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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대곰돌이 Mar 26. 2023

EP2. 오클랜드 - 차를 사다.

5000km 뉴질랜드 로드트립. EP2

글 & 사진, 네이버 여행 인플루언서 & 여행 블로거 거대곰돌이


오클랜드에서 머물던 에어비앤비 숙소

뉴질랜드 오클랜드는 뉴질랜드 북섬에서 비교적 북단과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도시로, 뉴질랜드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도시이다. 뉴질랜드의 수도는 북섬의 남쪽 끝에 있는 웰링턴이라는 도시이지만, 인구나 여러 측면에서 1등 도시는 단연 오클랜드이다. 처음 뉴질랜드를 밟았던 2008년에 뉴질랜드에 대한 공부를 할 때는, 오클랜드를 가장 많은 비즈니스가 발생하는 도시라고 하여 '상업수도'라는 식으로 소개를 했었던 것을 봤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다. 2022년 기준으로 뉴질랜드의 인구는 대략 512.7만 명 정도인데, 이중 165.2만 명, 전체 인구 대비 30%가 넘는 인구가 오클랜드를 중심으로 모여있다. 수도인 웰링턴과 비교해서도 3배 이상 더 많은 인구가 오클랜드 쪽에 모여 살고 있다.


이번 뉴질랜드 여행의 콘셉트는 '남북섬 일주여행'이었다. 이번 여행 이전에도 난 거의 2년여를 뉴질랜드에서 지내면서 80~90% 이상 가볼 만한 곳은 다 가본 상태였지만, 여자친구는 물론 뉴질랜드를 가본 적은 있지만 많은 곳을 다녀본 것은 아니었다. 북섬은 아예 가보지도 못한 상태였다. 내 입장에서 뉴질랜드는 오래 살았던 지역이라, 물론 거주한 기간이 한참 전이지만 내가 그동안 여행했던 전 세계 어느 곳 보다도 많은 여행 정보와 생활정보가 머릿속에 있는 곳이고, 그래서 여행이 더 쉬울 것이고, 그래서 더 알차게 꾸릴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이유로 그렇게 우리의 뉴질랜드 여행준비가 시작되었다.


뉴질랜드 여행 준비를 시작하려면, 뉴질랜드 전체를 아우르는 여행에 대한 큰 틀을 잡아야 하는데, 그 시작은  무조건 교통편이다. 뉴질랜드는 대중교통이 굉장히 취약한 국가이기 때문에, 시외버스인 인터시티 버스 Intercity Bus를 타고 여행을 하느냐, 아니면 운전을 해서 여행을 하느냐, 이 두 가지 교통편을 선택하는 것에 따라서 여행의 그림이 완전히 바뀐다. 갈 수 있는 곳과 가지 못하는 곳이 명확하게 구분되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고 여행을 하면 버스 노선에 따라 여행을 하는데, 지역 이동할 때 장거리 운전을 안 하고 잠을 자도 되기 때문에 덜 피곤하고 비용도 저렴하다. 반면에, 운전을 하면 버스로 갈 수 없는 다양한 루트로 여행을 할 수 있고, 시외버스의 스케줄은 고정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운전을 하면 그런 틀을 완전히 깨는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다.


버스로 여행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워킹홀리데이를 포함하여, 뉴질랜드에 머물 당시에는 출장으로 갔던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버스를 활용해서 여행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에 뉴질랜드에서 오래 지내고 여행도 많이 했지만, 난 지금도 여전히 운전면허가 없다. 더욱이 버스로 여행하는 것이 기름값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어 교통비 자체가 훨씬 더 저렴해지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는 훨씬 더 매력적인 카드였다.


여자친구가 운전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는 버스뿐만 아니라 '운전'도 교통옵션으로 고려할 수 있었다. 내가 운전을 못해서 장거리 & 장기 운전을 100% 맡기는 건 심적으로 부담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여자친구는 같이 미국 여행을 하면서 그랜드 캐년을 중심으로 둘러보는 로드트립 코스인 그랜드서클을 대략 2000km 정도 운전을 혼자서 했던 경험이 있었고, 코로나 기간 중에도 운전하면서 국내 여행을 함께 많이 다녔었다. 과거의 장거리 운전경험, 최근까지의 꾸준한 운전 경험도 부족함이 없는 상태였다.


물론, 여행을 계획하면서 중요하게 고려했던 부분이 '경비절감'이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결정했던 것은 당연히 '버스로 하는 여행'이었다. 차를 운전하는 게 내 마음대로의 시간에 맞춰서 다닐 수 있어서 편하겠지만, 주유비와 차량을 렌트하는 비용을 생각하면 버스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버스로 다녀도 계획한 여행 코스의 80% 이상은 다 문제없이 클리어할 수 있었고, 여행 동선의 총거리를 구글 지도를 통해 계산하고 대략적인 주유비를 계산해 본 결과, 운전하는 것은 버스에 비해서 운전은 너무나 큰 지출이 있었다. 비교 자체가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그렇게 처음은 버스로 하는 여행을 준비했고, 뉴질랜드 남북섬 종단의 모든 루트와 비용을 조회하며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우리가 몰던 차는 아니고, 우리 차에도 이렇게 사이드미러에 거미가 살고 있었다. 우리는 그걸 '반려거미'라고 불렀다.

버스 루트를 열심히 조회하면서, 경비를 감안하더라도 금방 버스 여행에 대한 결정을 손쉽게 철회할 수 있었다. 이유는 버스운행, 그 자체의 문제 때문이었다.


원래부터 뉴질랜드는 시외버스가 하루에 1~2편 밖에 다니질 않았던 것은 맞지만, 코로나를 겪으면서 수요의 문제로 많은 노선들이 운행 중단, 또는 단축 운행을 하고 있었다. 운행을 멈춘 코스도 여행에 많은 방해가 되겠지만, 단축 운행을 하는 것도 치명적이었다. 주 7회로 운행하는 버스가 주 3회, 이렇게 운행을 하면, 그 운행 스케줄에 맞춰서 일정을 거미줄처럼 완벽하게 짜 맞출 순 없을 것이고, 여행을 하다 보면 컨디션 문제로 2~3박만 해야 될 도시에서 4~5박씩 숙박을 할 수도 있을 건데, 그렇게 유동적인 스케줄과 단축운행이 되는 버스 스케줄의 컬래버레이션이라면, 버스 스케줄 때문에 불필요하게 숙박을 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고, 여행코스를 밟아가는데 분명히 큰 영향을 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거기에 남섬의 핵심 코스를 운영하던 버스들이 전부다 중단이 되었고, 버스를 타더라도 남섬에서는 반드시 운전을 해야 했다.


굳이 버스 탔다가 차 빌렸다가 하기가 번거로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버스여행은 금방 포기하게 되었다. 나 혼자서 가는 여행이 아니었기에, 돈도 중요하지만 함께 편안함이 보장되어야 하는 여행을 꾸려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컸다. 그렇게 뉴질랜드 여행의 콘셉트는 최종적으로 '운전하는 여행'으로 결정되었다. 이른바, '뉴질랜드 로드트립'이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카센터에서 앞으로 두어 달 여행을 함께 할 세단을 한 대 구입하였다.

오클랜드 여행은 대략 9박 10일 정도의 긴 일정으로 여행을 계획했다. 뉴질랜드에 입국했던 날짜가 12월 27일이고, 오클랜드에서 진행되는 1월 1일 자정의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보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다른 여러 목적이 있었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직항 편이 오클랜드로 들어가기 때문에 뉴질랜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오클랜드로 가지만, 사실, 오클랜드 자체가 그렇게 인기 있는 여행지는 아니었다. 오클랜드를 벗어나면 더 멋진 풍경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나는 여러 목적이 있기 때문에 오클랜드 숙박을 길게 잡을 수밖에 없었다.


전체 여행 코스를 계획했을 때, 여행이 시작되는 오클랜드와 여행이 끝나는 남섬의 퀸스타운을 제외하고 대략 2달 정도가 운전을 해야 할 총기간이었다. 양 끝의 대도시의 여행에는 차가 굳이 필요 없다. 첫 도시를 떠난 뒤부터 마지막 도시에 도착할 때까지만 차가 필요할 뿐이고, 그게 딱 2달 정도였다.


끌고 갈 차를 수소문해야 했고, 그래서 렌터카를 가장 먼저 알아봤다. 렌터카를 알아본 결과는 많이 아쉬웠는데, 북섬에서 빌려서 남섬에 차를 반납하는 그 루트 자체를 저렴한 비용으로 해결해 주는 렌터카 회사는 많이 없었다. 아예 없다기보다는 비용이 너무 비싼 부분이 있다고 하는 게 표현이 맞을 것이다. 남북섬을 건너는 페리를 탈 때는 렌터카를 반납하고 가거나 항공편으로 이용하거나, 모든 방법을 다 고민해 봤지만 확실하게 마음이 끌리는 방법은 없었다. 여행코스 중간에 바다가 껴있는 게 참 치명적이었다. 남북섬을 건너는 그 페리 자체도 퀸샬럿사운드라는 낭만적인 풍경의 바다를 건너는 페리인데, 그게 내 여행 동선이 되니까 이렇게 불편할 수가 없었다. 거기에 어떤 방법을 선택해도 렌터카 비용을 포함한 교통비는 정말 만만치 않았다. 렌터카를 알아볼 당시, 2달을 빌리려면 최소한 적어도 3~400만 원은 줘야 경차라도 빌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기간도 길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렌터카의 비용 자체가 많이 비싸졌다고 했다.


"차를 사자"


불현듯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였다. 기억 속에 있던 뉴질랜드의 중고차 시세는, 연식이 좀 오래되더라도 두어 달 정도 탈 수 있는 차는 싸게 사면 2~300만 원이면 살 수 있고, 그 차는 다시 되팔고 떠나면 되기 때문에, 렌터카보다는 훨씬 더 경제적이라는 판단이 섰다. 지인들에게 물어본 결과, 중고차 시세도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그건 일정 수준 이상의 좋은 차를 말하는 것이지, 우리의 타깃이 되는 차는 아니었다. 렌터카를 빌리는 비용을 감안해서 생각을 했을 때, 대략 2주일 남짓 빌릴 정도의 비용으로 2달 동안 내 차를 끌 수 있다는 계산이 섰고, 렌터카가 아니기 때문에 조심조심 탈 필요도 없다.


그때부터 열심히 차를 살 궁리를 했고, 뉴질랜드 여행 준비를 위해, 그리고 넉넉한 차량 구입기간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비즈니스가 커서 중고차 거래도 많을 수밖에 없는 오클랜드'에서 긴 숙박을 계획하게 되었다. 전체 여행을 위한 굉장히 중요한 시간을 오클랜드에서 보내야 한다.


여행 중에 대략 5200km를 달려, 차를 팔기 전, 우리의 차는 23만 1800킬로미터를 달린 차가 되었다.

외국인에게 차를 살지, 아니면 중고차 딜러에게 방문해서 살지, 교민들 커뮤니티를 통해서 차를 살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차를 살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알아봤다. 중고차 개인 매물이 올라오는 뉴질랜드의 중고거래 사이트에도 가입하고, 수소문해서 차량 번호만 넣으면 차량 정비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에 유료결제를 하면서 차량의 퀄리티를 계속 체크했다. 차를 파는 외국인들에게 메시지도 보내보고, 오클랜드의 관광과 더불어 뉴질랜드의 여행 초반에는 차를 사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외국인들에게 차는 사는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교민에게 차를 사는 건 흔히 말하는 '폭탄'같은 게 많아서 주저한 부분이 없진 않았다. 그 폭탄이라는 것은 차의 상태를 말하는 것인데, 차를 처분하는 것은 분명히 영구 귀국을 위한 처분이고, 차량의 판매가격이 내 마음에 든다면 그건 분명히 싼 차이고, 그렇게 싼 차는 반드시 '싼 이유가 있는 차'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은 외국사람보다 특히 더 머리 회전이 빨라서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는 차가 많다고 아주 예전부터 유명했고, 그래서 그런 하자가 있는 차를 사고 싶진 않았는데, 결국, 차는 교민을 통해서 사게 되었다.


다행히도 그냥 교민은 아니었고, 뉴질랜드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분이 본인 카센터 출퇴근 용으로 타던 차를 사게 된 것이다. 보통을 차를 팔 때 점검을 하는데, 본인이 그 점검을 하는 사람이고, 뉴질랜드의 지인을 통해서 그 카센터 자체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는데, 본인들도 그 카센터를 종종 이용한다고 해서, 이 부분에서 약간 신뢰를 얻게 되었다.

무엇보다 명의를 바꾸거나 보험에 가입하거나 하는 등의 복잡한 프로세스를 스스로 깨우치기 위해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의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차의 상태와 들어가는 비용 대비로 차 상태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그 차를 사고 기초적인 도움을 받는 게 훨씬 더 나은 선택이었다.


최종적으로 보험 등 차를 끄는데 필요한 비용적인 안전장치들까지 모두 포함해서 약 250만 원에 세단을 한대 샀다. 22.5만 km를 주행한 2004년식 도요타 차량이다.

왼쪽의 하얀 차가 함께 달린 차량이다.

차가 없으면 갈 수 없는 곳들을 참 많이 갔다. 로토루아.

오클랜드에 도착해서는 현지 적응 겸, 시내 구경을 하며 관광객처럼 지냈고, 연말을 무사히 보낸 뒤 새해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와 함께 숙소에서 누워있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비로소 차량 매물을 열심히 알아봤다. 실제로 9박 10일보다 더 긴 기간을 오클랜드에서 보냈는데, 차량 구입을 마무리하기 전, 계획한 다음 목적지를 대략 4박 5일 코스 정도로 여행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는데, 그 4박 5일 동안 그 동네는 계속 비가 온다는 비 예보가 있었다. 숙소도 따로 예약을 하지 않았겠다, 200여 km를 달려가서 똑같이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만 있다가 오기는 아쉬웠고, 그렇게 숙소에 있을 거면 차라리 생활 인프라가 좋은 오클랜드에서 더 머무는 게 나을 것이라는 판단에 오클랜드 일정을 더 연장을 했다. 그렇게 오클랜드 여행을 하며, 차를 준비하며, 한국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진짜 뉴질랜드 여행 준비를 오클랜드에서 차근차근 마무리했다.


안녕하세요. 네이버 여행 인플루언서 & 여행 블로거 거대 곰돌이입니다.


앞으로 연재될 내용은 70여 일간 여행한 뉴질랜드 여행기로, 좀 더 블로그스러운 여행 후기와 정보들은 블로그에서 현재도 꾸준히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좀 더 다양한 사진과 여행후기를 보시려면 메인 블로그 방문을 부탁드립니다. 뉴질랜드 여행은 2022년 12월 26일 출국, 2023년 3월 11일 호주로의 출국으로 마무리되었으며, 3월 22일 한국으로 귀국한 것으로 여행은 마무리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blog.naver.com/ragun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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