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공간이 반 인간적이라고 사는 사람까지는 아니다
"반지하방에 살 게 된 계기 그리고 경험"
나는 지방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되지만 그때 역시도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로 서울 가야 '좋은 직장에 돈도 벌 수 있다'라고 굳게 믿었던 시절이었다.
지면보다 낮은 지하방이기에 대낮에도 햇볕이 들어오지 않는 것쯤이야 당연하다고 여겼다. 여름 장마철이면 유독 심해지는 눅눅한 습기와 벽지 여기저기에 까맣게 피어오른 곰팡이 꽃에도 반지하방이니까 그러려니 참을 수가 있었다.
문제는 위층에서 버린 생활하수가 제대로 배수가 되지 않아 지하방으로 역류할 경우는 큰 곤혹이었다. 이보다 더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위층의 일부 세대에서 양변기에 음식물 쓰레기 등을 버려 막히고 역류해 집안이 온통 역겨운 똥냄새로 진동했을 경우에는 말 못 할 고통이었다.
그런데 반지하방 사람들을 더욱더 힘들게 하는 것은 반지하에 사는 열악한 환경보다 반지하방에 사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곱지 않는 시선이다.
어떤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능력이 없으니 저런 곳에 산다?"
맞다. 능력 있고 돈이 많으면 그들이라고 구질구질하게 살고 싶을까, 돈만 많으면 남들처럼 번듯한 아파트에서 럭셔리에게 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반지하라도 어쩔 수 없이 사는 겁니다. 하지만 반지하라도 살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사는 그들에게 "능력이 없으니 저런 곳에 살지" 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면 그들이야말로 반 인간적인 사고방식이 아닐까,
주거시설로 사람을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왜냐면 그곳에 산다고 죄는 아닐뿐더러 지하방의 주거공간이 반 인간적이라고 거기에 사는 사람들까지 반 인간적이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