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km 뉴질랜드 로드트립. EP10
글 & 사진, 네이버 여행 인플루언서 & 여행 블로거 거대곰돌이
차를 사서 뉴질랜드를 여행하던 내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단연 '남북섬페리'였다. 뉴질랜드는 남섬과 북섬으로 이뤄져 있는 섬나라이고, 북섬에서 남섬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찌 됐든 바다를 건너야 한다. 무조건 배나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만약 버스를 타고 여행을 했더라면 그냥 페리에 몸을 싣고 움직였으면 됐고, 렌터카를 몰았다면 웰링턴에 차를 반납하고 항공편이나 배편을 이용하면 됐을 것이다.
나는 차를 사서 자차로 여행을 했기 때문에, 반드시 페리에 차를 실어야 했다. 다른 옵션은 없는 상태이다. 굳이 옵션을 따지자면 차를 웰링턴에서 팔고 움직이는 건데, 거의 불가능한 선택지이다.
남북섬을 연결하는 페리를 운행하는 회사는 2개 회사가 있고, 두 회사 모두 몇만 톤급 대형 페리를 운행한다. 배들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배 한 척당 남북섬을 오갈 때 한 번에 1~200대의 차를 싣고 바다를 건넌다. 작은 차량은 정말 많이 선적하고, 버스나 캠핑카 같은 대형 차량도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의 숫자가 선적된다. 그래서 배 자체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미리미리 예약을 하면 차가 있어도 바다를 건너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페리를 예약하지 못하면 웰링턴에 발이 묶이기 때문에 페리는 꽤 일찍 예약을 해둔 편이었다. 거의 탑승하기 한 달 반쯤 전에 예약을 했었다. 사실 그렇게 일찍 예약을 할 필요는 없는데, 어떤가 싶어서 일찌감치 조회했던 시기에 이미 원하는 날짜에 자리가 없어서 부랴부랴 예약을 서두르게 되었다.
원하는 날짜로의 예약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비용을 몇십 달러 더 주고 원하던 날짜에서 가장 가까운 날짜로 일단 자리를 확보해 두고, 거의 매일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원하는 스케줄에 자리가 나오는지 체크를 했다. 만약, 웰링턴에 도착이 임박했을 때까지 자리가 안 나오면 그냥 웰링턴 여행 더 하고 가자고 계획을 잡고 여행을 지속했는데, 아침저녁으로 일주일쯤 체크를 했을 때 원하는 날짜에 자리가 나와서, 서둘러 스케줄을 확정 변경했다. 처음 조회를 했을 때도 사람만 타는 자리는 충분했다. 차를 싣고 탈 자리가 없었던 것이었다.
사고는 여행을 북섬여행을 한창 진행 중이던 1월 중순에 일어났다. 남북섬을 오가던 한 선박이 바다 한가운데서 엔진이 멈췄다. 인명피해라던지, 그런 아찔한 사고 없이 무사히 배는 항구로 돌아오긴 했지만, 매진을 거듭하며 타이트한 스케줄로 운행되던 페리 한대가 빠지는 건 남북섬 연결 교통에서 굉장히 치명적인 문제였다.
좀 더 뉴스를 세밀하게 찾아보니, 바다 위에서 멈췄다던 페리의 선사가 하필이면 내가 예약한 선사였고, 그 회사에서 운영하는 여러 선박 중에 사고가 난 선박이 하필이면 내가 예약한 선박이었다. 만약 다른 선박을 예약했더라면 내 스케줄 그대로 탑승을 할 수 있었지만, 내가 예약한 선박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스케줄을 변경 '당해야'했던 상황이었다.
하필이면 뉴질랜드 여행 피크 시즌에 걸쳐있는 기간이고, 앞뒤로 최소 2~3주 정도는 차량과 함께 탑승할 수 있는 자리가 아예 없는 상황이었다. 유럽에서 워킹 홀리데이로 여행 오는 젊은 여행객들은 대체적으로 차를 사서 여행을 하기에, 교통편이 하나 문제가 생긴 뒤, 전 세계 여행자들이 소통하는 커뮤니티에서는 난리가 났다.
내용을 추슬러보니, 일단 페리사고가 바로 난 직후에는 연이어오는 날짜의 예약자들은 많은 이들이 예약취소를 당했다. 그냥 사람만 타는 경우라면 적절히 분배를 해서 사람을 다른 배에 태워주면 되는데, 차를 싣고 바다를 건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았고, 차의 경우는 선적할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른 스케줄로 분배를 하다가 안되면 날짜를 미루고, 날짜를 미루다가 안되면 취소를 시키는 것이었다. 정 여의치 않으면 항공처럼 타사에 승객을 옮겨줘도 좋을 텐데, 남북섬페리를 운영하는 두 선사는 이미 여름 피크시즌으로 인해 예약이 꽉 찬 상태라 조정이 쉽지 않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승객이 감당을 하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이후에 양사의 배들이 조금씩 계속 문제를 일으켰다. 노후화된 선박들의 문제가 한꺼번에 몰아친 것이다.
페리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날짜는 2월 9일이었고, 스케줄은 아침 8시쯤 출발하는 배였다. 예약했던 스케줄도 다 목적이 있는 시간이었는데, 예약당시 밤잠을 푹 자고 배를 타길 원했었고, 남섬의 항구인 픽턴으로 들어가는 그 해협의 풍경이 멋진 걸로 또 유명한 곳이라서, 여자친구에게도 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아침 배를 예약했었다.
페리의 사고는 1월 말에 발생했고, 사고날짜로부터 1~2주 여유가 있던 내 스케줄은 취소가 된다거나 변경이 된다거나 하는 식의 연락도 오지 않았다. 더 급한 스케줄처리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명확하게 스케줄 변경이 확정이 된다면 그에 맞춰서 북섬 마무리 일정을 세우면 되는데,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을 마무리할 때까지도 페리 일정은 정리가 되지 않았다. 불과 탑승 예정 3~4일 전이었다.
웰링턴으로 가는 날인 6일 아침, 당일에 선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간단한 메일이었는데, 예약된 승객의 스케줄은 2월 8일에서 11일 사이로 변경이 된다는 내용이고 메일을 열심히 확인하라는 내용이었다. 숙박을 맞춰서 예약해야 되는 입장에서는 참 무책임한 메일이었지만, 그래도 페리가 취소가 되지 않고 가까운 날짜로 바뀌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일단 웰링턴으로 들어가는 날, 숙박을 3박을 예약했다. 원래 스케줄에 맞춘 예약이었다. 페리 스케줄이 확정이 되는 내용에 따라서 숙박을 연장하거나 옮기거나 할 생각이었다. 숙박을 줄이면 그 금전피해는 고스란히 내가 감당해야 할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숙소를 매일매일 연장하며 지낼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웰링턴에 오후쯤 도착을 했고, 어떻게 바뀔지 모를 스케줄에 마음 졸이고 있자니 웰링턴에서의 시간이 또 너무 아까워서, 웰링턴에서는 그동안의 뉴질랜드 여행과 비교해서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여행을 했다. 많이 돌아다녔고, 많은 것을 봤고, 수도이기에 교민들의 비즈니스가 있어서 한식당이나 한인마트를 들르는 등, 여러 가지 여행을 했다. 그 와중에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의 여파가 남아있어서, 체력적인 한계가 금방금방 와서, 하루의 일정을 일찍 마무리하기도 했다.
그렇게 바쁜 웰링턴의 일상을 보낸 중, 페리 스케줄이 확정이 되었다. 원래 9일 아침 8시 스케줄이었는데, 9일 새벽 2시 배로 스케줄이 변경이 되었다. 앞당겨진 것이다. 날짜는 변경이 되지 않았지만, 스케줄이 완전히 틀어지는 상황. 스케줄이 확정이 된 이후부터는 관광을 멈추고 뒤 스케줄을 모두 수정을 하기 시작했다.
우선, 픽턴에 도착하는 시간이 아침 5시. 컨디션이 좋다면 무난히 다음 지역으로 옮겨갈 수 있는 스케줄인데, 트레킹에서 소진한 체력을 아직 회복 못한 우리는 그게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픽턴의 호스텔을 열심히 수소문하고 연락을 많이 돌렸는데, 기적적으로 새벽 6시에도 숙소를 이용할 수 있게 받아준다는 숙소를 찾았다. 일단 그 숙소를 1박만 예약했고, 그다음은 에어비앤비 호스트와의 체크아웃 시간을 정리했다.
배는 새벽 2시에 탑승을 하기 위해 일정 시간 일찍 가야 했고, 배를 싣고 가는 건 처음이기에 길을 헤맬 수 있겠다 싶어서 대략 페리 터미널에 출발 3시간 전에는 도착을 하자고 계획을 했다. 혹시나 늦게 갔다가 차를 못 싣게 되면 어쩌나 싶은 걱정이 섞인 움직임이었다. 그래서 호스트와의 정리를 모두 마치고, 짐을 미리 다 싸놓고 저녁 6~7시쯤에 억지로 눈을 붙였다. 그냥 멀뚱멀뚱 있다가 겨우 1시간쯤 잠을 잤던 것 같다.
그렇게 페리터미널에는 밤 11시 4~50분쯤 도착을 했고, 거의 2시간을 기다려 무사히 페리에 탑승할 수 있었다. 페리를 많이 탔던 사람들은 능숙하게 각자 쿠션이며 베개며, 쪽잠을 잘 수 있는 짐들을 잘 챙겨 왔는데, 새벽배를 처음 타본 우리는 그냥 귀중품만 들고 내렸다가 겨우 테이블을 하나 잡아서 거기서 엎드려서 잠을 청했다. 하지만, 역시 푹 잠에 들 순 없었다. 픽턴에 도착하는 시간까지는 계속 밤이라, 경치를 볼 순 없었다.
아쉬웠지만, 그래도 무사히 문제없는 시간에 웰링턴을 떠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며 그렇게 페리에 몸을 맡겼다.
픽턴에 도착 후, 부지런히 숙소로 차를 몰아 아침 6시 10분에 숙소에 도착했다. 바로 체크인하길 기대했는데, 예상밖으로 전날 숙소가 만실이 돼서 내가 예약했던 객실에 사람이 자고 있어서 바로 방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대신 아침식사하고, 객실 준비되면 알려줄 테니까 라운지 공간에서 잠을 자라고 했다. 제대로 활동하는 사람도 없는 이른 아침에 호스텔의 아침을 먹었고, 호스텔 사장이 준비해 준 담요를 덮고 소파에서 잠을 청했다. 페리에서 여자친구를 재우고 나는 한숨도 잠을 못 잤는데, 무사히 도착한 뒤 소파에서 바로 곯아떨어졌다. 한 두어 시간쯤 자고 일어났는데, 여자친구 왈, 그 거실에서 코를 엄청 골았다고 한다.
그렇게 아침 9시쯤 숙소에 체크인하며, 우리의 남섬 일정은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네이버 여행 인플루언서 & 여행 블로거 거대 곰돌이입니다.
앞으로 연재될 내용은 70여 일간 여행한 뉴질랜드 여행기로, 좀 더 블로그스러운 여행 후기와 정보들은 블로그에서 현재도 꾸준히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좀 더 다양한 사진과 여행후기를 보시려면 메인 블로그 방문을 부탁드립니다. 뉴질랜드 여행은 2022년 12월 26일 출국, 2023년 3월 11일 호주로의 출국으로 마무리되었으며, 3월 22일 한국으로 귀국한 것으로 여행은 마무리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