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밖은 전쟁이었다
작년 이맘쯤 스터디파이에서 강의를 하나 구매했다. 강의는 3가지가 묶여있는 패키지로 구성되어있었다. 그당시에는 브런치에 선정되는 것만 목표여서 어쩔 수 없이 패키지를 구매했었다. 패키지에 구성되어있던 강의는 아래와 같았다.
- 브런치 선정되는 법. 좋은 글 쓰는 법
- 네이버 블로그로 수익화 내는 법
- 전자책 만드는 법
그 당시에는 브런치만 보려고 산 강의라서 네이버 블로그와 전자책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비싼 돈 주고 산 강의라서 안보고 넘어가긴 아쉬워서 쓰윽 보기만 했었다. 그랬는데, 결국 나는 일년 후에 이렇게 네이버 블로그 수익화로 전자책을 만드는 작가가 되고야 말았다.
이러니 또 다시한번 느낀다.
내가 했던 모든 선택의 결과물이 현재의 나라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생각대로 산다는 것을.
이렇게 얼떨결에 시작해본 전자책 제작으로 처음으로 생산자가 되보니 느끼는 점이 몇가지 있었다.
1. 세상에 모든 제품은 '광고'가 전부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연구하고, 기획해서 세상에 내놓아도 아무도 그 제품이 나온지 모르면 어떻게 될까?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체로 소리없이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내가 굳이 클릭하지 않아도 알만큼 유명한 제품이란 무엇일까?
미친듯이 광고를 때려넣은 제품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알만한 네이버 메인 페이지의 배너, 인스타그램의 광고, 온라인 쇼핑몰의 최상위 제품은 모두 하루에 몇백만원, 몇천만원의 홍보로 인한 결과물이었다. 그래서 내가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클릭하게 된 것이었다.
열심히 만든 전자책을 세상에 홍보하려고 하니, 모든게 돈이었다.
인스타그램또한 사람들에게 많이 노출되기 위해선 하루에 3만원 정도의 금액을 써야했고, 와디즈에 하루 노출 시키기 위해서는 최소 30만원에서 100만원이 들었다.
와디즈 메인 광고는 너무 비싸서 포기하고 인스타그램 광고만 일주일을 돌렸다. 결과는 처참했다. 돈을 더 많이 쓰거나 홍보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왜 회사에 홍보팀이 있고, 마케팅을 하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홍보를 안하면 사람들이 알 수가 없다.
2. 회사처럼 가만히 있어도 '돈주는 곳'은 없었다.
어른들이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맨날 이야기했던 말. "회사가 제일 편해" 라는 말이 이해가 안갔었다. 회사 밖에서도 나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회사는 너무 수동적이고 딱딱하고, 수직적이었다. 회사 말고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충분한데 가둬두는 듯한 답답함을 느낄 때도 많았다.
하지만 책을 제작하면서 회사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아니 이렇게 생산적으로 살지 않아도, 결과물이 숫자로 나오지 않아도 돈을 준다고? 회사 짱이네!' 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회사 밖은 험난하다.
전자책을 기획하는 것, 스토리 라인을 제작하는 것, 책을 제작하는 것, 검수하는 것, 홍보하는 것, 판매하는 것, 문의를 받는 것 모두 다 내가 스스로 해야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저 모든 것들이 하나 하는데만 일이주가 넘게 걸리는 대작업이었다.
그렇다고 그렇게 열심히 하면 바로 모두다 알아주고 돈이 들어오나?
그것도 아니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팔리지 않으면 0원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아니다. 내가 열심히 했지만 팔리지 않아도 왠만해서는 돈을 줬다. (적어도 내가 있는 회사는 그렇다) 가끔은 직원들과 커피를 마시고 와도 월급을 줬다.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지 않아도 월급을 줬다.
이런 곳이 어디있는가!
안정적으로 나에게 매달 비슷한 돈을 준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있고 감사한 일인지 회사생활 7년만에 처음으로 느꼈다.
3. 세상에 나온 모든 창작물은 소중하다.
책을 볼 때는 몰랐던 것이 많이 보였다.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흔적들이 보였다.
표지는 어떻게 적고, 글자 간격은 어떻게 해야하며, 책 안에 들어가는 짧은 저 문장하나하나부터 그림은 또 얼마나 고민하여 넣었을지. 책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단히 많은 노력이 들어가야했다.
물리적인 형체가 없는 전자책도 이런데, 실제 제품은 얼마나 더 손이 많이 갈까.
공장에서 제작하고 세상에 나오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들어갔을 것이다.
제품은 사기만 했을 때는 몰랐던 일이다.
왜이렇게 창작물에 대해 엄격하게 관리가 들어가는 지 알 수 밖에 없었다. 내 배로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그만큼 소중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고, 자랑하고 싶기도 한 자식이었다.
앞으로 책을 읽을 때는 마음가짐이 달라질 것 같다.
나의 창작물이 소중하듯이 남의 창작물도 소중하다.
이 값진 책을 읽을 수 있는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겠다.
누구도 시키지 않는 일을 해보며 ,
가끔은 이 걸 한다고 인생이 크게 달라지지도 않을텐데,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텐데,
지친 순간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인생 첫 전자책을 만들면서 나는 처음으로 생산자가 되었다.
회사에서 하라는 업무가 아니라 '스스로'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 이 문을 열었으니 또다른 세상이 펼쳐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