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함이 병이 될 때 — 갑상선 기능 저하증

늘 졸리고 무기력한 게 게으름이 아니었다

by 미니어드

몇 년 전에 주변 사람이 갑상선 기능 저하증 진단을 받았다. 그 전까지 그 사람은 그냥 유독 피곤한 사람이었다. 항상 졸려 보이고, 조금만 움직여도 지친다 했고, 겨울이면 유독 손발이 차다고 했다. 게으른 거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진단이 나오고 나서야 그게 병이었다는 걸 알았다. 피곤함을 피곤함으로만 보다가 놓친 것이다. 갑상선은 몸의 에너지 공장 같은 곳인데, 거기서 호르몬이 덜 나오면 몸 전체가 슬로 모션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증상이 너무 일상적이라는 게 문제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까다로운 이유는 증상 하나하나가 너무 흔하다는 데 있다. 피로, 무기력, 체중 증가, 추위를 잘 탐, 변비, 피부 건조함, 머리카락이 가늘어짐. 어느 것 하나 딱 봐서 '이건 갑상선 문제다'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그냥 나이 들면서 생기는 변화겠거니, 요즘 스트레스가 많아서겠거니 넘기기 쉽다.


특히 여성에게 훨씬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라서, 여성들이 느끼는 만성 피로나 무기력을 호르몬 문제나 갱년기 전조 증상으로만 보다가 갑상선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혈액검사 한 번으로 알 수 있는데, 그 검사를 받을 이유를 못 찾은 것이다.


몸이 전반적으로 처지는 느낌은 수면과도 연결된다. 아침 공복에 물 한 잔이 장 운동을 돕듯, 갑상선 기능이 저하되면 소화 속도까지 느려져 변비가 오고 몸 전체가 둔해진다. 증상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어떤 증상이 쌓이면 의심해볼 만한가

피로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런데 몇 가지가 겹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유독 추위를 타게 됐다, 목소리가 쉬어있는 날이 많아졌다, 얼굴이 붓는다, 집중이 안 된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 이런 증상들이 동시다발로 나타나면 갑상선 검사를 받아보는 게 낫다.


갑상선이 눈에 보이게 붓거나 목에 혹이 만져지는 경우도 있다. 그건 갑상선 종양이나 갑상선염과 관련될 수 있어서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갑상선 종양은 별개의 문제지만, 같은 부위에서 생기다 보니 검사에서 함께 확인되는 경우도 있다.



진단과 치료는 단순하지만 오래 걸린다

혈액검사에서 TSH(갑상선 자극 호르몬) 수치를 보면 기능 저하 여부를 알 수 있다. 수치가 높다는 건 뇌에서 갑상선에게 "더 일해"라고 계속 신호를 보내는 중이라는 뜻인데, 갑상선이 그 신호에 반응을 못 하고 있다는 의미다.


치료는 부족한 호르몬을 약으로 보충하는 방식이다. 보통 레보티록신이라는 약을 매일 복용한다. 복용법이 중요한데, 빈속에 먹고 30분~1시간 뒤에 식사해야 흡수가 잘 된다. 이 타이밍을 어기면 약효가 떨어진다. 처음엔 이게 생각보다 번거롭다.


약을 먹기 시작하면 몇 주 안에 피로가 개선되는 걸 느낀다. 그런데 그렇다고 임의로 끊으면 안 된다. 갑상선 기능이 회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평생 복용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정기적으로 TSH 수치를 확인하면서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간과하기 쉬운 생활 속 관리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있을 때 일부 식품이 갑상선 기능을 더 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특히 생 브로콜리, 배추 같은 십자화과 채소를 과하게 먹는 게 문제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익혀 먹으면 영향이 줄어든다. 의사마다 의견이 조금씩 달라서 혼란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더 확실한 건 피로 관리다. 봄철 춘곤증 원인과 해소법을 찾아보면 갑상선 기능 저하증 증상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걸 알게 된다. 계절 탓으로만 돌리다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가 거기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꾸준한 추적 검사다. 증상이 좋아졌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갑상선 호르몬 수치는 스트레스, 임신, 체중 변화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최소 6개월~1년에 한 번은 확인해야 한다. 몸이 괜찮다고 느껴도 수치가 달라져 있는 경우가 있다.



병원에 가기 전, 기록을 해두면 좋다

언제부터 피곤해졌는지, 어떤 증상이 새로 생겼는지, 체중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메모해 두면 진료에 도움이 된다. 의사에게 "그냥 요즘 피곤해요"라고 하는 것과 "3개월 전부터 피로가 심해지고 체중이 3kg 늘었고 변비가 생겼어요"라고 하는 건 전달되는 정보의 양이 다르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드라마틱한 병이 아니다. 증상이 서서히 오고, 치료도 서서히 진행된다. 그래서 더 놓치기 쉽고, 오래 방치되기 쉽다. 피곤함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습관이 진단을 미루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것, 그게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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