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비단 Jan 12. 2021

비대면 수업은 불평등합니다

비대면 수업이 불러온 교육격차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상을 휩쓴 지 1년이 넘었다. 조금 잠잠해지나 싶으면 다시 확산이 일어나고, 그렇게 2학기에는 학교에 갈 수 있겠지 하던 학생들은 또 다시 비대면 원격 수업을 받게 되었다. 비대면 수업은 교육계에서 오래전부터 다뤄왔던 주제다. 그러나 이렇게 갑작스럽게 모든 학교 수업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될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덕분에 충분한 논의 없이 학교 교육은 비대면 수업을 맞이하였다.


 누군가는 코로나19 사태가 교육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오프라인 세계에서만 가능하리라 믿었던 학교 수업은 막상 해보니 온라인으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교육의 세계가 확장되었다. 이 덕분에 교육계에서는 미래교육에 관한 담론이 활발해졌고, 정보통신기술을 교육에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일말의 실마리를 얻었다.


 그러나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는 과정이 너무나 급작스럽고, 강제적이었다. 사실상 선택의 여부가 없었다. 개학을 미루고 미루다 어쩔 수 없이 전면 비대면 수업을 실시하게 되었고, 이로 인한 혼란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 혼란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대비가 안 되어 있었다. 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비대면 수업을 강행했다. 많은 교육 전문가들이 원격으로 이루어지는 비대면 수업이 더 큰 교육격차를 일으킨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비대면 수업이 교육격차를 어떻게 일으키는 걸까?



비대면 수업은 어떻게 교육격차를 야기할까


 비대면 수업이 교육격차를 일으키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가정형편, 디지털에 대한 이해도 차이, 장애 학생을 위한 지원 부족이 있다.


1. 가정의 경제 수준이 교육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빈부격차로 인한 교육격차는 오래전에도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고,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다. 이 현상은 완전히 막을 수 없다. 학교의 존재는 빈부격차로 인한 교육 양극화를 어느 정도 막아주는 역할을 하였다. 모든 학생이 집이 잘사는지 못사는지 상관없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수업을 듣고, 같은 활동을 하고, 같은 음식을 먹게 해주는 역할을 하던 것이 학교이다. 학교는 학생을 가정에서 분리하고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교육격차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공교육으로써 최소한의 방어선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그 방어선이 무너졌다. 학생은 가정에서 학교 수업을 듣고, 그 어떤 때보다 집 안에 있는 시간이 가장 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로 인해 가정환경과 가정의 경제형편이 공교육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가정의 소득 수준이 비대면 수업을 듣는 학생에게 어떻게 영향을 줄까?


    ① 수업을 받기 위해서 전자기기가 필요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온라인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온라인 기기가 필요하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경기도 초중고 학생,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학생의 18%가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전자기기가 없다고 답하였다. 한 반에 학생이 20명이라면, 그중 4명 정도는 전자기기가 없어 수업을 듣기 힘든 것이다.


    ② 인터넷 속도가 학습에 영향을 준다

고속 인터넷이 설치된 집이라면 쾌적하게 온라인 수업을 들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집은 계속 버벅거리고 끊기는 영상 때문에 제대로된 수업을 들을 수 없다. 그나마 한국은 인터넷 보급률이 높기라도 해서 망정이지, 다른 나라는 인터넷 보급률이 50%도 안 되는 곳도 있다. 수업을 아예 못 듣는다. 인터넷이 없어서. 인터넷비를 낼 형편이 안 돼서.


    ③ 수업을 받는 곳이 집이다

교육이 행해지는 물리적 환경이 집이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을 비교했을 때 고소득층 학생이 집중이 잘 되는 좋은 환경을 갖춘 집에 산다. 저소득층 아이는 자기 방 하나 없이 거실에서 부모님이 설거지를 하고, 어린 동생들이 뛰어노는 와중에 수업을 들어야 한다.


    ④ 부족한 공부는 사교육으로

교사들이 온라인 수업은 서툴다 보니 수업의 질이 떨어지고, 학습결손이 나타난다. 고소득층 학생은 이를 사교육으로 메꾼다. 저소득층 학생은? 당연히 그런 거 없다. 예전보다 공교육에 사교육이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⑤ 도우미가 부모님뿐

학교에는 선생님이 계시지만, 집에는 부모님밖에 없다. 학생이 도움을 요청할 도우미가 부모님밖에 없는 것이다. 고소득층 가정은 부모가 교육에 관심이 많고 여유도 있어서 학생을 이것저것 많이 도와준다. 저소득층은 부모님들이 맞벌이하느라 바쁘시다. 보호자가 조부모일 경우 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⑥ 생활습관이 망가진다

학교에는 매일 똑같은 등교시간이 있고, 영양이 풍부한 급식이 있다. 통계조사 결과 비대면 수업을 실시하면서 저소득층 학생은 수면, 음식 등과 같은 생활습관이 고소득층 학생에 비해 매우 망가졌다. 저소득층 학생들은 잠에 들고 일어나는 시각이 늦어지고, 편의점 도시락과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채우는 비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⑦ 사회성과 정서 건강이 망가진다

어린 학생의 경우 학교에 가는 게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친구들과 만나서 함께 놀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사회성을 기르고, 정서적 안정을 찾는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친구들을 못 만나게 되었다. 더군다나 저소득층 학생들은 맞벌이 등의 이유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이로 인해 사회성과 정서 건강이 나빠진다.


2. 디지털 격차로 인한 교육격차


 '디지털 리터러시'라는 개념이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란 쉽게 말해서 디지털에 대한 접근성, 이해도, 활용 능력 등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디지털 미래 사회에서 성장하고 살아갈 학생들이 갖춰야 할 능력이다. 글을 읽지 못하면 현대 정보 사회에서 살아가기 어려운 것처럼, 디지털을 모르면 미래 디지털 사회에서 살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디지털 리터러시는 미래 교육에 있어 핵심적인 역량이다.


 국어를 배우기 전에 한글을 먼저 배우는 것처럼, 디지털 수업을 하기 앞서 디지털에 대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펜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느닷없이 원격 수업이 학교 수업을 꿰찼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아직 안 됐는데 말이다. 당연히 학생들 사이에 디지털 리터러시가 차이 날 수밖에 없다. 즉 학생들 사이에 '디지털 격차'가 나타난 것이다.


 요즘 애들은 죄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잘 다루지 않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어린 학생들은 디지털 기기를 자신이 좋아하는 용도로만 사용한다. 유튜브, 게임, 인터넷 등을 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스마트폰으로 공부하는 법이나, 인터넷에서 양질의 정보를 찾는 법은 교육을 받지 않는 이상 잘 모른다.


 또한 디지털 기기에 얼마나 익숙한지도 다 다르다. 이 문제는 앞서 말한 가정형편과도 연결이 된다. 디지털 기기를 처음 접한 시기가 5-7세인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디지털 기기를 일찍 접할수록 디지털에 익숙하고, 잘 다룬다는 소리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고소득층 가정에서 자라는 학생이 비교적 일찍 디지털 기기를 접한다.


 디지털을 잘 다루는 학생과 잘 다루지 못하는 학생. 둘 중 누가 디지털 수업에 잘 적응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없이 비대면 수업이 계속 이어진다면, 디지털 격차로 인한 교육격차는 앞으로 점점 커질 것이다.



3. 장애 학생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


 현대 교육은 비장애 학생 위주로 설계되었다. 그렇기에 장애를 가진 학생은 학습에 있어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았다. 이러한 불편한 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특수교육'이란 이름으로 장애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 여러 지원이 존재한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고 나서 문제가 생겼다. 비대면 수업에 장애 학생을 위한 지원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초중고의 경우, 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 학급이나 특수 교사가 존재한다. 학교 수업을 특수 학급에서 받거나, 특수 교사의 도움을 받으며 학습했다. 그러나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면서 특수 학급은 꿈도 못 꾸게 되었고, 특수 교사의 역할은 부모 몫이 되었다. 특히나 저연령 발달장애 학생의 경우, 사회성 향상과 문제행동 교정을 위해 등교가 매우 중요하다. 등교를 못 하니 사회성을 기르지 못하는 것은 물론, 문제행동이 악화된다. 정부는 1:1 맞춤형 교육이나 방문교육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확실한 지침이 없어 특수교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장애학생은 실시간 원격 수업에서 극심한 불편을 겪는다. 시각이나 청각 장애가 있는 경우 실시간 화상수업에서 소통의 문제가 심각하다. 대면 수업과 달리, 비대면 수업에서는 교사에게 질문을 하거나 즉각적인 도움을 받기 어렵다. 또한 교사의 지시를 따르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다.


 실시간 수업이 아니더라도 문제는 여전하다. 장애학생을 위한 교육컨텐츠가 부족하다. 초중고 학생들이 비대면 수업에 이용하는 EBS 동영상 강의 대부분은 자막이나 수어 기능이 없다. 대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학 강의 사이트의 경우 시각 장애 학생 입장에서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 사이트가 들어가 강의를 재생하는 것부터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강의 대부분이 자막이 없다. 자막을 넣는 것이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학교의 번거로움으로 인해 학생의 학습권이 박탈당하는 것이다.


 장애 학생의 학습권 침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새로 생긴 것이 아니다. 이전부터 존재하던 불평등이 코로나19 사태로 눈에 띄게 드러난 것이다. 헌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차별받지 않고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그것은 장애인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공교육은 장애 학생이 차별 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과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 공인 교육 사이트인 EBS 강의에도 자막이 없고, 비싼 학비를 내며 다니는 대학교 강의 영상에 자막이 달리지 않는, 장애 학생의 디지털 교육을 위한 기본적인 기능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미래 디지털 교육 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교육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교육은


 우리 사회는 비록 강제적이긴 했으나 코로나19 사태를 겪었다.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사회는 변할 것이다. 교육 또한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이후 시대에서 이제 디지털 교육은 우리의 일상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우리는 이 사태를 교육혁신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혁신을 방해하는 교육격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교육의 공공성은 모든 학생은 교육받아야 한다는 교육의 핵심적인 개념이다. 교육격차는 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한다. 교육격차가 존재하면 교육혁신은 불가능하다. 아무쪼록 모두가 힘내어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교육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여 바람직한 교육혁신을 이루었으면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