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혼자 라이딩

차가운 빗줄기, 고독한 풍경

by 미니어드

비 오는 날의 시작

2024년 5월 16일, 서울 강남의 빗길이었다. 기온은 섭씨 16도까지 내려앉았고, 축축한 공기는 눅눅한 옷깃을 맴돌았다. 굵은 빗줄기가 쉴 새 없이 떨어져 시야를 가렸지만, 나는 헬멧을 쓰고 자전거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자전거 바퀴에 부딪혀 톡톡 튀는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고, 차가운 빗줄기가 옷을 적시는 감촉은 묘하게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젖은 아스팔트 위로 반사되는 네온사인 불빛은 캔버스에 흩뿌려진 물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빗소리에 섞여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 경적 소리는 왠지 모르게 쓸쓸하게 느껴졌다. 젖은 벤치에 앉아있는 노숙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멍하니 비를 맞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인사를 건네고 싶었지만, 괜히 그의 고요를 깨고 싶지 않아 다시 페달을 밟았다. 빗속을 달리다 스쳐 지나간 누군가의 향기에, 향수 고르는 방법이 생각났다.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졌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하나둘씩 쉼터로 사라졌다. 나는 꿋꿋이 페달을 밟으며 강변북로를 달렸다. 젖은 자전거 타이어는 노면을 움켜쥐며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 듯했다. 빗물에 젖은 콘크리트 벽면은 어두운 회색빛을 띄고 있었고, 그 위로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은 눈물처럼 보였다. 한참을 달리고 나서, 나는 한 카페에 들렀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빗소리는 백색소음 수준으로 잔잔하게 귓가를 울렸다. 옆자리에 앉은 여성은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타이핑하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매우 진지해 보였다.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걸고 싶었지만, 괜히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춥지 않아?” 옆자리에 앉은 여성이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예상보다 가늘었다. “아, 아니요. 괜찮아요. 오히려 시원한 것 같아요.” 나는 쑥스러운 듯 대답했다. “혼자서 라이딩하는 거 좋아해?” 그녀가 다시 물었다. “네, 좋아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거든요.”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다시 노트북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그녀의 시선이 느껴지는 듯했다. 나는 다시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셨다. 따뜻한 커피는 차가운 몸을 녹여주는 듯했다. 빗소리는 여전히 멈추지 않았지만, 나는 더 이상 쓸쓸함을 느끼지 않았다.





고독과 연결

강변북로를 벗어나 동네 골목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좁은 골목길은 빗물로 인해 더욱 어둡고 좁아 보였다. 낡은 건물 벽에는 덩굴 식물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고, 빗물에 젖은 잎사귀는 짙은 녹색을 띠고 있었다. 골목길을 걷는 노인 하나가 내 모습에 눈을 돌렸다. 나는 그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묿다. 빗물에 젖은 그의 얼굴은 더욱 험상궂어 보였다. 어릴 적 살던 동네가 떠올랐다. 그때는 비 오는 날이면 엄마가 따뜻한 우유를 끓여주셨다. 나는 엄마의 따뜻한 손길을 그리워했다. 지리산 둘레길을 저장해 뒀던 기억이 났는데, 그날도 나는 결국 자전거를 탔다.


골목길을 한참 돌아다니는데, 문득 낯선 여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는 카페에서 나에게 말을 걸어주었다. 그녀의 따뜻한 미소는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그녀에게 다시 연락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연락처는 없었다. 빗물에 젖은 자전거 타이어는 미끄러워 페달을 밟기가 힘들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페달을 밟으며 집으로 향했다. 빗소리는 여전히 멈추지 않았지만, 나는 더 이상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다. 빗물에 젖은 옷은 무거웠지만, 마음은 가벼워졌다. 나는 빗속을 달리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혼자서 라이딩하는 것은 고독하지만, 동시에 나 자신과 연결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어느덧 집이 눈 앞에 나타났다. 젖은 자전거를 세워두고 현관문을 열었다. 빗물에 젖은 신발은 바닥에 물웅덩이를 만들었다. 나는 신발을 벗고 젖은 옷을 갈아입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싶었지만, 피곤해서 그냥 침대에 누웠다. 창밖에는 여전히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잠시 동안 빗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빗물에 젖은 풍경은 꿈속의 한 장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나는 따뜻한 차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빗소리는 자장가 수준으로 나를 달랬다. 나는 행복했다.





일상의 회상

따뜻한 물을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니, 빗줄기가 더욱 잦아지는 듯했다. 젖은 자전거를 세워둔 곳을 보니, 왠지 모르게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다시 한번 자전거를 타고 싶어졌지만,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았다. 빗물에 젖은 창밖 풍경은 흑백 영화 수준으로 느껴졌다. 빗소리는 나의 심장 소리 수준으로 들렸다. 나는 빗소리에 맞춰 나만의 리듬을 만들어냈다. 빗물에 젖은 아스팔트는 미끄러웠지만, 나는 꿋꿋이 페달을 밟았다. 빗물에 젖은 나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젖은 옷은 무거웠지만, 마음은 가벼워졌다. 빗물에 젖은 나의 머리카락은 헝클어졌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나는 빗속에서 춤을 추는 아이들을 보았다. 그들의 얼굴은 웃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들의 모습에서 잃어버렸던 순수함을 느꼈다. 나는 그들에게 함께 춤을 추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괜히 어색해질 것 같아 다시 페달을 밟았다. 빗물에 젖은 나의 몸은 차가웠지만, 마음은 따뜻해졌다. 나는 빗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나는 빗속에서 자유를 느꼈다. 나는 빗속에서 행복을 느꼈다. 나는 빗속에서 나를 잃었다. 그리고 다시 찾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한 가게 앞에 정차한 택시를 보았다. 택시 뒷유리에 비친 나의 모습은 젖은 강아지 같았다.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집에 돌아와 미지근한 물을 틀다가, 샤워기 헤드 교체 방법이 뒤늦게 생각났다. 나는 샤워기 헤드 교체 도구를 찾아 유튜브 영상을 보았다. 샤워기 헤드 교체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나는 몇 분 만에 샤워기 헤드를 교체할 수 있었다. 따뜻한 물을 틀고 샤워를 했다. 젖은 몸은 따뜻한 물에 의해 편안해졌다. 나는 샤워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 빗소리는 여전히 멈추지 않았지만, 나는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빗속에서 혼자 라이딩하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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