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가 깨지긴 했어도 기억해라 모두 유정란이다.
제가 2022년 ‘작은 성취’라고 할만한 일이 있어 기쁜 맘으로 인스타에 남깁니다.
엉겁결에 ‘브런치 작가’로 데뷔하게 되었어요. 도하 와서부터 블로그를 운영하길 3개월 차, 네이버가 저의 글쓰기 성향과는 약간 공간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블로그는 검색엔진 기반인 플랫폼이다 보니 글을 쓸 때 나름의 ‘탐미주의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저에게 블로그는 제 글에 담긴 감정의 흐름을 뚝뚝 끊는 방해자와 같았어요.
블로그 트래픽 유입 유도를 위해 검색 키워드를 의도적으로 삽입해 완성한 완성한 글을 보면 활자의 공해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물론 네이버가 검색엔진이기에 가지는 장점과 그들이 양성하고 조장하는 형태의 글들도 나름의 의미와 쓰임새를 가집니다.)
블로그를 키우기 위해 그들이 정한 규칙과 로직에 얽매이지 않고 저는 제 방식대로 공간을 운영해 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네이버가 짠 판에 숟가락을 조금씩 얹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제 안에 한 사람이라도 더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조급함이 생겼었나 봐요.
그리고는 스스로에게 조금 실망했습니다. 제가 실망한 것은 제가 온전히 ‘글쓰기’에만 집중하고자 했던 제 안의 오랜 소망을 이제야 마주하고 인정했다는 뒤늦은 깨달음 때문이었어요.
돌아보면 어린 시절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아이 었던 저는 독서를 통해 일찍 내면의 조숙함을 이루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용돈을 받으면 책방으로 쪼르륵 달려가 한 권 한 권 제목과 삽화를 음미하며 책을 골라 사는 것이 제 일상의 즐거움이었죠
5학년 때 읽은 폭풍의 언덕과 오만과 편견은 사람이 사람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줌과 동시에 시대와 인종을 관통하여 영원불변하게 존재하는 지극히 날 것의 인간성 그리고 때로는 고귀하고 때로는 저급한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사유와 그 복합적인 감정들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또래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이미 인간의 본성과 관계 사이에 얽힌 복합적인 감정에 관심이 많은 초등학생으로 자랐고 그래서인지 늘 인생이 외롭고 고독하다 느꼈습니다.
그렇듯 어린 나이에 경험한 감수성의 수준과 독서의 과몰입의 경지는 실로 놀라울 지경이었습니다.
-국민학교 저학년 시절 음향이 제공되는 카세트테이프 동화 전집을 읽고 듣다가 옥수수와 가지 악당이 무섭게 등장하는 장면에서의 효과음에 너무 무서워 소변을 찔끔 지리고 두려움에 온몸이 마비되어 소리도 내지 못하고 방문도 열지 못해 한참을 두려움에 떨었던 기억도 있지요.
-또 4학년 때는 발레를 소재로 한 백조의 호수, 지젤, 호두깎이 인형 등의 서적을 읽는데 특히나 정령이 된 지젤이 사랑과 배신과 오해로 얼룩진 회한의, 죽어야만 끝나는 고통의 춤으로 공작을 지켜낸 그 장면을 상상하고 또 상상하며 숨을 쉬지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발레를 한 번도 접하지 못했기에 도저히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지만 문장을 곱씹고 또 곱씹으며 저만의 발레를 그 몸동작에 담긴 주인공의 감정을 해석하고 공감해 낸 것이지요.
-6학년 때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사 오면 섬세하고 예민했던 기질에 영향을 받아 제 독서 습관은 그 시기부터 단절되었지만 여전히 가벼운 독서에서도 삶을 움직이고 일으키는 영감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독서의 역사는 일찍이 끊겼지만 글을 쓰고 말을 하는 것은 아주 좋아해서 고교시절 교내 글짓기 대회는 제출하는 족족 수상을 했던 기억이 있어요. 글을 굉장히 잘 쓰는 친구가 있었기에 그땐 저의 작은 재능에 저조차도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네요. 돌아보면 취준생 때도 자소설은 늘 좋은 평가를 받고 구술 면접이나 토론 면접에서도 늘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것 같아요. 지금이라도 ‘글쓰기’가 제 안의 작지만 나름 재능형 기량임을 인정하고 가벼이 일상을 공유하는 ‘블로그’와 글을 토해해는 ‘브런치’를 상호 보완하는 방향으로 병행하고자 합니다.
글과 문장은 평면의 지면이나 화면을 통해 읽히기에 그 안에 꿈틀대는 생명력을 흔히들 잊고 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사실, 강을 거슬러 오르는 꿈틀대는 ‘연어의 용맹함’과 용암이 뿜어내는 ‘압도적 열기’와 초신성을 탄생시키는 ‘폭발력’ 그 모든 것을 지니고 있습니다. 글은 인간이 창조해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산물이거든요. 앞으로 그 아름다움을 SNS라는 온라인 공간을 빌려 충실히 적어나가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_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