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허밍, 35세, 회사원, 결혼 5년 차다.
회사 책상 위엔 끝내지 못한 보고서가 쌓여 있고,
노트북 화면은 깜빡이며 상사의 메일을 띄우고 있다.
“내일 아침까지 수정.” 한숨이 나온다.
밤 10시. 야근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니
거실에선 남편, 재훈이 뉴스를 보고 있다.
“오늘은 좀 늦었네.” 그의 목소리는 늘 그렇듯 건조하다.
“응, 회사 일이.” 라고 대답하며 나는 옷방으로 들어와 방문을 닫았다.
이게 우리 부부의 일상이다.
급여는 제때 나오고, 큰 싸움도 없다.
하지만 가끔, 가슴 한구석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진다.
지난주, 회사 창고를 정리하다 낡은 다이어리를 발견했다.
가죽 표지는 바래져있었고 누가 잃어버린 물건 같았다.
주인을 찾아줄 생각에 가방에 넣어 놓고는 깜빡 잊어버리고 집까지 가져와버렸다.
요즘 왜이리 정신이 없는걸까 한탄하면서 다이어리를 펼쳐보았다.
이상하게도 첫 페이지에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허밍, 2025년 10월 29일.”
그 아래 낯선 글씨로 이어서 적힌 문장.
“지랄말고 사랑해. 홍대역 3번 출구, 밤 10시.”
이게 뭔 말같지도 않는 소리지..?
누군가 나에게 장난을 치려고 둔 물건일까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소름이 끼쳤다.
다이어리 안에는 나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차있었다.
나의일상, 나의감정까지도..
혼란스런 마음에 친구 지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밍, 그거 위험해 보여. 당장 버리는게 좋을 것 같아.”
지연은 내 유일한 절친, 12년 넘게 내 고민을 들어준 12년지기 친구다.
그런 친구의 조언에도 나는 망설였다.
“그냥 버리기엔… 뭔가 좀 이상해. 내가 다시 전화할게 지연아” 라고 도망치듯 전화를 끈었다.
한참을 고민 후에 다이어리를 결국 가방에 다시 넣었다.
그리고 책상 위 달력을 보고는 오늘 날짜를 확인했다.
<10월 28일>
다이어리에 적힌 일정은 내일이었다.
그래 일단 내일 가보자!
방문을 열고 거실의 남편에게 다가갔다.
“내일도 야근이라 늦어”
남편은 다시 무심한듯 나를 흘깃 보더니
“그래” 라고 답하곤 다시 시선은 TV를 향했다.
그 무심한 시선에 나는 다시금 알수없는 상처를 받은 걸까
오늘은 상처고 뭐고 일단 잠이나 자야겠다는 마음으로 옷방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