음에도 봄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시즌2 첫 데이트 상대는 6살 연상이었다. 프로필 사진 속 그는 몸이 두꺼운 체형이어서 듬직해 보였다. 사진마다 약간 차이가 있었는데 아저씨 느낌이 조금 있었다. 내 마음을 읽었는지 자기소개를 보니 동안에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낫고, 비율까지 좋다며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위아래 세 살 차이까지의 또래와 주로 데이트를 해왔다. 의도한 건 아니고 추구하는 바와 잘 맞는 사람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또래를 만났다. 어쩌면 외모에 가려져 멋있는 생각을 가진 사람을 놓쳤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를 만나보고 싶었다. 그의 외모가 사진이랑 똑같아도 생각이 젊은 분이면 괜찮을 거 같았다. 무엇보다 그의 진정성 있는 자기소개가 좋았다. 그가 외모처럼 남자답고 나이만큼 성숙하면 좋겠다는 기대를 했다.


그의 카톡 프로필 사진은 진분홍색 진달래 꽃이었다. 나도 나이 먹으니까 꽃이 참 예뻐 보이긴 하는데 그의 프로필은 마치 우리 엄마 친구들 프로필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는 문자 뒤에 자꾸 물결을 붙였다. 나도 옛날 사람이긴 하지만, 물결표시는 어색할 정도로 예스럽게 느껴졌다.


약속 장소 정할 때부터 기가 빨렸다. 말 끝마다 “제가 한국을 잘 몰라서요. 아직 적응 중이에요”라며 뒷짐 지고 있다. 알고 보니 한국에 돌아온 지 4년이 넘었는데 적응하는데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한 타입인가 보다.  


약속 장소에서 그를 발견했다. 영락없는 아저씨가 서 있다. 듬직한 느낌이었던 프로필 사진은 카메라 어플로 예쁘게 정돈된 결과물이었다. 실제 그는 딱 그 나이로 보이는 내배엽 체형의 그냥 아저씨였다. 그도 사진과 많이 다른 걸 아는지 연거푸 코로나 때 살이 많이 쪘다며 자기변명을 늘어놓았다. 키가 175cm라고 했는데, 167cm인 나와 눈높이가 딱 맞다. 왜지? 며칠 사이에 내가 키가 컸든, 진정성 있어 보였던 그의 프로필이 거짓이든 둘 중에 하나겠지.


15년 동안 외국생활을 했다는 그는 한국에서 적응이 안 되는 것 중에 하나가 남자가 데이트를 주도하는 문화라고 했다. 그는 상대에게 잘 맞추는 편이어서 데이트에서 하고 싶은 게 분명한 여자와 잘 맞는다고 했다. 들어보니 그는 데이트 계획을 짜는데 에너지를 소모하고 싶지 않은 그냥 무기력한 남자였다. 주로 상대가 적극적이어서 사귀었다는 그는 좋아하는 이성에게 먼저 다가가지도 못하는 소심한 사람처럼 보였다.


의외로 그를 좋아해 줬던 여자들이 있었나 보다. 솔직히 어떤 매력이 있어서 여성분들이 적극적이었는지 도통 모르겠다. 내 눈에는 그냥 노잼 아저씨다.


나이차에 대해 물어봤다. 6살 연상인 게 부담스러워서 물어본 건데 그는 놀라운 대답을 했다. 7, 8살 연하가 좋고 10살까지도 잘 맞는다고 했다. 그는 첫째, 출산에 부담이 없는 나이를 선호하고 둘째, 밝고 애교 있는 여성이 좋단다. 그의 기준으로 나는 가임기 여성으로서는 다소 매력이 떨어지는 조건의 여자였던 것이다. 이 분이 한참 어린 여자를 선호하는 남자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남자에게 여자의 나이는 뭘까? 그의 말처럼 출산하기에 적합한 생물학적 기능에 끌리는 걸까? 부모가 될 계획이 없는 남자도 연하를 선호하는 건 뭔데? 한 살이라도 어렸으면 하고, 동갑이면 생일이라도 느렸음 하던데.. 여자에게 남자의 키 같은 건가? 나보다는 컸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180cm 정도 되면 너무 좋겠는데 적어도 175cm는 됐으면 좋겠는 그런 건가?


그가 10살 연하를 원하 듯, 나 또한 밝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좋다. 끌려다니는 남자보다는,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현해 주는 남자가 멋있다. 그가 6살 연상이어서가 아니라, 그의 무료한 일상과 수동적인 삶의 태도가 별로였다.


내 또래 싱글 친구들과 이성과의 나이차이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재밌는 건 남자들만 연하를 선호하는 게 아니다. 내 친구들도 동갑 혹은 연하가 좋단다. 친구들이 만나본 5살 이상 연상은 생각이 경직돼 있어서 대화가 아예 안 통했다고 한다.


여전히 남녀사이에 나이차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큰 키를 원해도 타고난 신장을 어찌할 수 없듯이, 세월을 돌이킬 수는 없는 일이다. 나이는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니 자연의 섭리에 맡겨둬도, 생각만은 젊고 건강하게 돌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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