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가장 강한 추위다. 볼을 따갑게 스치는 겨울바람이 유독 매섭게 느껴진다.
저녁 외식을 마치고 서둘러 집으로 가는 길, 아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다름 아닌 경비실 CCTV 모니터였다. "우와~" 서로 다른 곳을 비춰주는 수십 개의 화면을 보며 연신 감탄을 쏟아낸다.
아이는 오래전부터 CCTV를 좋아했다. 놀이방에는 이미 두 대의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다음 선물을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다. "집안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할 거야." 참 독특한 취향이지만, 아이는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런 녀석에게 서로 다른 풍경을 담아내는 수십 대의 카메라는 마치 멋진 오케스트라처럼 느껴졌을지 모른다.
벌벌 떨며 발걸음을 재촉하던 나와 아내도 결국 멈춰 섰다. 손끝은 이미 감각을 잃었고, 볼은 말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얼어붙어 있었다. '굳이 지금...'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어서 빨리 아이의 시간이 끝나길 바랐다.
'이제 그만 가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아이의 진지한 표정을 보니, 차마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하려는 말이 아이를 위한 건지, 아니면 내 불편함을 끝내기 위한 건지 구분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칼바람을 잊고 오랫동안 서있었다. 우리의 볼은 빨갛게 얼어붙고 있었고, 아이의 뒷모습은 유난히 진지했다. 그 진지함이 귀엽고 사랑스러워 말없이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자 얼어붙은 우리의 볼에 점차 온기 가득한 미소가 번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이가 고개를 돌려 웃으며 말한다.
"이제 가자."
집으로 돌아오는 길, 코끝은 시렸으나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은 따뜻했다. 아이의 시간을 지켜주었다는 안도감, 그리고 나 자신의 조급함을 잘 다스렸다는 생각이 섞인 온기였다.
훗날 또다시 아이의 세계가 멈추는 순간을 만난다면, 기꺼이 나의 시간도 함께 멈춰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