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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Feb 28. 2019

여성이 계산대에 당당히 나서야 하는 이유

  계산대 주저는 여성스스로 남성 상위를 인정하는 꼴

지난해 5월 19일부로 종료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연상연하 커플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jtbc 드라마다. 최고 시청률 7.281%(닐슨코리아)를 찍는 기염까지 토했던 이 드라마는 종합편성 장르별 1위, 드라마 시청률1위의 기록까지 뒤따랐다. "굿 데이터 코퍼레이션"의 조사에서도 2018년 화제성 순위 1위도 차지했다. 이같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시청자들의 열화 같은 성원을 받은 채 종료됐다.

이 드라마 역시 방영되기 직전 제작발표회가 있었다. 남여주인공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사회자가 여주인공인 손예진 씨에게 "드라마 설정처럼 상대 배우인 정해인에게 실제 밥을 잘 사주냐"라는 다소 장난기 어린 질문을 던졌다. 손예진 씨는 "제가 몇 번이나 사주려고 했는데 (정해인이) 미리 계산을 다 해버리더라” 그래서 "아직까지 한 번도 밥을 사주지 못했다"라고 아쉬움을 피력하기도 했다.

손예진 씨의 말에 남자 주인공인 정해인 씨는 "누나한테 꽃등심을 사 달라고 해야겠다"라는 너스레를 떠는 것으로 화제를 돌려지만 이 대목에서도 남녀 간 밥값 계산에 대한 사회적 관습이 자리하고 있음을 엿볼 수있었다. 요즘 "더치페이 문화가 많이 활성화되는 등 예전보다 많아 개선되고 있다"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남자가 밥값을 지불하는 사회적 관습은 여전한가 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남녀관계에서 주로 남자가 밥값을 지불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김덕진 빅데이터 전문가는 이렇게 표현했다.여자들끼리 모였을 때는 각자 더치페이를 하지만, 여자 여럿에 남자가 한 명 있을 때는 남자가, 여자 여럿에 오빠가 한 명 있을 때는 오빠가, 여자 한 명에 남자가 여럿일 경우엔 남자 중 하나가 라는 남성 중심의 밥값 계산 이른바 코리안페이론을 말한 것이다.

몇 년 전에 방송되었던 kbs 개그콘서트 '남성인권보장 위원회' 코너에서도 이러한 코리안페이 현상을 풍자한 바도 있었다. 이 코너에서 위원회 소속 남자 개그맨 세명은 머리띠를 동여매고 두 주먹을 불끈 쥔채 일어선다. 그러면서 "남성들이여 여자가 밥을 사는 그날까지 투쟁합시다"라고 소리를 높여 외친다. 이들이  "분기탱천" 외쳤던 이유는 딱 한가지 왜 "남성만 밥값을 내냐"라는 것이었다.

이들 세 개그맨들의 외침은 비록 개그를 빌어 시청자에게 웃음을 전달하기 위함이었지만 "남녀 간 밥값 비용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풍자했다"라는 점에서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던 남성 시청자들 위주로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세상은 변해 남녀 평등 시대,"여성의 권위는 많이 상승했다"는데 유독 밥값 계산에서만큼은 "여성의 권위가 없느냐"라는 간접적 메시지에 고개를 끄덕였던 것이다.

남녀가 대등한 시대라고 하지만 식당 계산에서만큼은 남녀평등의 체감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그것은 우리 사회가 밥값에서만큼은 가부장적 관습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서는 아닐까, 그 관습이란 옛날의 여성들은 지금처럼 직접 돈을 버는 경제주체로서의 성격은 약했다. 좋은 남자 만나 시집가고, 남자가 벌어다 준 돈으로 아기를 키우고 집안 살림이나 꾸리는 비경제 주체의 성격이 강했다.

비경제 주체의 여성에게 있어서 데이트 비용이나 밥값 지불 능력은 당연히 없었을 것이다. 이 점 남성들도 익히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남성은 여성과의 모든 교제 비용 부담에 대해 하등에 이상할 것도 없는 당연한 몫이라 여겼다. 여성 또한 자신이 경제주체가 아니었던 만큼 밥값 비용에 있어서 그만큼 자유롭다'라고 보고 남성의 비용 지불에 그다지 큰 부담감을 느끼지 못했다.

여기에 남녀 간 자존심이라는 심리까지 더해 저 남성 밥값 지불 관습은 더욱더 공고해진 것은 아닐까, 남성은 여성 앞에서 밥값도 못내는 무능력자로 보이기 싫어 여성보다 앞장서 밥값을 지불했다. 여성 역시도 내가 굳이 남성보다 앞장서 밥값을 낼 필요가 있나, 오히려 잘못 나섰다가 "남성의 자존심만 건드릴 텐데"라는 자존심 심리는 밥값 계산은 남성들만의 전유물로 굳어졌고, 그 관습이 오늘날까지 이어 저 온 것은 아닐까,

한가지 조심스러운 것은 이러한 나의 관습적 생각이 보편적 타당성이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밥을 사준다고 해도 "미리 계산을 해버리더라"라는 손예진 씨의 사례를 들어 보면 보편적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그 옛날 밥값 계산의 관습은 여전히 유효하고 있지 않을까,실제 내 주위에서도 여성이 밥값을 앞장서 계산했던 경우를 별로 보지 못했던 터라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내 관습적 생각과 내 주위가 아니더라도 만에 하나라도 이러한 남녀 간 밥값의 관습이 사라지지 못하고 그래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밥값은 남성들의 몫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고 있다"면 이런 등식은 타파해야 하고, 이제 그럴 때도 됐다고 보는데 왜 그럴까,

지금은 옛날과 달리 여성 스스로도 돈을 버는 경제 주체의 시대다. 이 말은 곧 여성도 이제 "경제적 분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데이트 비용이나 밥값은 남성들이 내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여성들이 있다"면 이는 여성 스스로 자신들을 낮추고 남성을 상위로 올려놓는 남녀평등 시대의 역행을 자초한 셈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남자가 "밥값 몇 푼 가지고 지질하게 그래"라는 소리를 들어도 좋다는 각오로 감히 주장을 해 본다. 그 옛날 가부장제의 못된 관습을 뿌리뽑고 진정한 남녀 평등을 위해서라도 여성은 식당의 계산대를 그냥 지나치지 말라,남성이 밥값을 지불하려 해도 곁에서 지켜만 보고 있지도 말라, 나도 "그 정도 밥값 정도야 충분히 낼 능력이 있다"라는 자신감으로 계산대에 당당히 앞장서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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