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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대곰돌이 Sep 03. 2023

EP9-2.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 2. 10시간

5000km 뉴질랜드 로드트립. EP9-2

글 & 사진, 네이버 여행 인플루언서 & 여행 블로거 거대곰돌이


급하게 일정을 조정하고 출발하기로 한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뒤늦게 결정이 된 만큼, 급하게 준비해야 될 것들이 많이 생겼다. 일단 기본적으로 트레킹을 위한 도시락이나 간식 준비는 기본이었다. 트레킹 추천시간 6~8시간이었고, 그래서 중간에 체력이나 당분공급 등을 위해서 무조건 먹을 밥은 준비해야 했다. 애초에 트레킹을 하러 왔기에 미리 대도시의 대형마트에서 간식거리나 산에 들고 갈 물 등은 미리 준비했지만, 밥은 따로 챙겨야 했기에, 밥도 하고 감자도 삶는 등, 많은 준비를 했다. 출발 전날 오후는 그래서 내내 요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숙소의 연장도 필요했다. 내셔널 파크에 왔을 때 숙소는 3박만 예약했고, 그 3박 안에 트레킹을 클리어하고 다음 여행지로 이동하려던 스케줄이었기 때문에, 그 이후의 스케줄을 조정하는 작업과 함께 내셔털파크의 숙박 연장이 필요했다. 원래 머물던 숙소를 연장하면 짐을 꾸릴 필요도 없고 편했겠지만, 아쉽게도 해당 숙소는 같은 객실로는 연장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아예 객실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굳이 옮기려면 다른 타입의 객실로 옮겨야 했다.


머물던 모텔에는 다양한 유닛을 보유하고 있는데, 내가 머물던 숙소는 객실에 화장실이 없이 공용욕실, 주방, 화장실을 쓰는 호스텔의 독실 같은 유닛이었다. 같은 숙소로 연장을 하려면 객실 내에 주방이나 화장실이 있는 다른 유닛으로 옮겨야만 했는데, 숙박비가 기존 유닛보다 2.5배 정도 상승하는 상황이었다. 급하게 마을의 다른 숙소를 알아봤는데, 한 호스텔에 있는 2인 독실에 화장실 겸 욕실이 딸려있는 객실이 머물고 있던 객실과 거의 비슷한 숙박비였다. 어차피 짐을 다 싸야 했고, 굳이 웃돈을 주고 숙박을 연장할 필요는 없어서 새벽에 트레킹 가면서 방을 뺀다고 통보하고 옮기기로 결정했다.


여담이지만, 기존 숙소에서는 등산스틱을 무료로 대여해 줬었고, 옮길 숙소는 등산스틱을 유료로 임대를 해줬는데, 숙소 주인에게는 트레킹 하고 바로 옮긴다고 거짓말하고 스틱만 빌려서 사용하고 반납할 때 떠나는 것처럼 반납을 했다.


다음으로 준비할 내용은 코스로 이동하는 셔틀이었다.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은 편도 코스로,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이 정해져 있다. 무조건 정채진 출도착 포인트를 맞출 필요는 없지만, 그거에 맞춰서 가야 난이도가 내려가기 때문에 보통은 그 포인트에 맞춰서 트레킹을 한다. 순환 코스 형식으로 전체 코스를 다 걸어서 다시 출발점 근처로 돌아오는 코스였다면 출발 지점에 차를 대놓고 한 바퀴 돌고 오는 식으로 트레킹을 했겠지만,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은 출입구 두 지점이 차로 2~30분 정도 걸릴 만큼 거리가 제법 있다. 그래서 트레킹은 반드시 셔틀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입산을 하는 비용은 따로 없지만, 셔틀비용이 어떻게 보면 입산비용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셔틀도 만석이 될 수 있기에 원래는 미리미리 예약을 해야 했지만, 급하게 예약을 한 것치고는 다행히 원하는 시간대에 자리가 있어서 무사히 예약을 할 수 있었다. 당시에 계속 비가 오던 날씨였기에, 아마 비슷하게 급하게 결정하는 이들도 꽤 됐을 것이다. 셔틀은 여러 업체가 있는데, 내가 탄 업체의 해당 시간대만 해도 버스에 거의 30여 명은 탑승했었다.


트레킹 D-day. 새벽부터 셔틀을 타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으로 일정은 시작되었다. 셔틀은 새벽 5시 45분부터 4타임이 있었고, 우리는 첫 번째 타임을 선택했다. 트레킹을 할 거리는 총 19.4km, 안내에는 6시간에서 8시간이 소요된다고 안내되어 있었는데, 최대 8시간이라고 계산하고 거의 마지막 복귀 셔틀인 4시 반쯤의 셔틀을 타고 마을로 돌아오려면, 무조건 8시 반 이전의 셔틀을 타야만 했다.


추천하는 산행시간을 최대치로 보는 게 8시간이지만, 여자친구는 아마 우리는 걸음걸이가 느려서 예상시간보다는 훨씬 더 오래 걸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냈다. 또한, 나도 사진을 많이 찍으며 이동해야 했기에, 최대한 많은 시간을 확보해야 된다고 의견을 냈고, 그 부분에는 나도 동의해서 제일 빠른 셔틀을 타고 들어가서 제일 늦은 셔틀을 타고 나오기로 했다. 그렇게 가면 순수하게 걸을 수 있는 총시간은 10시간이다. 사람의 통상걸음이 시속 3~4km 정도이고, 그렇게 생각하면 평지는 30km도 걸을 수 있는 충분히 긴 시간이지만, 가파른 산을 하나 넘어야 했고, 중간중간 쉬어가야만 하는 시간이 있었기에, 10시간의 산행시간이 과한 결정은 아니었다. 실제로 대략 9시간 30분 정도를 걸었고, 트레킹을 하면서 몸이 힘든 와중에 거의 400장 정도의 사진을 찍었다.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이다. 완주할 수 있을까 떨리는 마음도 있고, 오래간만에 등산화에 등산배낭을 짊어지고 걷는 거라 조금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내셔털 파크에서 3일 내내 비 오는 것만 보다가 맑은 날씨에 경이로운 자연 속을 걸으니 정말 새로운 기분이었다. 몇 주전 가벼운 마음으로 타우랑가의 산을 하나 올랐다가 기립성 저혈압이 왔던걸 생각하면 완주가 불가능할 코스인데, 준비도 단단히 해서 그런지 한결 몸이 가벼웠다.


초반 2~3km 정도까지는 참 좋았는데, 꾸준하게 산을 올라가는 상승코스이긴 했지만, 그 오르막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완만했기 때문이었다. 뒤돌아서서 걸어온 길을 쳐다보지 않으면 느끼지 못할 정도로 코스는 평탄했고, 날씨는 더없이 좋았다. 초반부터 나우루호에 산(마운트 둠)의 옆을 계속 끼고 걷게 되니, 웅장한 대자연으로 인해 피로를 거의 잊는듯한 느낌이었다.

첫 번째 이정표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을 계속 가다 보면, '참 신경 쓰이게 하는'이정표가 여러 번 나온다. 트레킹을 할 수 없을 날씨면 여기서 돌아가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표지판이다.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의 코스는 해발이 높은 산을 하나 넘는 코스이고, 코스 자체의 날씨가 워낙 변화무쌍해서 날씨가 맑다가도 몇 분 지나면 비가 오고 그런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그래서 꾸준히 사고가 나는 지역이라는데, 그를 대비해서 중요한 포인트마다 어려울 것 같으면 돌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첫 번째 이정표는 거의 평지 느낌을 걷다가 만났고, 얼마 걸어온 상황도 아니었기에 그냥 가볍게 웃어넘기며 계속 전진을 했다.

비로 인해 유실된 길.

초반의 코스만 보고 방심했던 이유, 평탄한 코스는 길은 참 잘 닦여있었다. 뉴질랜드 트레킹 코스의 특징인데, 험지는 대체적으로 나무데크길이 펼쳐져 있고, 아닌 곳은 보통은 평탄화가 되어 있다. 그저 편하게 경치를 보며 걷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다만, 요 며칠 계속 비가 왔기에, 평지인 길도 빗물로 인해 흐름이 생겨 길이 부분 부분 유실된 곳이 있었는데, 신발이 속까지 젖지 않게 조심조심하며 계속 앞으로 전진했다.

두 번째 이정표

한 시간여를 걸으니 드디어 오르막이 등장했다.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의 정방향은, 해발 1120미터 정도에서 시작하여 1868미터의 고점을 넘고, 잠깐의 오르막 이후에 거의 절반가량의 코스가 내리막이다. 또한 시작점에서 대략 1400미터 정도까지는 완만한데, 이후 400여 미터를 폭발적으로 오르게 된다. 그 오르막의 시작점인 것이다.


갑자기 시작된 급경사도 오르긴 해야 하니, 중간에 여러 번 쉬어가면서 20여분 정도를 급격하게 오르면 처음 만나는 급경사가 끝나는데, 여기에서 두 번째 이정표를 만날 수 있다.


'여기까진 쉬운 코스였고, 이 앞에서부터 엄청 힘들어, 마지막 기회니까 돌아가려면 지금 돌아가'


이정표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써두었지만, 참 얄밉게도 이정표와 함께 있는 현지인 사진은 참 해맑게 웃고 있다. 여기서 열심히 사진을 찍으면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참 많이 인사했는데, 'Are you Okay?'라고 사람들이 물어보길래 안 괜찮다고 대답했더니 주변에 걷고 있던 트레커들이 전부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 웃음에 힘이 살짝 나던 순간.


포기할 순 없는 노릇이었고, 이제 본격적인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이 시작된다고 생각하고 계속 앞으로 전진했다.

가파른 코스를 뛰어 올라가던 외국인 청년

이후 1km 정도 되는 코스를 가파르게 올라가야 한다. 많은 후기들에서 네발로 걸어 올라가야 하는 구간이 있다고 하는데, 그게 여기인가 싶었다. 왜 힘들다고 하는지 충분히 알만한 코스였다. 그 와중에 체력 좋은 젊은 외국인들은 배낭이 없는 사람들은 조깅하듯이 산을 뛰어오르기도 하고, 어떤 청년은 비슷한 배낭을 들고 있는 것 같은데도 혼자서 열심히 뛰어 올라가서 절벽에 걸터앉아 동료들을 기다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 청년이 너무 멋있게 앉아있어서 몰래 사진도 하나 찍었다.

한 시간여의 오르막이 끝나고, 드디어 잠시 평탄한 길을 만났다. 오르막을 오르면서 이미 입고 있던 두꺼운 외투들은 다 벗어서 가방에 넣었고, 땀은 비 오듯이 흘렀다.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의 코스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게, 이렇게 중간중간 쉬어갈 때쯤이면, 항상 그 자리에는 공용 화장실이 있다. 거기서 잠깐 초콜릿 등을 먹으며 정비를 했고, 앞으로 계속 전진했다. 잠깐의 평지에서 정말 재밌는 일이 하나 있었는데, 이 산중의 오지에서 여자친구가 20센트 동전을 주웠다. 자세히 보면 보이지도 않을 작은 동전인데, 우리는 참 운이 좋다면서 한참을 웃었다. 대략 1/3 정도의 코스가 끝난 시점이고, 계속 전진했다. 오르막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멀리 정면에 보이는 산을 더 올라야 한다.


세 번째 이정표

세 번째 이정표. 이번 이정표와 함께 서있는 아저씨의 표정은 매우 단호했다. 가장 어려운 코스를 올라야 하니, 상황이 안 좋으면 그냥 돌아가라고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다. 사실, 이때쯤 몸 컨디션이 급속도로 나빠지기도 했다. 허벅지 근육이 뭉쳐서 그랬는데, 오른쪽, 왼쪽, 번갈아가면서 한 번씩 근육이 뭉쳐서 다리를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이 왔다. 계속 주먹으로 다리를 때리고 주무르면서 근육을 풀면서 올랐다. 


아무튼, 이만큼이나 왔는데 다시 돌아갈 순 없고, 천천히 가장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했다.

드디어 정상을 정복했다.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의 최정상 지점은 레드 크레이터라는 포인트인데, 화산활동에 의해 생겨난 신비로운 그 자연에 매료되었고, 힘들지만 잘 올라왔다고 고생을 미화시키기에 충분한 풍경이었다. 멀리 마운트 둠도 한눈에 보이고, 감격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안내문을 보면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된다.


"You are Hiking in an active Volcanic landscape, eruptions can occur at any time with no worning"


새삼, 화산지형의 여행이 위함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계속 발걸음을 이어갔다.

가장 아름다운 포인트이자, 여자친구 입장에서 가장 어려웠던 코스가 정상을 넘으면 시작된다. 오르막이 아니라 내리막이었는데, 바닥의 흙이 단단하게 지지해 주는 게 아니라 흩어지는 흙이라서 발을 단단하게 지지해주지 않는 길이었다. 멀리 화산활동에 의해 생겨난 환상적인 에매랄드빛 호수가 있지만, 여자친구는 특히나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걸 어려워했고, 물론 뛰어내려 가는 외국인들도 많이 있었지만, 많은 외국인들이 옆걸음으로 조심조심 내려가는 모습도 나름 장관이라면 장관이었다.

그래도 천만다행이었던 게, 우리가 정상에 올랐을 때는 정상에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는데, 우리가 내려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정상이 구름으로 꽉 찼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흐린 정상포인트가 되었다. 여담이지만, 다른 코스에서는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풍경 사진 이외에 우리가 나오는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저 코스에서는 여자친구가 내려오는 걸 너무 힘들어해서, 저 코스에서만큼은 여자친구가 등장하는 사진만 남아있다.


10분 만에 완전히 바뀐 호수의 풍경

이제 상승하는 코스는 거의 마무리되었고, 절반가량의 남은 코스를 내려가는 일만 남게 되었다. 최고점을 넘어 마지막 방문 포인트였던 호숫가에서 잠깐 쉬면서 점심을 챙겨 먹었고, 체력을 어느 정도 챙긴 뒤에 내리막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여자친구는 부서지는 흙을 밟으며 내려오는 가파른 코스가 가장 어려웠다면, 나는 9km 정도를 내려가야 하는 내리막이 가장 힘들었다. 내리막 자체가 힘들어서라기보다는, 이미 산 정상으로 넘을 때 허벅지 등에 엄청난 피로가 누적되어 있는데, 그 피로를 내려가면서 훨씬 더 많이 쌓게 된 것이다.

확실하게 힘든 이유가 있었는데, 우리가 내려가는 시점에 날씨가 급격하게 나빠져서 가시거리가 대충 2~30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바람도 거칠게 불었고,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이 와중에 이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블로그에 쓰겠다며, 나는 삼각대 들고 촬영을 했고, 여자친구는 내가 미끄러질까 봐 뒤에서 날 잡고 촬영을 도와줬다. 구름으로 꽉 차있어서 잘 안 보이지만, 옆은 낭떠러지이다.

그렇게 산을 넘고 내려가니, 왜 눈앞에 전혀 보이지 않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구름은 산에 낮게 걸려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런 풍경이 보인다는 건 더 많이 내려왔다는 증거이고, 이제 고지가 멀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네 번째 이정표

그렇게 한참을 걸어, 드디어 네 번째 이정표에 도착을 했다. 도착지점까지 45분, 3.1km 남았다, 힘내라,라는 응원의 멘트였다. 괜찮은 풍경과 함께 의자가 있는 쉼터라서 여기서 좀 더 쉬었는데, 이정표를 보니 우리가 얼마나 천천히 걸어왔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추천시간은 6시간 50분이지만, 우리는 8시간 정도를 걸었다.

그다음은 거의 무아지경으로 걸었다. 다리가 거의 고장 난 상태에서 걸었는데, 평지라면 괜찮았겠지만, 하필이면 다리가 고장 난 상태에서 내리막인데, 또 계단이 엄청 많은 내리막이 계속 이어졌다. 그저 내가 얼마만큼 왔는지 표시해 주는 이정표가 언제 나오는지만 계속 생각하면서 전진했고, 17km 이후에 18km 이정표를 만나지 못해서, '우리 아직 1km도 더 못 걸은 건가?'라고 서로 대화를 나누며 전진을 했다. 19km를 돌파하고 난 뒤에는 정말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는데, 빨리 도착해서 쉬고 싶어서 19km부터는 발걸음으로 도착지점까지의 거리를 계속 세어가면서 걸었다.

45분만 걸으면 된다는 코스를 1시간 30분 정도를 걸었고, 총 9시간 30여분 정도를 걸어서 드디어 19.4km의 코스를 완주했다. 드디어 대망의 코스 정복이다.


옮긴 숙소

트레킹 후일담. 물 2~3리터에 잡다한 것까지 다 짊어지고 10시간을 걸었더니 결국 몸은 고장이 났고, 트레킹을 끝낼 때까지는 어떻게 정신력으로 버텼는데, 숙소에 도착한 뒤에는 완전 몸이 통제불능이었다. 누웠는데, 몸을 일으키기 어려울 정도로 아팠다. 산을 10시간 등산하고 내려와서 온몸이 찝찝했는데도 오래 서있을 자신이 없어서 누웠다가 일어나서 샤워하기까지 굉장히 큰 결심이 필요한 수준이었다.


여자친구도 비슷하게 몸이 힘들었는데, 원래 천천히 걸으면서 컨디션을 보존하는 타입이라 그런지 내려와서도 어느 정도는 움직일 수 있었는데 나는 객실에 도착한 뒤에 누워서 일어나질 못했고, 결국 여자친구가 빌렸던 등산스틱도 혼자 가서 반납하고,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요리를 하러 주방으로 갈 수 없어서 마트에 가서 빵이랑 잼 같은 걸 사 왔다. 굉장히 우연하게도 내셔널파크 안에 있는 마트에서 비싸긴 했지만 신라면 컵라면을 팔아서 그것과 트레킹 중 먹다 남은 볶음밥으로 저녁을 대충 해결했고, 사 온 빵과 잼으로 다음날 점심까지 해결하며 방 밖으로 나가지 않고 누워만 있었다. 거의 일주일가량은 제대로 걷지 못했고, 남섬에 도착해서야 겨우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그렇게 몸이 풀리자마자 바로 또 트레킹을 떠났다.


길고 짧은 트레킹을 완주하면 항상 느끼는 부분인데, 당시에는 항상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런 곳엘 또 왔냐'라며 후회를 하곤 한다. 그래도 막상 완주하고, 지금처럼 몇 달이 지나면, 항상 그 기억은 굉장히 미화되어 있다. 꽤 즐거운 추억이었고, 언젠가 다시 갈 기회가 있으면 다시 가봐도 좋을 것 같다. 다만, 그때는 지난 트레킹보다는 좀 더 체력적으로 준비를 하고 제대로 즐기며 트레킹을 즐기고 싶다.


안녕하세요. 네이버 여행 인플루언서 & 여행 블로거 거대 곰돌이입니다.


앞으로 연재될 내용은 70여 일간 여행한 뉴질랜드 여행기로, 좀 더 블로그스러운 여행 후기와 정보들은 블로그에서 현재도 꾸준히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좀 더 다양한 사진과 여행후기를 보시려면 메인 블로그 방문을 부탁드립니다. 뉴질랜드 여행은 2022년 12월 26일 출국, 2023년 3월 11일 호주로의 출국으로 마무리되었으며, 3월 22일 한국으로 귀국한 것으로 여행은 마무리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blog.naver.com/ragun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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