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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령 Jul 31. 2017

7%의 확률

1%의 확률만 있어도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

2년 만의 돌아운 마운드는 부담 그 자체였다. 감독, 단장, 사장이 다 바뀐 상태였다. 또한 본인의 위치도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 본인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모든 것을 보여줘야만 했다. 많은 전문가들과 팬들은 류현진이 예전 기량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그런 말에 신경 쓰지 않고 본인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차근차근 보여주기 시작했다. 결국 시범경기를 통하여 선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공백이 너무 길어서 그런 걸까? 시즌이 개막 한 이후 류현진은 마운드에서 2년 전 기량을 마운드에서 보여주지 못했다. 매 경기마다 장타, 홈런을 허용했고 QS(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2년 전 그의 투구와 비교했을 때 모든 면에서 떨어지는 투구 기록을 보여줬다. 결국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을 선발에서 제외한 불펜 롱릴리프로 이동하고 말았다. 류현진으로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결국 류현진은 투수코치인 허니컷 투수코치와 긴 이야기를 나눈 끝에 올 시즌 휴스턴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카이클의 커터를 연마하기 시작했다. 시즌 중에 다른 구종을 연마한다는 것은 '도박' 그 자체였다. 

여기서 류현진의 장점인 '습득력'이 또 한 번 발휘되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2년 차에 류현진은 자신의 주 무기인 체인지업이 타자들에게 공략을 당하기 시작하자 한 번도 던져본 적이 없는 고속 슬라이더를 던지기 시작했다. 타자들은 류현진의 고속 슬라이더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고속 슬라이더로 인하여 류현진은 2년 차 징크스를 무난하게 극복했다. 이번에 역시 동영상으로 보고 익힌 카이클의 '커터'를 세인트루이스 전에서 본격적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커터'의 활용은 성공 그 자체였다. 직구,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에 이어 커터라는 레퍼토리가 더 추가된 류현진이었다. '커터'로 인하여 반등에 성공하기 시작한 류현진이었다. 류현진의 구위가 예전만큼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절정을 보여준 것은 오늘 31일(월) 열린 샌프란시스코 전이었다. 이전 경기까지 5이닝~6이닝을 소화하던 류현진이 7이닝을 소화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장타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지난 경기까지 한 두 개의 실투로 장타를 허용한 류현진이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전에서는 정확한 제구력을 앞세워 철저히 타자들을 틀어막았다. 경기가 끝난 이후 로버츠 감독도 류현진의 투구에 굉장한 호평을 하였고 언론들도 류현진이 2년 전 구위를 보여줬다면서 찬사를 보냈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류현진이 어깨 수술을 받은 후 기나긴 재활 끝에 마운드로 돌아온 선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 메이저리그 투수 중에 어깨 수술을 한 후 성공적으로 마운드에 돌아온 선수는 불과 7% 밖에 없었다. 그만큼 투수에게 어깨 수술은 치명적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어깨를 제외한 다른 부위의 수술은 어깨 수술보다 재기할 확률이 높은 편이다. 류현진이 어깨 수술을 받는다는 기사가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가 마운드에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 했다. 이미 KBO에서는 전병두가 어깨 수술을 받고 난 후 재활을 하던 중 은퇴를 선언하고 말았다. 최근 롯데 마운드에 조정훈도 3번의 팔꿈치 수술과 1번의 어깨 수술로 인하여 마운드로 복귀하는 데까지 무려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처럼 어깨 수술을 받고 난 후 재활이라는 싸움이 남아있었다. 류현진은 고등학교 시절 토미존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재활을 서두르지 않았다. 기나긴 재활의 터널을 건너서 2년 만에 마운드에 돌아왔다. 어쩌면 그가 마운드에서 이렇게 던지는 것은 기적일지도 모른다.


2년의 공백이라서 그런지 마운드에서 불안한 모습을 약간씩 보이고 있다. 투구 수도 80개가 넘어가면 타자들에게 장타를 많이 허용한다. 이것은 어쩔 수없다. 어깨 수술을 받은 후 마운드에 복귀한 투수에게 예전의 모습을 바로 보여달라는 것은 너무 지나친 요구라고 생각한다. 올 시즌에는 경기 감각과 제구 형성에 초점을 두어 시즌을 마무리했으면 한다. 본격적인 승부는 올 시즌이 아닌 내년 시즌이다. 올 겨울 보강 훈련을 열심히 한다면 내년에는 2013~2014년의 코리안 몬스터를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운드에서 류현진을 볼 수 있는 것은 기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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