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들이 선물로 고민하신 분들
전세를 전전하다 드디어 본인의 집을 장만하게 된 지인에게 집들이 초대를 받았다. 사전적 의미 그대로 새집에 든 사람이 자축과 집 구경을 겸하여 친지나 친구들을 초대하는 집들이에 답례의 선물로 보통 화장지나 세제를 들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왜 화장지와 세제일까, 그것은 바로 새 집에서의 운이 술술 풀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휴지를, 그리고 거품만큼이나 재복이 늘어나기를 기원하는 의미의 세제다. 또한 이 두품목은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물품이고 주고받는 사람 서로 부담 없다는 측면에서 화장지나 휴지가 관례다 시피 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번 집들이 초대에 이런 평범한 관습을 깨고 싶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그래서 인터넷 집들이 선물도 검색해 보고, 직장 동료들에게 자문도 구해 봤지만 뾰쪽한 대안을 얻을 수 없었다.
고민 끝에 생활용품을 파는 가계를 찾아가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르자는 것이었다. 퇴근 후 평소 자주 들렀던 가계를 방문해 이것저것 살펴보니 예쁜 액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것도 괜찮겠다 싶어 몇 개의 액자를 골라 사진으로 찍고 지인에게 전송했다.
그리고 전화를 걸어 사진 중 마음에 든 액자를 골라 보라고 했다.
"무슨 액자야 그냥 와, 그냥 오기 곤란하면 화장지나 사와"
지인은 액자 자체가 좀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사진 중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인지 시큰둥 한 반응을 보이며 재차 말했다.
"정 그렇다면 그냥 화장지나 사 오라니깐,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일단 액자는 접어 두기로 했다. 그렇다고 화장지 대신 가져갈 선물까지 접은 건 아니었다. 이곳저곳을 더 돌아보니 주방용품 코너가 보였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꽤 괜찮은 커피잔 세트들이 많았다. 이 용품도 좋겠다 싶어 몇 세트의 사진을 찍어 다시 지인에게 전송하고 전화를 걸었다.
지인은 본인과 무관한 커피잔 세트인 듯 아내에게 선택권을 돌렸다.
여보, 이 중에서 골라 보래,
"뭔데 그래,
"커피잔 세트인가 봐"
"오, 그래~ 커피찬 세트?", "이게 좋아 보이는데?"
반색하는 듯한 지인 아내의 목소리가 휴대폰 넘어 내 귀속까지 희미하게나마 전달되었고 곧바로 그중에서 "왼쪽 장미꽃 디자인의 것이 마음에 든다는데"라는 지인의 목소리는 주저할 것도 없이 "커피잔세트가 마음에 너무 들어요"라는 지인 아내의 목소리로 들려 내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집들이날 지인의 아내.....
"어머~ 어떻게 커피잔 세트 생각을 하셨어요, 너무 예쁘고 마음에 들어요"
그냥 인사치레가 아닌 진심이 묻어난 지인 아내의 행동과 얼굴에서 무릎을 탁, 칠 뻔했다. 그래, 내 선택은 탁월했어?라고....
사실 내가 산 커피잔 세트는 화장지나 세제 가격과 그렇게 큰 차이는 나지 않았다. 하지만 선물이란 값어치를 떠나 받는 사람이 마음에 들어야 그 게 진짜 좋은 선물은 아니겠는가 싶다.
집들이 선물로 고민하신 분들, 커피잔 세트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