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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Aug 01. 2024

맹세코 딱 한 번의 수박서리, 그때가 그립다

그때 그 시절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갑니다.

전통시장에 재철을 맞은 여름철 채소 과일들이 넘쳐 납니다. 노란색이 유난히 돋보이는 참외, 속씨까지 먹어야 더 달콤한 참외는 손님들의 지갑을 여는데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그 외 여러 색감의 알록달록한 과일들이 전통시장의 분위기를 한 층 향기롭고 아름답게 수놓고 있습니다.


그중 여름 과일하면 수박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새빨간 속살을 한입 가득 베어 물었을 때 그 과즙의 시원함과 청량감은 가히 여름철 최고의 과일이라 추켜세워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단지 가격이 만만치 않아 손이 쉽게 가지 않는 게 아쉬움입니다.


수박을 얘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어릴 적 수박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떠오릅니다.


어릴 적 아버지는 공부하라는 소리보다 '소꼴을 베어 와라, 혹은 땔감을 해와'라와 같은 잡다한 일을 시키곤 하셨습니다. 아버지 말이 곧 법인 권위적인 가부장적 시절에 아버지 말에 거절이란 아예 생각지도 못하며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했던 것 같습니다.


이버지도 그럴 것이 논, 밭  한 평도 가진 게 없는 지지리도 가난한 집안, 부잣집이 대여해 준 몇 평 안 되는 논과 밭에 모를 심고 밭작물을 심었을 정도입니다. 그것도 남의 논과 밭에 농사를 지은 만큼 수확에 3분의 2 정도는 주인에게 돌아가고 나머지만 우리 몫이었으니 죽어라고 농사를 진들 살림살이는 마냥 그러했습니다.


그나마 그것이라도 농사를 지어 8남매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니 아버지께서는 공부보다 먹고사는 게 우선이기에 자식들에게 이런 일 저런 일 온갖 잡다한 일을 시키셨을 것이라는 것을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충분히 알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농사일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잎담배농사였습니다. 수확부터가 푹푹~찌는 딱 요즘 같은 한여름이었습니다. 무성하게 자란  잎담배 고랑을 헤집고 다니며 작업을 해야 했던 잎담배 수확은 특유의 끈적한 니코틴 진액과 냄새는 숨을 턱턱 막히게 만들어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도 마찬가지로 동생들과 그 고통스러운 잎담배 수확을 했습니다. 하도 힘들고 더워 바로 윗 수박밭에 기어 올라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눈에 바로 보이는 수박 한 통을 따 다시 무성한 잎담배 고랑으로 재빠르게 숨어들어 주먹으로 깨서 나눠 먹었던 그때의 수박 맛은 가히 사막에 오아시스 같은 생명수나 다름없었습니다.


지금은 엄연한 범죄입니다. 하지만 그때는 들키더라도 꿀밤 한 대로 죗값을 치를 수 있었던 수박서리, 단연코 맹세하는데 그때 딱 한 번의 수박서리는 이렇게 글의 소재가 될 정도로 잊을 수 없는 그때 그 시절의 추억 속에 남아 있는데요, 


오늘따라 왠지 그 수박 맛이 그립습니다.



커버이미지: 영화 클래식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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