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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령 Aug 13. 2017

네가 내 곁에서 사라진다면...

소중한 사람이 떠나면 그 아픔은 오래간다.

주변 지인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면 정말로 아끼는 사람이 한 사람 정도 존재했다. 무엇을 하더라도 그 친구와 함께였고 인생에서 그 친구를 빼놓으면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힘들 때나 즐거울 때나 그 친구는 항상 옆에 있었다. 만약 그 사람이 내 곁에서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통 일 것이다. 



평소 굉장히 존경하던 형이 있었다. 너무 착해서 문제라고 할 정도로 성품이 워낙 좋은 형이었다. 그 형에게는 긴 시간 동안 연애를 해오던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분도 형과 비슷한 성격의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이 봤을 때도 정말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이었다. 머지않아 두 사람이 결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대학교 수업이 끝나고 기숙사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통의 문자가 왔다. 문자를 읽고서는 내 눈을 의심했다. 형의 여자 친구분이 상(喪)이 났다는 것이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SNS에 두 사람이 같이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장례식장에 가고 나서야 실감 나기 시작했다. 교통사고로 인하여 이른 나이에 세상을 요절하고 말았던 것이다. 


상(喪)을 치르고 난 이후 형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매번 웃고 있던 얼굴은 무표정으로 변하였고 사람 만나는 것도 꺼려했다. 어떤 위로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형의 얼굴에서 마치 '아무 말하지 말아주세요'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결국 형은 한국에서 있는 게 힘들었는지 다른 나라로 떠나고 말았다. 지금은 괜찮다고 말하지만 내가 봤을 때는 전혀 그렇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괜찮아 보이는 척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더 이상 내 주변에는 이와 같은 일이 없기를 바랐다. 그건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내게 이런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던 사람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을 받고서는 처음엔 꿈인 줄 알았다. 하지만 꿈이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사진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만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세상이 나를 버린 것만 같았다. 밝았던 세상이 한순간에 어두워진 것 같았다. 그녀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조력자였다. 특히 가장 큰 실패를 했을 때 누구보다 나에게 파이팅을 해준 그녀였다. 누군가의 말처럼 시간이 조금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와 함께했던 모든 일들이 더욱 선명하게 기억났다.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누구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이 보여준 게 가장 큰 괴로움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나를 다 잡으려고 노력했다. 내 바람과는 다르게 하루가 다르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학교생활도 흥미가 없어졌고 사람 만나는 것도 꺼려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술이 없으면 힘들었다. 더 이상 나에게 버틸자신이 없어서 모든 것을 정리하고자 하는 마음에 군입대를 하고 말았다. 군대에 있으면서 나를 비우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괜찮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아직도 그녀에게 전화를 한다면 그녀가 받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냄으로써 한 가지 배운 게 있었다. 본인이 정말 소중히 여기던 사람이 떠난다면 그 아픔은 그 사람을 소중히 했던 만큼 아픔이 간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괜찮다고 말하지만 그건 자기 최면일지도 모른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힘들 것 같아서.. 언젠간 아픔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깊은 흉터가 남을 것이다. 내 마음에도 아픔은 지나가고 깊은 흉터가 자리잡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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