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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뒤, 베트남 물 생활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베트남살이의 필수품 연수기

브런치 알고리즘에 정말 감사하게도 '호치민 물' 이야기는 계속해서 꾸준히 인기글로 노출되고 있었지만, 베트남 살이 짬밥 좀 먹은 시점에서 '먹는 물', '쓰는 물' 생활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시의성 있게 최신의 정보를 들려드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책임감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2018년부터 2021년, 햇수로 베트남 살이 4년 차가 된 한국의 까탈스럽고 예민한 주부 입장에서, 호치민 물에 대한 인식과 생활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1. 믿고 쓰는? → NO! 믿을 수 없는 호치민 물

 19년도 '호치민 쓰는 물' 이야기 편에서, 당시 나는 베트남의 삼성이라 불리는 Vingroup의 Vinhomes Central Park 고급 아파트 브랜드 명성만을 믿고 '연수기, 필터 없이 그냥 써보자!' 주의로 지냈다. 하지만 글 마무리에 "종국에는 연수기를 설치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써 놓은 것과 같이, 현재는 생활수 나오는 곳곳에 연수기를 설치해서 쓰고 있다.

 두 번째 이사 간 (중급)아파트에서 호치민 수돗물에 대한 인식이 180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고급 주거시설이 아니면 호치민의 수돗물은 믿을 수 없다....... 인천 OO아파트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왔다는 뉴스로 한 동안 시끌시끌했던 사건이 바로 우리 집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수전이 설치되어 있는 부엌 싱크와 화장실 세면대에서 종종 은빛의 아주 조그맣고 길쭉한, 기생충처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생명체가 출몰했다. 손가락에 주부습진 생겨가면서 독한 세정제로 청소를 해도 나타나는 기생충 벌레 때문에 비위생적인 집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고, 계약기간이 빨리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또한 안방 화장실 물도 문제가 있었다. 안방 화장실에 욕조 있는 집이었지만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욕조. 욕조 수전을 틀면 무조건 흙탕물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아파트 수도 파이프 교체 공사 이후로 흙탕물부터 나오는 증세는 덜 해졌지만, 여전히 너무나 물 색이 (기분 탓인지) 탁해 보이고, 찝찝하고 더러워서 사용할 수가 없었다.

[2020.05.28] 세면대에서도 더러운 물이 나온 날. 더러운 부유물의 흔적...

 이렇게 더러운 물이 나올 수밖에 없는 원인이 있었다. 이 아파트의 바로 옆 공터와 오토바이로 약 3분 내 거리의 공터 땅을 뒤집고 있는 공사 현장을 목격하였는데, 쓰레기가 어마어마하게 매립되어 있었다. 어렸을 때 보았던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를 연상시키는 어마어마한 쓰레기 매립지가 내가 사는 곳 정말 바로 옆에 있었던 것이다. 수도관에서 기생충 벌레가 충분히 기어 나올 법 하고, 바선생이 유난히 자주 출몰했던 것도 납득이 된다.


2. 수돗물 약품 냄새가 너무 강해요

 충분한 정보 없이 빠른 시간 내에 결정한 두 번째 아파트에서 참담한 실패를 맛보고, 세 번째 주거지는 독하게 구하기로 마음먹었다. 약 2개월 전부터 발품 팔아가며 4개의 부동산 업체와 수많은 미팅, 계약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골치 아프면서도 꼼꼼한 과정을 통해, 이제 막 지어진 호치민시티 가장 최신식의 최고급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신규 아파트 첫 입주자이기 때문에 집 안을 비롯한 아파트의 모든 시설이 새 것이고 깨끗하게만 느껴진다. 물도 흙탕물 한 번 없이 깨끗하다. 하지만 사이공 수도 정화시스템의 특징인 것일까? 최고급 새 아파트의 수돗물에서도 강한 약품 냄새가 난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첫 번째 아파트에서는 베트남살이 초보였기 때문에 약품 냄새가 나도 무감각하게 지나갔었던 것 같다. 하지만 두 번째 아파트에서는 물에서 약품 냄새가 강하게 나는 날에는 양치할 때 생수로 입을 헹궜다. 그때부터 연수기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꼈고, 그래서 세 번째 아파트 이사 오자마자 연수기 설치부터 바로 진행을 했다.


3. 수돗물 약품 냄새가 걱정되는 예민 보스에게 딱 좋은 슬기로운 연수기 생활

 연수기 업체는 베트남 한인 커뮤니티에서 가장 유명한 퓨**로 선택했다. 19년도에 하노이 독극물 유출 사태가 발생했었는데, 이때 퓨**을 설치한 가정에서는 독극물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객관적인 수질 검사 결과서를 퓨** 관계자분이 직접 카페에 올린 글을 보고 결정했다.

 브랜드 이름은 생소하지만, 네이버 카페 <베맘모> 후기나 여러 글을 찾아보았을 때 베트남 수질에 관한 전문성 하나만큼은 믿을만한 브랜드인 것 같다.


 연수기는 1~3단으로 설치가 가능한데, 보통 주방에는 3단, 샤워기와 세면대는 1~2단으로 선택, 세탁기는 1단으로 설치한다. 1단(PE필터)은 녹물, 부유물 및 복통 설사를 일으키는 세균과 미생물을 걸러주고, 여기에 AC카본필터가 추가되는 것이 2단 필터이다. 2단 필터(AC카본필터)는 화학성분 및 냄새를 잡아주는 기능이 가능하다. 그리고 RE필터까지 추가되는 것이 3단 필터인데, 2단까지 설치되는 세면대와 달리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필터링해 주기 때문에 과일, 야채 등의 식재료 손질 시 마음껏 이 물을 사용해도 무관하다. 다만, 식수로는 사용 불가능하니 정수기 별도 설치가 꼭 필요하다.

주방 언더싱크 3단 필터 설치 모습

 세면대와 샤워기는 1단만 해도 충분히 무리 없이 사용 가능하다고는 한다. 하지만 한국인 사장님 왈, 어린 자녀가 있거나 아토피와 같이 민감한 피부면 2단으로 설치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한다. 가격도 그렇게 많이 차이 나지 않고, 이왕이면 더 안전한 물을 쓰고 싶어서 2단으로 정했다.

세면대 2단 필터 설치 모습

 확. 실. 히! 연수기로 생활수 쓰는 곳곳 무장을 하고 나니 수돗물 약품 냄새가 나지 않는다. 다시 한국의 깨끗한 아리수 물 쓰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요리할 때 너무나 편해졌다. 그동안은 낑낑대며 5L짜리 무거운 생수로 모든 식재료를 세척하고 손질했었는데, 다시 한국에서처럼 싱크 수전에서 나오는 물로 마음껏 요리 재료 손질하니 너무나 행복하다. 이것이야 말로 소확행이다.

 

4. 연수기 설치 전, 유의사항

 연수기 설치 전 생각해 봐야 할 유의사항이 있다.

 첫 번째, 뜨거운 물 사용을 못 해도 괜찮은가? - 연수기를 설치하면 뜨거운 물 사용은 못한다. 싱크대는 물론이고 세면대에서도 뜨거운 물 사용은 불가능하다. 연수기 제품은 냉수배관에만 연결이 되는데, 그 이유는 온수 쪽은 온도가 너무 높아서 필터와 연결 부품에 변형이 와서 연수기가 터지면서 화상과 같은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면대 온수 사용 시에는 필터링되지 않은 물이 나온다.)

 다만, 샤워기는 온수와 냉수가 합쳐진 다음에 필터를 통과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연수기가 있어도 온수 사용이 안전하게 가능하다고 한다.


 두 번째, 필터 교체 및 예산 - 연수기 생활을 시작한다면 정기적으로 필터를 교체하는 일과 그로 인한 가계지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연수기 설치 개수 및 정수기 설치 유무에 따라 집집마다 예산은 달라질 수 있으니, 미리 고려해서 계획적으로 지출하는 것도 현명할 것 같다. 참고로 우리 집은 물을 가장 많이 쓰는 안방 화장실과 부엌, 세탁기에만 설치했고, 다른 방 화장실은 손만 씻을 용도이니 연수기 설치 없이 샤워기에 JAJU 비타민 필터만 조립해 놓았다.

 연수기 최초 설치 가격과 연간 필터 교체 비용은 아래 표와 같다.

 

연수기 설치 가격(연수기만 설치 시, 설치비 30만동 추가)
연수기 필터 교체 비용(연수기 설치 개수와 교체주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

 PE필터는 3~4개월 주기로 교체가 필요한데, 4개월 꽉 채워 써도 이상은 없다 하여 AC, RE필터 교체주기인 4개월에 맞추어서 1년에 3번, 4개월마다 교체하는 것으로 구글 캘린더 알람을 맞춰놓았다.

 교체 시기가 되면 카톡으로 안내가 오지만, 그래도 내가 쓰고 마시는 물, 내가 직접 기억하고 미리 챙기자!


세 번째, 연수기 설치 위치 - 세면대와 주방 연수기는 배관 근처에 질서 정연하게 설치가 가능하지만, 샤워기 연수기와 세탁기 연수기는 미리 설치 위치를 생각해 놓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집을 관리하는 사람은 '나'이고, 물을 사용하는 사람도 '나'이니, 부피감이 있는 연수기의 자리를 어디에 하면 좋을지 내가 더 잘 알고 있다. 베트남 설치 기사는 이 집에서 샤워하는 것이 아니니, 어디에 연수기를 놓아야 쓰기에 불편함 없고 안정적인 위치인지 잘 알지 못한다.

 이 아파트의 샤워꼭지는 벽걸이(?) 타입으로 되어 있는데, 설치 기사님이 샤워기 연수기를 고정한답시고 샤워꼭지에 케이블 타이로 길~고 거추장스럽게 연결 해 놓았었다.(케이블 타이 때문에 샤워장이 순식간에 너무나 번잡스럽고 지저분해 보였었다.) 그러다 샤워를 하는 도중, 필터에 물이 가득 차 무거워진 연수기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샤워 꼭지가 순식간에 벽과 분리되면서 발등을 다치고, 연수기도 밑으로 떨어지면서 망가지고 난리가 났었다.

왼쪽- 빨간색 선처럼 케이블 타이가 길게 고정되어 있었다 / 오른쪽 - 순식간에 샤워꼭지가 연수기와 함께 떨어져 버렸다

 우리 집에서만 재수 없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연수기 사용 도중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으면, 적당한 위치에 깔끔하게 설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시 말하지만, 베트남 설치 기사님을 너무 믿지 말자... 설치할 때 옆에서 일일이 참견하지 않으면 한국인의 깔끔한 마감 스타일과는 정말 거리가 멀게.. 아무렇게나 해 놓고 가는 곳이 바로 베트남이다...)

연수기가 엎어져도 리스크가 덜 한 바닥으로 연수기 위치를 바꾸었고, 케이블 타이도 지저분해 보이지 않도록 깔끔하게 아래쪽에만!


 중간에 어처구니없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연수기 설치는 정말 만족스럽다. 다른 환경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물 생활의 변화'로 우리 둘 다 피부가 다시 좋아졌다. 나의 주방도 다시 한국에서처럼 다양한 식재료 손질로 분주해졌다.

 그동안 왜 진작 설치하지 않았는지... 참 후회스럽다. 정수기까지는 아니어도 연수기는 베트남 생활의 필수품 중의 필수품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컨텐츠에 언급된 브랜드로부터 광고료 등을 일절 받지 않고 작성한 글입니다. 가독성을 위해 브랜드명을 전부 언급했었지만, 독자분들의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여 일부 브랜드명을 삭제,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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