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쉬는 시간인 이유
주말농장을 시작한 건 순전히 충동이었다. 친구가 주말에 시간 있으면 나랑 같이 가자고 했고, 별 생각 없이 따라갔다. 그런데 그게 벌써 두 해 전 이야기다.
주말농장은 어떤 곳일 거라고 막연히 상상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고개 숙이고 일하는 그런 곳. 그런데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젊은 사람들도 많았다.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도 있고, 나처럼 혼자 온 사람도 있었다.
첫날은 그냥 구경하다가 왔다. 한 구획을 빌려서 뭔가를 심어야 한다는 게 실감이 안 났다. 땅이라는 게 막상 내 앞에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다. 하지만 옆에서 일하는 분이 씨앗 몇 개를 건네줘서 그냥 심었다. 강낭콩이었다.
흙을 손으로 만질 때 느껴지는 감각이 있다. 차갑고, 약간 눅눅하고, 뭔가 쥐면 뭉쳐지는 그 질감. 처음엔 그냥 흙이었는데, 자꾸 만지다 보니 이게 생각보다 묘하게 진정이 된다. 머릿속에서 이것저것 돌아가던 것들이 잠깐 멈추는 느낌이랄까.
일주일 내내 화면만 보다가 주말에 흙을 만지면 뭔가 리셋이 되는 기분이다. 심리적인 것인지, 아니면 흙에서 뭔가 나오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분이 나아지는 건 사실이다. 나중에 찾아보니 흙 속 미생물이 세로토닌 분비를 돕는다는 연구도 있다고 한다.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 모양이다.
강낭콩을 직접 심어보고 싶다면 강낭콩 파종부터 수확까지의 재배 과정을 먼저 읽어두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농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길지 않다. 이른 오전에 가서 두 시간 정도 일하고 돌아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 두 시간이 일주일을 버티게 해주는 것 같다는 게 좀 과장인가. 실제로 월요일 아침이 전보다 덜 무겁게 느껴지는 건 분명하다.
작물이 자라는 속도를 보는 재미도 있다. 지난주에는 새싹이었던 것이 이번 주에는 잎이 세 장이 되어 있고, 다음 주에는 꽃이 피고, 그다음 주에는 열매가 달린다. 그 변화를 매주 직접 확인하는 것이 작은 성취감을 준다. 내가 뭔가를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주말농장을 다니면서 시간에 대한 감각이 달라진 것 같다. 평소에는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은 주가, 농장에 오면 지난 일주일 동안 작물이 얼마나 자랐는지로 측정된다. 수치가 아니라 자연의 리듬으로 시간을 보는 것이다.
흙을 만지는 일은 그냥 농사가 아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그것은 잠깐 멈추는 일이고, 화면 밖에서 뭔가를 하는 일이고, 기다리는 것을 연습하는 일이다. 가지를 처음 심어보고 싶다면 가지 파종 시기와 텃밭 재배 방법도 참고해볼 만하다. 주말농장 초보에게 맞는 내용이 잘 담겨 있었다.
다음 주에도 갈 것이다.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흙이 보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