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시간이 결정적인 이유
귀가 막힌 것처럼 멍한 느낌, 윙 하는 이명, 소리가 한쪽에서만 뭉개지는 기분. 이런 증상이 갑자기 생겼다면, 그 순간부터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한다고 봐야 한다.
돌발성 난청은 말 그대로 갑자기 청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외이나 중이의 문제가 아니라 내이(달팽이관)에 생기는 이상으로, 신경 자체가 손상을 받는다. 치료 골든 타임이 있고, 그 시간을 놓치면 회복이 어렵다. 그런데 처음 생겼을 때 '귀 먹먹한 거겠지'라고 넘기는 경우가 너무 많다.
전형적인 돌발성 난청은 한쪽 귀에서 시작된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갑자기 한쪽 귀가 잘 안 들린다든지, 전화를 받다가 갑자기 상대방 목소리가 작아진 것처럼 느껴진다든지. 양쪽이 동시에 오는 경우는 드물고, 한쪽이 먼저 온다.
이명이 함께 오는 경우가 많다. 끊임없이 윙윙거리거나 삐 소리가 나는데, 이 이명이 청력 저하보다 더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어지럼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어지럼증이 있으면 메니에르병과 감별이 필요해서 더 정밀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귀 먹먹함을 비행기 탈 때나 엘리베이터 탈 때 느끼는 압력 변화랑 비슷하게 느끼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곧 괜찮아지겠지"하고 기다리다 시간을 놓친다. 귀가 먹먹한 게 하루 이상 지속된다면, 그냥 두면 안 된다.
돌발성 난청은 발병 후 빠르게 치료를 시작할수록 회복률이 높다. 일반적으로 72시간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을 황금 시간으로 본다. 2주 이내에는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1개월이 넘어가면 회복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진다.
문제는 이 질환이 갑자기 오는 만큼,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에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것이다. 이틀 정도 지켜보다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틀이 결정적인 회복 가능성을 줄이는 경우가 있다. 귀에 생긴 증상은 일단 빠르게 이비인후과를 찾는 게 맞다.
표준 치료는 고용량 스테로이드다. 염증을 빠르게 억제해서 내이 손상을 줄이는 방식이다. 경구 복용이 기본이지만, 중증이거나 경구 투여가 효과 없을 때는 고막을 통해 스테로이드를 직접 주입하는 고실 내 스테로이드 주사를 시도하기도 한다. 이 치료는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지만, 고막에 뭔가 주사한다는 게 처음엔 당황스럽다.
입원해서 집중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고, 외래로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면서 경과를 지켜보는 경우도 있다. 당뇨나 고혈압이 있으면 스테로이드 사용이 조심스러워지기 때문에,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더 세밀한 조절이 필요하다.
청력 손상이 오면 다른 감각 기관에도 무리가 가기 시작한다. 눈 건강 관리법처럼 감각 기관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리 지키는 게 치료보다 낫다는 말이 감각 기관에서는 더욱 절실하다.
치료를 빨리 시작했다고 해서 모두 완전히 회복되는 건 아니다. 약 1/3은 완전 회복, 1/3은 부분 회복, 1/3은 회복이 어렵다는 통계가 있다. 처음 청력 손실 정도가 심할수록, 치료 시작이 늦을수록 회복률이 낮아진다.
회복되지 않은 경우, 남은 청력을 보조하기 위해 보청기를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이 과정이 심리적으로 쉽지 않다. 갑작스럽게 청력을 잃는 경험 자체가 충격이고, 이명이 함께 남는 경우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다. 단순히 신체적인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스트레스가 발병과 관련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극도로 피로하거나 과로한 상태에서 돌발성 난청이 오는 경우가 많아서, 어떤 의미에서는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로 보기도 한다. 허리 통증 완화 스트레칭처럼 몸의 긴장을 푸는 습관이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 귀와 허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게 처음엔 낯설게 들리지만, 결국 몸 전체가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뜻이다.
한쪽 귀가 갑자기 먹먹하고 하루 이상 지속된다면 빠르게 이비인후과를 찾아야 한다. 이명이나 어지럼증이 함께 온다면 더욱 지체하면 안 된다. 청력 검사는 10~15분이면 가능하고, 이상이 있으면 즉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귀는 한 번 손상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기관이다. 시력이 떨어지면 안경으로 보완할 수 있지만, 청력은 보청기로 보완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돌발성 난청처럼 시간이 핵심인 질환에서 '기다려보자'는 판단이 가장 위험한 선택이 된다. 귀가 이상하다 싶으면, 일단 병원부터 가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