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이라 들어가려던 순간, 선배가 팔을 붙잡았다

" 까꿍… 누가 숨어있을 줄은 몰랐지? ”

by 박실장

“공실이라네요. 바로 명도 들어가시면 되겠어요.”

입찰 전부터 들었던 말이다.
점유자도 없고, 현황상 ‘공실’이라 하니 더 볼 것도 없단 듯,
사람들은 손쉽게 이 물건을 추천했다.
박실장 역시 그 말을 믿었다.

낙찰이 되고, 법원 매각허가결정이 떨어지고,
이제 정말 집을 보러 갈 날이 되었다.
“이제 내 집이구나” 싶은 설렘과 함께,
문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손이 문고리에 닿기도 전에,
뒤에서 누군가가 박실장의 팔을 살짝 붙잡았다.

“야, 박실장. 지금 들어가면 안 돼.”

고개를 돌려보니, 경매 선배였다.
현장에 우연히 같이 오게 된, 실무 경험 많은 분.

“왜요? 공실이잖아요.”

“공실이라도, 사람이 점유하고 있었던 흔적이 남아 있을 수 있어.
현관 앞에 신문 하나, 우편물 하나만 있어도
그건 네가 멋대로 들어가면 안 되는 이유가 되는 거야.”

그날 박실장은 처음 알았다.
공실이라는 건 ‘사람이 안 산다’는 뜻이 아니라,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 살았을 가능성’이란 뜻일 수 있다는 걸.

혹여라도 안을 둘러본다고 문을 열었다가,
주거침입죄로 고소당하는 사례도 있다는 얘기를 그때서야 들었다.

실제로 합의금 몇 백만 원 물고 끝난 사람도 있고,
운 나쁘면 형사합의 없이 처벌받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까지.


경매를 공부하면서,
늘 “이건 법적으로 되니까 괜찮겠지”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현장은 늘 법보다 한 발 앞서 있었다.
사람의 흔적, 감정, 오해, 갈등…

서류에선 보이지 않는 것들이 문 앞에서 항상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 선배가 팔을 붙잡지 않았다면 아마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었을 것이다.

법보다 무서운 건 사람이고, 사람보다 무서운 건 내 무지였다.


그 후로 ‘공실’이라는 말에 쉽게 마음을 놓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까꽁... 누가 숨어있을 줄은 몰랐지? ” 왠지 싸한 느낌이었다.



� 글쓴이 | 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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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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