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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목적, 삶의 불꽃은 무엇일까.

마음속 픽사 최고작, 영화 <소울>

1995년 <토이스토리>로 시작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이른바 명작들을 선보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라따뚜이> <월-E> <Up> <인사이드 아웃> <코코> 그리고 최근의 <엘리멘탈>까지.

8~90년 대생들 중에 <토이스토리 3>의 피날레, "잘 가, 파트너" 대사에 극장에서 안구건조증이 치료되었다는 수많은 간증들을 우린 기억하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태어나진다."

삶에 내던져지는 우리는 본질적으로 "왜 태어났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어 한다.

종교적인 해석이라면 "신이 우리에게 어떤 소명을 주셨는가"에 대한 답일 수도 있다.

무엇을 하려고, 무엇을 위해서 우린 태어난 것일까.

그래도 만물의 영장인데, 우리가 아무런 목적 없이 이 세상에 왔다 간다는 건, 너무 허무하지 않은가.

이 세상에 어떤 족적을 남기려고 우린 태어났을까.


필자가 생각하는 픽사 최고작, 영화 <소울>입니다.



주인공 조 가드너는 도르테아 윌리엄스의 재즈 클럽에서 멤버로 연주하는 것이 꿈인 피아니스트이다.

초등학교 음악 선생님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얻었지만, 그것은 자신의 꿈은 아니다.

그에게는 재즈와 피아노가 꿈이자, 경지에 도달하고 싶은 무언가이다. (Do jazz)


불의의 사고로 "태어나기 전 영혼들의 세상"에 던져졌을 때도, 그는 지구를 가게 만드는 "불꽃"이 자신에게는 재즈임을 1도 의심하지 않는다.


영화는 많은 "꿈 영화" 또는 "성장 영화"들처럼 나아간다.

주인공이 어떤 꿈을 향해 오랜 시간 노력해 오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루려는 순간 시련을 맞이하고, 시련조차도 이겨냈으며

부모님은 직업적인 안정성을 이유로 반대해 오셨지만, 사실 알고 보니 자식의 꿈을 위해 남몰래 깊이 응원해 오셨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마침내 꿈의 무대인 도르테아 윌리엄스의 뉴욕 재즈 클럽에서 연주를 하게 되며, 역경을 딛고 완성한 무대에서 모두의 박수갈채를 받는다.


하, 드디어 꿈을 이루었다. 평생을 꿈꿔온 순간이다. 가슴이 벅차고 터질 것만 같다.

자, 이제 꿈을 이루었으니, 뭔가 내 인생을 달라지겠지? 뭔가 새로운 일들과 새로운 세상들이 눈앞에 펼쳐지겠지? 성공한 아티스트의 삶은 뭔가 달라도 다르겠지?


자, 이제 다음은 뭔가요?


내일도 연습하고, 오늘처럼 와서 공연하는 거지.


... 다른 거는요?


다른 거? 다른 거 뭐?


...? 이렇게 아무것도 없다고?

내 인생의 꿈, 목적이자 "불꽃"인 재즈인데. 그걸 이루었는데 이게 전부야?

이것 하나만을 위해서, 이렇게 달려왔는데?

22 : 하늘보기가 내 불꽃인가 봐.

22 : 아니면 걷기? 나 걷기에 소질 있는 거 같아!

조 : 그런 건 목적이 아니야 22.

조 : 그건 그냥 사는 거잖아.

마침내, 깨닫는다.


조는 "삶의 목적이란 그런 게 아니다" 라며 일갈했던 22에게 돌아가, 작은 깨달음 하나를 전달한다.

조 : 너의 불꽃은 너의 목적이 아니야.

조 : 그 마지막 불꽃은 네가 살아갈 준비가 되면 그냥 채워지는 거야.

조 : 그리고, 너 Jazzing 정말 잘하잖아.


그래, Do jazz가 아니라, Jazzing이 정답이었다.




삶의 목적은 삶 그 자체이다. 


직업, 돈, 꿈, 이상, 진리조차도, 삶을 살아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한다 해도, 삶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목표한 바를 이룬다 해도, 그 뒤로도 그냥 살아가는 것일 뿐이다.

그 허무함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찌르찌르 미찌르의 파랑새 이야기.

행복을 찾아 평생을 헤매고, 지쳐 집에 돌아와 보니,

행복은 내 방 침대 밑에 숨어있었다고.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지갑 속 사진,

라이프의 오프라인 마지막 표지를 장식한 건, 특별하고 대단한 사진이 아니라,

그저 일상을 살아가는 월터의 일하는 모습이었다고.


바다를 찾아 헤매던 물고기도

행복을 찾아 헤매던 파랑새도

특별한 사진을 찾아 헤매던 월터도

재즈를 찾아 헤매던 조 가드너도


이미 바다였고,

이미 행복에 살고 있으며,

사진은 내 지갑에 있었고,

재즈는 "이루는 것"이 아닌 "살아가는 것"이었음을.


떨어지는 낙엽에 감탄하고, 햇살을 즐기며, 맛있는 피자를 먹고, 하늘을 보며, 걷고, 이발을 하고, 대화를 나누며, 친구들을 만나고, 피아노를 치고, 재즈를 들으며, 가족들과 함께 했던 그 모든 순간이

곧 삶이었음을.


삶은 살아가는 것, 이미 그 자체로 그 목적을 다 하고 있음을

그러기에 목표를 이루는 과정 중에 삶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들을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고,

아주 간결하게, 하지만 큰 울림으로 전달한다.



이 영화 또한, 인생의 모든 문제에 대해서 해결책을 주지는 못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가자지구나 분쟁지역, 기아지역에 태어난 사람들도

그 불행한 삶을 그저 살아가는 것이 그 목적이라 할 수 있느냐?


어찌 됐든 조 가드너도 재즈 피아니스트라는 꿈을 이루었으니 허무함과 소중함도 느낄 기회가 있었던 것 아니냐. 꿈을 이루지 못했어도 그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을까?


태어남 자체가 물음표인 존재가 인간인데, 존재에 대해서 수천 년을 고민해 왔어도 답을 내리지 못한 인간인데, 영화 한 편으로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꿈과 목표를 향해 나아가되 과정을 즐기고 삶을 즐길 것.

꿈을 이룬 순간 허무함이 찾아오더라도 "원래 그렇다"며 받아들일 수 있을 것.

삶은 그저 살아가는 것이기에, 목표를 이루기 전과 이룬 후의 내가 다르지 않음을,

그러니 인생을 재밌게 살 것.


수의사가 꿈이었으나 돈과 아픈 딸 때문에 못되었지만,

사람들의 머리를 멋지게 다듬어주고, "마법의 의자"에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손님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으며 행복을 느끼는 이발사 "데즈"처럼,

무언가 되었을 때도,

무언가 되지 못했을 때도


우리가 살아간다는 그 본질은 변하지 않았음을,

진리의 한 꼬집 정도로 이 영화에서 얻어가면 좋겠다.


ps.


Do Jazz X

Jazzing O

I do Hiphop X 

I am Hiphop O


분야도 다르고

영화와 인터뷰, 유튜브 매체도 다르지만


무언가 울림을 주고 깨달음을 주는 메시지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출처 : LEmag 피타입 인터뷰 <힙합은 직업이 아니라 삶이에요>


출처 : 머니그라피 더콰이엇 인터뷰 <더콰이엇이 말하는 힙합의 본질>


출처 : 침착맨 원본 박물관 <활발함을 원하는 대학생, 침착맨님 삶이 무기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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