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심리상담을 받을까?
글을 시작하기 전에 묻고 싶다. 어쩌면 실수로 이 글을 클릭하여 읽게 되었을 한 사람에게, 혹은 힘들었던 순간 잠깐이라도 '상담같은걸 한 번 받아볼까?' 라는 고민을 했던 당신에게 한 번.
"자, 여러분. 다들 심리상담은 어떤 사람이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나는 이 문장을 오래도록 마음에 지니고 있었다. 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질문이기 때문에, 누군가 질문했을 때 여기에 적절한 답을 해주기 위해서도 노력해왔다. 여전히 가끔 주변에서 비슷한 질문이나 고민을 던져온다. '저같은 사람도 상담을 가도 되나 싶어서 고민했어요' 혹은 '나는 상담받고 그럴 정도는 아니잖아'와 같은 말. 주관적으로 상당한 상실감이나 고통감을 경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머뭇거린다. 그리고 이 과정을 거치며 너무 긴 시간을 망설이다보니, 얼른 반창고를 붙였더라면 조금은 더 빨리 아물었을 상처가, 덧나고 염증이 생겨 시커멓게 곪아버린 때가 되어서야 상담실을 찾게 되기도 한다. 그럴때면 함께 붕대를 감으면서 상처를 들여다보고, 뒤이어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이 든다. 상담이 조금만 더 근거리에 있었더라도, 선택의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도대체 우리에게 상담이란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가지고 있는걸까? '심리상담을 받을 정도의 사람'이라는 그 정의는 어떤 의미일까? 문장들을 샅샅이 파헤치고 나눠보다보면, 확실히 '심리상담'이라는 것이 굉장히 모호하고 불명확한 존재이긴 한 모양이다는 생각이 든다.
짐짓 그 망설임의 단계 속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졌다. 상담을 하는 사람의 눈으로는 잘 보지 못하는, 상담을 받고자 고민하는 이들에게 어떤 머뭇거림이 존재할지 궁금해졌다. 심리학을 하는 나는 평생 누군가의 마음속을 궁금해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무언가가 필요한데 미처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속을 궁금해해야만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렇게 들여다보며 알게된 것 하나는, 심리상담이라는 것이 지나치게 멀거나 혹은 너무 가깝게만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많은 이에게 상담은 아주 가까이에서 '그냥 말을 들어주는 것'이거나, 혹은 아주 멀리에 있는 '누가봐도 일상이 무너질 정도로 힘든 상태로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만 받는 서비스가 되어 있었다.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누구도 심리상담에서 정확히 무엇을 한다고 말해주지 않고, 누가 심리상담을 받아야하는지 속속들이 알려주지 않으니까. 그곳은 미지의 장소로, 우리가 언제든 힘들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이 아니라, 특정한 사람들만 문을 열고 들어가는 폐쇄적인 공간처럼 느껴지게 설정되어있으니까.
그저 말을 들어주는 것이라 생각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 것에 그 큰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말이야? 당황스럽고 놀라울 수도 있겠다. 거꾸로 심각하게 힘든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나같은 사람이 들어갔다간 왜 왔냐고 하는거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겠고. 고통이 누적되어 상담에 올 때조차도, 결국 내가 잘못되었으니까 나를 교정하고 치료해야한다는거 아닌가? 하는 마음에 반발심도 들 수 있겠다. 그러니 상담은 시작부터 이 모든 벽을 다 깨부수고 나야만 도달할 수 있는 어려운 과정이 되어버렸다.
누가 심리상담을 받아야할까? 여기에서 아이러니한 답을 하나 해보자면, 상담을 가장 많이 받는 직업군은 바로 '심리상담사'이다. 나 또한 상담을 오랜시간 받았다. 심리상담사들이 가장 공감피로에 지쳐 있어 일상생활도 어렵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들이 유독 주변에 자신의 말을 들어줄 이가 없어 더 쉽게 상담을 찾는 것일까? 나는 그저 정보를 쉽게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공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상담의 효과와 과정에 대해 알게 되었기 때문에, 절차에 대한 접근성과 두려움이 훨씬 적다. 상담사들은 대부분, 상담이나 일을 할 때 스스로를 더 잘 통찰하고 상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 상담을 받는다. 상담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러니 필요할 때 돈과 시간을 투입하여 상담을 받는 선택을 한다.
가깝지만 먼 나라, 미국은 살펴보면 실제로 우리나라보다 심리상담에 대한 문턱이 훨씬 낮다. 그들은 매우 자연스럽게 상담을 권하고, 스스로도 어려움이 있다고 느껴지면 쉽게 근처에서 상담사와의 시간을 예약한다. 모두가 이미 익숙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잘 안다. 결국 이 서비스가 어떤 것인지, 언제 받아야 하는지,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서비스에 접근해야하는지 알아야만 쉽게 선택하고 찾아갈 수도 있다.
그러니 결국 정보를 취득해야 그 선택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바야흐로 정보의 시대에, 인터넷만 열어도 내가 원하는 것들을 차곡차곡 정리해서 보여주는 시대에 심리상담에 대한 정보는 왜 이렇게 모호하고 정리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담의 수많은 치료적 요소들, 그것들을 몇 마디 말로 간단하게 설명하기야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상담을 선택할 때 필요한 것에는 그 외에도 많은 주변 요인들이 있다. 상담사들은 당연히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쉽게 지나치고, 내담자의 입장에서는 정보를 구하기 어려워 복잡한 것들. 상담에서는 대체 어떤 것들을 하게 되는지, 수많은 센터들 중 어떤 상담사나 상담센터를 찾아가야 맞는지, 가기 전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왜 센터마다 비용은 차이가 나는 것인지, 첫 날에는 무엇을 하고 그 다음부터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어째서 몇 개월 이상의 상담이 필요한 것인지 등 이 모호한 많은 것들이 조금이라도 매뉴얼처럼 구조화된다면 상담을 시작하는 일이 더 쉬워지지 않을까?비용이 이렇게 많이 드는데 정말 효과가 있을지 두렵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과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두렵기도 하고, 내가 선택한 상담사가 적절한 사람이 맞는지 고민이 되기도 하고, 상담을 하다가 중간에 맞지 않다고 느껴졌을 땐 어떻게 해야하는지 염려도 되고,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문제가 상담에서 다루는 것이 맞는지 확실하지 않고, 이 모든 마음과 궁금증들을 모아서 이 글을 쓴다.
내가 지금 상담을 받으러 가면 되는건가? 어떤 방식으로 검색해야 내가 원하는 상담센터를 찾을 수 있는거지? 전문의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원하는 분야의 '전문가'는 어떻게 구별해내야 하지? 예약을 해야만 하는건가? 개인정보는 어디까지 적어내야 하지? 내 개인정보와 심리상담 내용은 어디까지 공유가 되나? 대기실에 있으면 되나? 상담은 얼마 정도 받는거지? 상담자는 나에게 뭘 묻고,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하는거야? 하나부터 열까지 모호한 것 투성이다. 인터넷에도 정보가 너무 다양하게 다르고, 주변에서도 각각의 경험이 다 다르다. 이렇게 헷갈리는 것들이 많아지니 시작부터 로딩이 걸리기 시작한다. 자신의 정보가 노출될까봐 주변에 자신의 경험을 알리지 않는 경우도 많으니 더더욱 알기가 어렵다.
결국 희뿌연 구름으로 가려진 미지의 세계처럼, 그곳에서 어떤 것이 이루어지고 무엇을 얻게 되는지도 모호한 이 과정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안 그래도 마음이 힘든데 이 불명확한 것들을 생각하며 갈지 말지 답을 찾아내려야 한다 생각하면, 이 모든 과정을 덮어버리고 싶은 마음도 이해가 간다. 그래서 상담이 조금 더 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깔끔하게 정리된 브로셔처럼, 보기 쉬운 안내서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이 안내서의 시작이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