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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대곰돌이 Jun 12. 2023

EP7. 호비톤&마타마타 - 프로도를 만나러 가는 길

5000km 뉴질랜드 로드트립. EP7

글 & 사진, 네이버 여행 인플루언서 & 여행 블로거 거대곰돌이


호비톤 투어를 가기 전, 단순히 I - Site를 보기 위해 들렀던 마을, 마타마타

잠깐 경주 이야기를 먼저 하려고 한다. 중고등학교의 학창 시절, 내가 살던 지역에서 '수학여행'을 가는 1순위 목적지는 바로 '경주'였다. 비단 이 지역뿐만 아니라 당시의 대한민국 중고등학교는 대부분 경주 아니면 지리산이었을 것이다. 지리산은 좀 더 단체생활과 관련된 느낌의 수학여행이라면 경주는 좀 더 교육에 포커스를 맞춘 여행지였을 것이다. 국사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사적지가 경주에 많기 때문이다.


수학여행으로 10대에 경주를 경험해 본 사람이 2~30대가 되어 다시 경주를 가면 감흥이 많이 다르다고 말한다. 10대의 여행은 간단히 말해서 '재미없는 여행'. 학교에서 대절한 버스에 몸을 실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10대의 여행은 밥도 내 마음대로 먹지 못하고, 매일 공부를 하던 와중에 기분 좋게 여행을 와서도 또 역사 공부를 하는 경우라 지루함의 극치를 달리는 여행이고, 각종 사건, 사고를 대비한 선생님들이 통제도 젊은 청춘들 입장에서는 참 갑갑한 여행이다. 그런데 성인이 된 후에 다시 경주를 오면,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다니게 되고, 밥도 유스호스텔에서 먹는 급식이 아니라 원하는 스타일로 식사를 하고, 숙박업소의 질 자체도 차이가 있으니, 단순이 이것만 생각해도 경주에서 느끼는 감흥은 확실히 다를 것이다. 물론, 들어가는 돈은 대신 몇 배가 늘어나겠지만 말이다.


반지의 제왕 촬영장 투어를 할 수 있는 '호비톤'이 내겐 제2의 경주였다.


반지의 제왕 3부작 영화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매년 개봉을 했는데, 당시의 나는 군생활을 하던 20대 초반의 나이였고, 무려 휴가를 나와서 반지의 제왕 3을 보고 복귀를 했을 정도로 굉장히 반지의 제왕 영화의 팬이었다. 6권 정도였던 책도 읽었고, 여담이지만 반지의 제왕의 팬은 해리포터 시리즈 같은 걸 보면 안 된다고 스스로 해리포터 실사 영화는 보지 않을 정도로 반지의 제왕을 좋아했었다.


그런 마음으로 2008년 뉴질랜드로 워킹 홀리데이를 갔고, 영화에서만 보던 그 멋진 판타지 세상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당시엔 호비톤 투어를 참여할 수 없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영화가 뉴질랜드에서 촬영되었지만 7~80%가 그래픽의 힘을 빌리기도 해서 실제로 촬영지에 가도 그 느낌만큼 체감을 할 수 없다는 점, 그나마 호비톤이 영화 속 풍경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촬영지인데 생각보다 투어가 비쌌다는 점이었다. 나중에 시급으로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돈을 벌었을 때나 주머니 사정이 좋았지, 농장에서 일하면서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사는 흔한 뉴질랜드 워킹 홀리데이 메이커에게 호비톤 투어는 왕복 교통편에 다녀오느라 먹고 자는 것까지 고려하면 거의 3~4일 치 수입을 투어비용으로 소비했어야 했는데, 호비톤이 있던 지역과 대체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을 하던 내게 일까지 중단하고 호비톤을 다녀오기엔 참 부담이 많은 일이었다.


농담 같은 이야기겠지만, 당시에는 2번의 이유를 들어 1번 같은 근거로 합리화를 하며 호비톤을 찾아가지 못했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스케줄을 결정하고 코스를 짰던 목적지가 그래서 바로 이 '호비톤 투어'였다. 과거와는 다르게 나는 최대한 많은 것을 즐기기 위해 뉴질랜드를 다시 찾았고, 여자친구도 이런 판타지를 제법 즐기는 사람이라 호비톤을 방문할 목적은 충분했고, 앞으로 다시는 오지 못할 수도 있는 곳이라, 이제는 거꾸로 여행을 온 김에 들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뉴질랜드 여행 대략 3~4주 차, 뉴질랜드에 익숙해질 즈음에 비로소 호비톤을 찾게 되었다.


호비톤 근처에 있는 거점도시 마타마타의 관광 안내 센터.
안내 센터는 기념품 판매와 함께 실물 크기의 골룸이 지키고 있다.

호비톤을 들르기 전에, 먼저 '마타마타'라는 작은 마을을 먼저 들렀다. 우리는 운전을 했기 때문에 사실 마타마타를 들를 필요는 없었지만, 생각보다 반지의 제왕 촬영장 투어는 원하는 시간대에 체험하기 굉장히 어려웠고, 약간 늦은 시간대에 투어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시간도 때울 겸, 겸사겸사 마타마타에 들르게 되었다.


반지의 제왕 덕분에 관광 안내센터까지 영화에서 나오는 집처럼 지어놓은 마을은 투어를 가기 전에 영화의 예고편을 보는 것처럼 기대감을 고조시키는데 충분한 역할을 했다. 거기에 안내센터 안에는 실물 크기의 골룸이 있다. 가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티켓부스 앞에는 실물 사이즈의 간달프가 포토존처럼 서있다.
투어 비용은 성인기준 89달러, 우리 돈으로 7만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영화의 주인공이 사는 마을인 '샤이어'는 뉴질랜드의 한 농장을 영화제작팀에서 세트장으로 꾸민 뒤에, 반지의 제왕, 호빗을 거쳐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완성이 되었는데, 사유지이기 때문에 투어를 통하지 않고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어있다. 투어는 약 2시간, 시차를 두고 티켓부스가 있는 'Shire's Rest' 카페에서 수시로 세트장으로 버스가 출발하며, 모든 버스에는 가이드가 다 배정되어 있고, 가이드는 정해진 코스로 팀을 이끌며 세트장을 소개한다.

굉장히 수준급의 브로슈어가 제공된다.

가이드의 설명은 다 영어로 진행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실제 투어를 가서 확인한 내용이지만, 출발 전에 샤이어의 지도까지 굉장히 고퀄리티의 브로슈어를 제공받았는데, 여러 나라의 언어로 제작된 브로슈어는 가이드가 설명하는 모든 것들이 담겨있었다. 한글로 된 브로슈어를 신청하면, 가이드가 인솔하는 방향만 잘 쫓으면 설명을 굳이 자세히 들을 필요 없을 정도로 아주 자세한 세트장의 정보를 브로슈어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

2시간여의 투어를 위한 이런저런 준비(간식 먹기, 화장실 다녀오기 등)를 마친 뒤, 비로소 투어는 시작되었다.

버스는 10여분을 달려 세트장으로 향한다. 목가적인 뉴질랜드 농장의 풍경들 자체가 아름답지만, 버스 안의 모니터에서 나오는 피터잭슨 감독의 환영인사를 만날 때부터 이미 영화팬들은 이 투어에 100% 만족하게 된다. 버스 안에서는 정말 피터잭슨의 모습이 나오자마자 모두 감탄사를 연발했다.

비로소 도착한 호비톤. 기대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고, 사람은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거의 1~20분 단위로 버스가 계속 출발하니까, 사람이 적을 리가 없다. 하지만, 투어 자체는 걱정할 필요 없다. 가이드가 인솔하는 방향을 일방통행이고, 호빗의 집들을 구경할 때 그 자리에는 우리 팀 밖에 없다. 다만, 마을의 전체적인 풍경을 사진을 담을 때 그 안에 많은 사람이 있을 뿐이다.

아쉽지만 세트장에 있는 많은 호빗의 집은 들어갈 수 없었다. 애초에 세트장이기에 외관만 만들어져 있고, 안쪽은 아무것도 없다. 밖에서 보이는 곳만 다 꾸며져 있을 뿐이었다. 가장 중요한 프로도의 집도 역시 들어가 볼 순 없고, 수십 개의 집 중에서 딱 1개만 내부를 들어가 볼 수 있는데, 거의 집을 배경으로 하는 사진 촬영용이고, 내부에는 아무것도 꾸며져 있지 않다. 그래도 수많은 호빗의 집들이 있는 마을 자체가 아름답고, 영화와 관련된 스토리텔링이 재밌기에, 지루할 틈은 없었다. 간달프가 마차를 끌고 마을에 들어와서 불꽃놀이를 하며 호빗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그 시점까지, 영화의 장면들이 하나하나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투어의 종착지점인 그린 드래건이 보인다.

투어를 돌면서, 내가 좋아했던 영화가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어졌는지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경험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예를 들면, 간달프와 호빗들의 차이나는 몸집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서 간달프가 나오는 장면은 좀 더 작은 집에서, 호빗들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좀 더 큰 집을 지어서 자연스러운 장면을 연출했다던지, 떡갈나무가 크게 있는 씬에서 원하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 해외에서 20만 개의 플라스틱 잎을 수입해서 수작업으로 붙였다던지 하는 등의 일화는 투어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재밌는 스토리였다.

물레방아가 있는 연못의 집을 지나, 굴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린 드래건에 도착하면 투어는 거의 마지막이다. 호빗 마을만 한 바퀴 돌아보는 것으로 투어가 끝나는 것은 아니고, 이 그린 드래건 근처에서 약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지는데, 투어에는 안에서 제공하는 4종류의 음료 중 하나를 마셔볼 수 있다. 

2종류의 맥주와 역시 알코올음료인 1종류의 애플 사이더, 그리고 유일한 논알코올음료인 진저비어까지 총 4종류 중 하나를 맛볼 수 있는데, 여기에서 제공되는 음료들은 오직 호비톤에서만 살 수 있다고 한다. 투어가 끝나면 돌아가는 Shire's Rest의 기념품숍에 가면 해당 주류나 음료를 살 수 있다. 

투어의 화룡점정을 찍기에 충분했고, 그린드래건 자체도 마치 영화 속에 들어온 것처럼 판타지 세상의 모습을 잘 꾸며놓았다. 이렇게, 2시간여 동안 진행되는 반지의 제왕 영화세트장 투어인 '호비톤투어'는 마무리된다.


투어를 떠나서, 세트장 자체가 아주 아름답다.

뉴질랜드 여행을 다니면서 여자친구에게 수시로 하던 질문이 있었다.


 '지금까지 봤던 것 중에서 어디가 제일 좋았어?'


몇 군데를 제외하고 난 거의 대부분을 다녀온 곳이었고, 여자친구는 다녀오지 않았던 곳이었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뉴질랜드를 잘 안다는 여자친구가 내가 계획한 일정이 괜찮았는지, 내가 그녀의 취향을 잘 파악했었는지 그런 게 계속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호비톤을 여행하던 시점까지만 두고 봤을 때, 그녀에게 그간의 뉴질랜드 여행의 1등은 호비톤인 것 같았다. 역시 여행은 취향과 스토리텔링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잘 맞아야 더 감동이 있는 여행지라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와중에 마지막까지 방심할 수 없었던 에피소드. 여자친구는 운전을 해야 해서 진저비어를 마셨고, 나는 추천해 주는 맥주를 마셨는데, 그럭저럭 마실만했다. 전 세계에서 투어객들을 위해서 오직 여기에서만 판다는 저 맥주를 한 병 사서 여자친구에게도 마셔보게 하고 싶었지만, 역시, 맥주 한 병에 18달러를 줘야 하는 건 너무 부담스럽더라.


안녕하세요. 네이버 여행 인플루언서 & 여행 블로거 거대 곰돌이입니다.


앞으로 연재될 내용은 70여 일간 여행한 뉴질랜드 여행기로, 좀 더 블로그스러운 여행 후기와 정보들은 블로그에서 현재도 꾸준히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좀 더 다양한 사진과 여행후기를 보시려면 메인 블로그 방문을 부탁드립니다. 뉴질랜드 여행은 2022년 12월 26일 출국, 2023년 3월 11일 호주로의 출국으로 마무리되었으며, 3월 22일 한국으로 귀국한 것으로 여행은 마무리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blog.naver.com/ragun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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