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을 밟으며 꽃터널을 통과하는 일에 대하여
자전거를 타고 벚꽃 길을 달리면 걸어서는 얻을 수 없는 감각이 생긴다. 꽃터널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분홍빛 지붕이 머리 위로 빠르게 지나간다. 바람이 일고 꽃잎 몇 장이 날아온다. 그 2~3초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봄은 속도가 느린 계절이다. 겨울처럼 한 가지 색으로 가득 차 있지 않고, 여름처럼 압도적이지도 않다. 조금씩, 곳곳에서 다른 것들이 피어나는 계절이다. 자전거는 그 조금씩을 포착하기에 좋은 이동 수단이다. 차로 달리면 지나쳐버릴 풍경이 자전거 속도에서는 잡힌다.
걸어서 보면 더 자세히 볼 수 있지 않냐고 할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자전거에는 바람이 있다. 페달을 밟을 때 느껴지는 근육의 움직임과 함께 오는 바람, 그 바람 안에 벚꽃 향기가 섞이는 순간이 있다. 그걸 걸으면서 느끼기는 어렵다.
한강 자전거 도로는 봄이면 특히 좋다. 여의도 한강공원 쪽 구간은 벚꽃 시즌에 사람이 워낙 많아 자전거 타기가 쉽지 않지만, 조금 이른 아침에 나가면 여유가 생긴다. 해가 뜨기 전 연분홍 꽃잎이 강 위로 반사되는 장면은 낮에 보는 것과 전혀 다른 풍경이다.
서울을 벗어나면 더 여유롭다. 경기 구간의 자전거 도로들, 특히 한강 자전거길이 연결된 일부 구간에서는 벚꽃 나무가 길게 이어지는 지점들이 있다. 벚꽃 명소와 관련된 정보를 담은 글을 먼저 참고해두면 코스 짜는 데 도움이 된다.
지방으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경주 보문단지 쪽이나 전남 지역의 일부 국도는 차량보다 자전거 속도가 더 어울린다. 느리게 달리면서 옆으로 펼쳐지는 벚꽃 풍경을 즐기는 것, 그게 벚꽃 자전거 여행의 핵심이다.
같이 가는 것도 좋지만 혼자 달리는 벚꽃 길이 더 좋을 때가 있다. 속도를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고, 멈추고 싶을 때 그냥 멈추면 된다. 사진을 찍을지 말지도 눈치 볼 필요 없다. 그냥 좋으면 세우고, 그냥 달리고 싶으면 달리는 거다.
작년 봄에 혼자 한강을 따라 두 시간 정도 달렸다. 아무 계획도 없이, 그냥 자전거 타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나간 날이었다. 뚝섬 쪽에서 벚꽃이 거의 다 진 자리를 지나면서 조금 아쉬웠는데, 조금 더 달리니 아직 활짝 핀 구간이 나왔다. 그 대비가 묘하게 좋았다. 이미 진 꽃 옆에 아직 핀 꽃이 있다는 게, 계절이 고르게 오지 않는다는 게.
자전거로 벚꽃 길을 달릴 때 어느 정도 속도가 적당하냐는 게 사실 중요한 문제다. 너무 빠르면 꽃이 안 보이고, 너무 느리면 뒤에서 오는 사람들에게 민폐가 된다. 사람이 많은 구간에서는 그냥 내려서 끌고 걷는 게 나을 때도 있다.
그 애매한 속도 안에서 벚꽃 길이 가장 예쁘게 보이는 것 같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그냥 바람 한 방향으로 달릴 때. 꽃잎이 날아오면 핸들을 살짝 꺾어야 할 것 같다가도 그냥 맞는 거다. 그게 자전거로 봄을 즐기는 방식이다.
올봄에 아직 자전거를 꺼내지 못했다면, 3월 벚꽃이 가장 먼저 피는 국내 여행지를 정리한 글을 보고 행선지를 잡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자전거 여행지를 고를 때 참고가 된다.
벚꽃이 질 때가 피었을 때만큼 좋다. 바람에 꽃잎이 날리는 장면을 자전거를 멈추고 한참 봤던 적이 있다. 분홍 눈이 내리는 것 같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예뻤다. 자전거 위에서 그 장면을 만나는 건, 이동 중에 갑자기 선물을 받는 기분이다.
봄에는 꼭 자전거를 타야겠다고 생각한다. 매년 같은 생각을 하고, 매년 실행하는 편이다. 그게 나만의 봄맞이 방식이 된 지 꽤 됐다. 올해도 그 방식으로 봄을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