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은 처음이라
상담센터를 개소하면서 나는 새로운 직업을 얻었다. 임상심리학자, 상담가, 그런 익숙한 직업들 말고, 내게는 아주 생소하고 낯선 직함. 바로, '자영업자'라는 이름이다.
십여 년 넘게 한 가지만 파고 달려오며 상담이나 심리평가는 나름대로 꾸준히 배우고 익혀왔는데, 자영업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 아는 것이 하나 없었다. 그러니 마음먹기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하게 된 건 자율성과 독립의 욕구, 충동성과 도전의식이 강하게 힘을 썼던 탓이 아닐까?(자극추구 기질이 새로운 걸 기어이 하게 만들었을까) 두려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어쨌든 나는 내 사업을 시작했다. 아는 것이 없었으니 인터넷으로 긁어모은 작은 지식들을 가지고 부딪치며 알아가기 시작했다.
잘 되더라도, 잘 되지 않더라도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남편의 말도 힘이 되었다.
물론 잘 되지 않으면 꽤나 쓰고 아프게 배우겠지만, 어쩌면 통장을 부여잡고 피눈물을 흘릴지도 모르지만. 나름대로 내가, 센터가 잘 되지 않는다고 그냥 내던져두지는 않을 것(밖에서 일을 해서라도 우리 센터를 먹여 살릴 것이라는...)이라는 나름의 자신감도 있었다.
처음 상담센터를 개소하기로 결정하면서, 내가 개소를 원하는 가장 큰 이유를 하나 꼽아 봤다. 몇 가지 이유들 중 소거하고, 소거하며 하나를 남겼다.
지금처럼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과, 상담센터를 여는 것에 어떤 차이와 장단점이 있을까?
내 안의 어떤 욕구가 강하게 일어서 이 시점에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것일까?
그런 내용들을 적어 내려가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던 것들이지만, 자리에 앉아 차분히 되짚으니 그 내용들이 더 확실히 보였다.
그리고 가장 선 순위의 하나가 남았다.
* 내가 원하는 일,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하고 싶다.
- 어딘가에 소속되면 나름대로 지켜야 하는 그곳의 룰이 있다. 모든 곳이 같은 것은 아니지만, 상담 실적의 압박을 받는 곳, 그래서 내가 원하지 않는 '지나친 영업'을 해야 하는 곳도 있다. 이해도가 없는 곳에서 상담을 하시는 선생님들 중에는 비밀보장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끝없이 싸우기도 하시고, 이런 이유로 그만두시기도 했다.
나는 그런 제약들로부터 자유롭고 싶었다.
사람마다 견디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일이 과중한 것은 버틸 수 있지만, 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믿는 것을 따르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한 검사는 충분히 그 결과를 전달해드리고 싶었고, 물론 그에 걸맞은 정당한 페이도 받고 싶었다.
사업가로서 그런 것들보다 다른 것이 우선되는 방침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잘 맞지 않는 옷이었다.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내가 잘 입지 못하고 낑낑거렸다.
관련한 스스로의 이슈를 말하자면 길지만, 워낙 고집쟁이이기 때문이라고 말해두겠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저는 다른 방향을 향해 떠납니다. 그에 뒤따르는 것들을 책임지며..
그렇게 어느 겨울, 준비를 시작했다.
그 뒤는 훨씬 혹독한 과정들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