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산행, 새로운 시작
4월 15일, 지리산 종주 초입인 반야봉 아래에 서 있었다. 날씨는 맑았지만, 새벽의 찬 기운이 옷깃을 스치는 것이 느껴졌다. 기온은 아마 5도 정도 되었을 것이다. 옅은 안개가 산 능선을 감싸고 있었고, 그 사이로 붉게 물든 진달래꽃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숲은 촉촉한 흙냄새와 이름 모를 풀들의 향기로 가득했고, 새들의 지저겻는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오래전부터 지리산 봄 산행을 꿈꿔왔기에, 설렘과 기대감이 가슴 벅차올랐다. 짐을 챙기느라 잠 못 이룬 밤들을 생각하며, 발걸음을 내딛었다. 며칠 전, 친구가 “혹시 길을 잃으면 어쩌려고?”라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 마. 내가 잘 찾아다닐게.”라고 답했었다. 그리고 지금, 그 말이 무색하게, 낯선 풍경 속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반야봉을 향해 오르는 길은 생각보다 가파랐다. 숨이 차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니, 짙은 녹음 속에 흩어져 있는 집들이 장난감처럼 보였다. 저 멀리 보이는 구름은 솜사탕 같았고, 맑은 하늘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그때 지리산 둘레길, 봄에 걷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를 프린트해두었던 것이 떠올랐다. 예상치 못한 만남의 장소, 쉼터, 그리고 안전을 위한 주의사항 등등. 꼼꼼하게 준비한 덕분인지, 막히는 부분 없이 즐겁게 산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맑은 공기를 마시며 그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 지리산의 봄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었다.
점심시간, 바위 위에 앉아 김밥을 먹고 있었다. 땀으로 젖은 옷을 닦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은 더욱 뭉쳐져 솜사탕을 삼킨 듯 부풀어 있었고, 햇살은 따스하게 등을 감싸 안았다. 옆에 있던 산행 동반자가 “이런 풍경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데, 정말 멋지다.”라고 감탄했다. “그러게. 힘들게 왔지만, 정말 보람 있다.”라고 답하며, 김밥을 한 입 더 먹었다. 산행은 힘든 일이지만, 그만큼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앞으로도 지리산의 봄을 찾아, 새로운 도전을 계속할 것이다.
둘째 날,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은 유람선에 탄 듯 평화로웠다. 맑은 물소리는 귓가를 간지럽혔고, 햇살은 물결을 반사하며 반짝였다. 숲은 더욱 짙어졌고, 이름 모를 새들의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숲은 끊임없이 새로운 만남을 선물했다. 앞서가던 노인이 “젊은이, 산은 인생과 같으니,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가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춰 서서, 노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깊은 주름과 함께 묻어나는 지혜가 느껴졌다. 푸켓 숙소 완전 가이드를 훑어보며, 언젠가는 저 먼 곳도 가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곳 지리산의 봄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숲은 어둠에 잠기고, 매미 소리가 더욱 크게 울려 퍼졌다. 짐을 정리하고 잠자리를 들었을 때, 문득 고향의 따뜻한 집이 그리워졌다. 하지만, 곧 숲의 밤은 나를 위로했고, 편안한 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새벽, 일찍 눈을 뜨니, 창밖에는 짙은 안개가 덮여 있었다. 세상과 단절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곧 해가 떠오르며, 안개는 걷히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숲은 언제나 나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었다. 지리산의 봄은 이렇게 나를 감싸 안았다.
산행 중 만난 다른 산행객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험난한 산길을 함께 걸어온 사람들과의 식탁은,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끈끈했다. 서로의 산행 경험을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다음에는 꼭 함께 종주하러 오세요.”라는 인사가 오갔고, 우리는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지리산의 봄은 이렇게, 고독과 만남을 동시에 선물했다. 앞으로도 지리산의 봄을 찾아,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갈 것이다.
마지막 날, 하산하는 길은 아쉬움으로 가득 찼다. 맑은 공기와 숲의 향기를 다시 맡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발걸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리산의 봄은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해가 뜨고, 따스한 햇살이 쏟아졌다. 숲은 더욱 푸르러 보였고, 진달래꽃은 더욱 붉게 빛났다. 앞으로도 지리산의 봄을 찾아, 새로운 도전을 계속할 것이다. 해외로 나가는 날이 오면 인천공항 스마트패스 등록 방법부터 해두겠다고 마음먹었다. 꼼꼼한 준비만이 즐거운 여행을 만든다는 것을 알기에.
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지리산의 봄은 나에게 새로운 용기를 주었다. 앞으로도 닥쳐오는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나아갈 것이다. 숲 속에서 느꼈던 평화로움과 행복함은, 가슴에 새겨진 풍경처럼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땀과 노력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추억은, 앞으로도 나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지리산의 봄은, 나의 인생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다음에는 어떤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까. 설레는 마음으로, 또 다른 여행을 꿈꾸며, 나는 잠자리에 들었다. 지리산의 봄은, 나에게 영원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