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취업을 못해 집에서 빈둥빈둥 놀던 아들은 어디선가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는 엄마에게 달려가 기쁜 마음으로 통화사실을 알린다
"엄마... OOO 회사에서 면접 보러 오래"
"오메, 그래야 잘 됐다. 잘하면 이제 우리 아들도 취직을 할 수 있겠구나?"
아들의 말에 누구보다 신이 난 엄마다.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없는 요즘 세상에 아들이 면접을 보게 되다니.. 말만 들어도 대견하다. 이런 아들에게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거라곤 옷장에 고이 간직해 두었던 양복과 빳빳하게 다려진 셔츠와 예쁜 넥타이를 꺼내 아들에게 보여 주는 일이다.
이런 엄마의 기쁜 마음을 알아준 아들 또한 엄마가 준비해 준 양복을 예쁘게 차려입는다. 그동안 취직을 못해 내심 미안한 마음을 항상 갖고 있던 아들은 천진난만한 밝은 미소와 함께 보무도 당당하게 엄마에게 말한다.
'고맙습니다' '엄마~' 엄마가 사준 이 양복을 입고 '면접 잘 보겠습니다' '충성' '엄마~'
"그래 우리 아들, 이 세상에서 최고 멋지다"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최종 합격도 아니고 면접 통보만으로도 회사에 취직이나 된 것처럼 무척이나 고무된 두 모자의 모습에서 대한민국 청년들이 얼마나 취직에 목말라 있는지를 직. 간접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대목이다.
이 두 모자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는 지금 고용은 감소하고 실업자는 증가하는 등 고용사정이 여전히 녹녹지 않다. 실제적인 통계 즉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 동향을 보면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7만 4000명 감소한 381만 9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곧 '일은 하고 싶어도 취업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사람을 채용하겠다는 수요처는 한정되어 있는데 고용을 원하는 공급자는 넘쳐 나는 이른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의 현상에 기인한다.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질이 좋은 일자리일수록 더욱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흔히들 말하기를 급여와 복지혜택 등 근무여건이 좋은 큰 규모의 기업을 좋은 일자리라고 한다. 따라서 이런 기업에 채용을 원하는 구직자들이 몰려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 같은 현상은 역설적으로 고용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피 말리는 경쟁을 감내해야 한다. 반대로 기업은 고용을 원하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 선택이 넓은 만큼 서류 및 필기 전형은 물론, 최종 면접까지도 까다롭게 심사한다.
<지붕 뚫고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 달리말해 기업은 구직자의 외적 품행을 통해 내적 품행까지 꼼꼼하게 들여다보려고 한다. 그 하나가 바로 면접자의 반듯한 옷차림새다. 그래서 면접자들도 역시 면접관에게 잘 보이려고 양복을 착용하고 면접에 임하는 게 통상적인 관례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이게도 합리적인지 못한 면접 관습이다. 왜냐면 사람마다 성격과 취향에 따라 옷을 입는 스타일이 각기 다르다. 그런데 양복이라는 옷차림으로 획일화시켜 버리면 면접자의 다양한 개성과 취향 그리고 창의성을 판단하는데 장애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가공무원 시험 요강에도 면접복장은 격식을 차린 획일적인 옷차림은 권장하지 않으며 본인의 역량 발휘에지장을 주지 않는 간편한 옷차람(평상복, 노타이 등) 권장합니다. 면접복장은 면접평가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라며 정장면접을 지양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일부 사기업 또한 이러한 추세로 가는 경향도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획일적인 정장면접이 대세다.
공무원 시험 면접 요강 면접이란 면접관이 면접자가 회사 특성에 맞는 적합한 사람인지 판단하는 절차이기도 하다. 반대로 구직자에겐 지원한 회사가 내 적성에 맞는 곳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는 곧 면접관, 면접자 서로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하고 판별하는 자리가 바로 면접 일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틀에 박힌 양복면접에 얽매이지 않아야 회사도 회사가 필요로 하는 진짜 인재를 발탁할 수 있고, 구직자 또한 자기 적성에 맞는 정말 일하고 싶은 회사에 입사를 할 수 있는 소위 말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가장 합리적인 면접이 바로 획일적인 양복 면접을 지양하는 길은 아닐까 싶다.
커버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