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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시대의 베트남과 연휴

올해도 슬기로운 호치민 집콕 생활

베트남 코로나 상황은 좀 어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베트남에 체류 중인 외국인들의 비중이 순식간에 줄었다. 호치민 아파트의 수요를 책임져 주던 한국인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아파트 렌트 시장 가격이 30~40%가량 확 떨어졌다. 호치민에서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지인에 의하면, 배낭여행 여행자들로 붐비었던 현지 골목의 작은 호텔들은 하나둘씩 폐업을 했고, 호치민 시내에 위치한 5성급 글로벌 호텔의 객실 점유율도 고작 1% 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렇게 코로나19로 인해, 구매력 있는 해외 관광객의 유입이 중단되면서 베트남의 관광산업은 그야말로 직격타를 받고 있다.


1. 공산당국의 강력한 봉쇄조치 명령 : 지금부터 당장 문 닫아! 어기면 벌금 3억 동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으로 바이러스가 조금씩 이야기되면서, 1월 설 명절을 기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이 본격화되었다. 사망률과 확진자수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증가되면서, 2020년 4월 경에는 전 세계의 도시에서 고강도 거리두기 및 봉쇄 조치가 시행되었다. 베트남 역시 마찬가지였다. 2020년 3월 30일 오후에 발표된 베트남 공산당국의 강력한 봉쇄 명령으로 모든 가게(마트, 편의점은 제외)가 갑자기 문을 닫아야 했고, 4월 1일부터 호치민 시내에서 정기적으로 운행되는 모든 차량, 버스, 택시, 그랩 및 임대 차량은 운행이 금지되어 그야말로 강제적인 집콕 생활이 시작되었다. (참고- 개인 차량, 오토바이는 제외)

 이때 처음으로 겪어 본 봉쇄 명령은 베트남이 공산국가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했다. 왜냐하면 민주국가인 한국과 달리 정말 몇 시간 만에 '휴업 명령'과 '외부활동을 금하는 명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래 카톡은 봉쇄 조치 명령이 몇 시간 만에 결정되어 시행되던 바로 그 날의 대화이다.  

 2020년 3월 30일 치아 파절로 치과 예약을 하려고 했는데, 불과 반나절만에 공산당국의 휴업 공문이 내려와서 병원도 당장 다음날부터 휴진을 하게 되었다. 단골 헤어샵도 마찬가지였다. 헤어샵 원장님은 평소처럼 늦은 오후까지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손님이 들어오시더니 "여기 영업해도 돼요? 미용실 영업하지 말라고 공문 내려왔던데." 라며 갑작스러운 봉쇄 명령 조치를 알려줬다는 것이다.

 베트남 전국의 강력한 봉쇄 조치가 시행된 바로 첫날. 시끄럽던 도로가 뗏 연휴인 것 마냥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거실 창 밖으로 보이던 시멘트 공장도 멈췄다. 호치민 도시 전역이 정말 조용해졌다. 당국의 명령을 어기고 운영하다가 걸리면 벌금 3억 동(한화로 약 1,446만 원)이라 하니... 한국 돈으로 해도 벌금이 어마어마한데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더 크고 무섭게 느껴질까. 정말 울며 겨자 먹기로 시행 명령에 따라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2. 베트남 국경 검문소 폐쇄: 국경 문 닫아! 해외입국자 격리할 거임

 1월 뗏(설) 연휴 직후 중국, 일본(크루즈),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던 초기의 상황으로 더 돌아가 보자. 이때, 베트남 비자 발급에도 문제가 생겼었다. 우리는 2020년 2월에 캄보디아와 경계가 붙어 있는 목바이 국경으로 비자 런(비자 갱신)을 떠날 계획을 잡고 있었는데, 당국에서 허가된 초청장이 있음에도 목바이에서 재입국을 거절당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갑작스러운 안내를 받았다. 그래서 캄보디아 국경을 통해 비자를 갱신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호치민 내에서 할 수 있는 비자 연장으로 진행했다. 참고로 입출국 없이 할 수 있는 비자 연장은 기간도 더 짧게 나오고, 비용도 더 비싸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서 정말로 베트남과 국경을 맞닿은 라오스, 캄보디아, 중국의 국경이 모두 폐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에 계신 혹자들은 베트남의 이러한 고강도 초기 대응을 보며 '한국도 초기에 중국 입국자 다 막고 했어야 한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여 보자면, 베트남은 한국과 같이 선진 의료 시스템이 있는 나라가 아니다. 치료제도 없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베트남 전역에 퍼진다면 제대로 치료받지도 못하고 사망하는 사람들이 대거 발생할 것이고, 사회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 따라서 차라리 국경을 폐쇄하고 내수 시장에만 의지하는 것이 이 나라 실정에 맞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은 초기부터 강력하게 해외입국자 격리를 진행했었다. 당시 한국에서는 대구에서 확진자 수가 급증하던 시기였고, 따라서 베트남 입장에서는 대구·경북 발 한국인 입국자들이 가장 우려되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입국장에서 한국인 입국자들의 대구·경북 거주 여부를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로 판단한 사례가 접수되어 호치민 영사관에서 베트남 당국에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던 사건도 있었다.

 또한 호치민 단톡방에서는 격리소의 풍경이 실시간으로 화제가 되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건강한 사람도 더 아파질 것만 같은 열악한 시설 때문이었다. 대한민국 대사관과 호치민 총영사관은 시설격리가 아닌 자가격리해 줄 것을 베트남 당국에게 요청하였고, 그 결과 베트남 당국은 이런 결론을 내렸다. "너네 한국인들은 시설격리 열악해서 싫다며~ 4~5성급 호텔 격리로 해 줄테니까 대신 돈 많이 내삼."


3. 코로나19가 바꾼 주부생활 : 장보기용 오토바이를 처분하고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로!

 작년 4월, 베트남 당국의 고강도 봉쇄 명령으로 생필품 구매 활동 이외에는 밖으로 나가기 무서운 분위기가 가득하던 그때. 괜히 오토바이 타고 큰길 건너 한인타운으로 장을 보러 가다가 재수 없게 공안한테 '봉쇄 기간에 밖으로 돌아다녔다'라며 돈 뜯길 것 같아 장보기 방식을 변경했다. 장보기용 오토바이로 장기 렌트한 나의 정든 오토바이를 반납하기로 했고, 아쉬운 대로 동네 VinMart와 거의 과자류만 가득한 구멍가게 수준의 한인마트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2020년 3월 31일 동네 Vinmart. 코로나 전에도 종종 비어있을 때가 있어서 사재기의 느낌은 그다지...
락다운으로 오토바이 렌탈샵도 강제 휴업. 4월 20일이 되어서야 반납할 수 있었다.

 다행인 것은 코로나로 인해 베트남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배달 서비스가 더욱더 강화되었다. Grab 어플에는 Mart 탭이 눈에  보이는 위치로 옮겨졌다.  시기 호치민에 새롭게 론칭된 한국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 '*마켓' '마켓사**' 손가락 터치만으로 한국 식재료  생필품 구매를 가능하게  주었다. (참고- 베트남 롯데마트와 이마트, VinMart 배송 어플이 있지만 상품 퀄리티나 배송 서비스의 단점이 커서 만족하기 어려웠음.)

 배달 포장이 가능한 레스토랑 가짓수도 늘어났다. 레스토랑의 경우 배달 서비스를 하지 못하면 장사를 접어야 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전이라면 배달 서비스는 상상도 못 할 스테이크와 랍스터, 한정식을 마음껏 주문 배달할 수 있으니 오히려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더 기름지게 잘 먹고 지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2020년 4월 락다운 기간 테이블이 모두 사라진 별다방. 딜리버리와 픽업만 가능


4. 베트남 전국 봉쇄 명령 1년 후 : 다시 4월 말 황금연휴를 앞두고

 2020년 4월 시행되었던 베트남 전국적인 봉쇄 명령은 기존 예정됐던 15일에서 22일까지로 연장되었고, 지역에 따라 30일까지 연장된 곳도 있었다. 또한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 마을, 아파트 별로 봉쇄 조치가 되었다가 풀렸다가 하는 일이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불과 세 달 전, 우리 앞 동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여 코호트 조치가 취해졌었고, 작년에 지냈던 아파트 역시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마다 해당 건물만 잠시 코호트 조치 되었었다.

 현재 한국에서는 백신 접종과 봄 나들이 철로 인해 거리두기 및 마스크 착용이 조금 느슨 해 지고 있다고 들었다. 베트남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이 해이해 진 것 같다. 현재 호치민시에서는 노래방, 클럽을 포함한 모든 상업적 시설이 정상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그랩 기사 몇몇은 뒤에 손님을 태우고 있음에도 마스크 착용을 전혀 하지 않기도 하고, 이 집 저 집 수리를 하러 오는 인부들도 마스크 착용 없이 방문하여 우리와 방역수칙 준수 없이 대화를 한다. 헬스장에서도 마스크 착용 없이 편하게 숨 쉬며 운동을 하고, 모임에 있어서 인원 제한도 없고,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어도 벌금을 내지 않는다. 현재 분위기는 마치 코로나가 끝난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여전히 해외입국자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인해 격리 호텔 근무자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베트남은 코로나 발생 초기에 전국적인 봉쇄 명령과 국경 폐쇄로 코로나 방역에 성공한 나라로 손꼽히지만, 백신 확보에 실패한 나라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난달 호치민 한인회 공식 보도에 따르면, Le Truong Duy 호치민시외교부 부국장은 호치민 한인회와의 공식 미팅에서 "한국교민 백신접종을 위해 가능한 노력을 다하겠지만, 백신 수입이 가장 큰 관건이며, 수입물량 확보를 위해 베트남에서 기업과 개인들로부터 비용 후원행사가 전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호치민 한인회에 의하면 한국 정부 역시 해외 교민에게 지원할 수 있는 백신은 없다고 답변한 상태이다.

 이렇게 좀처럼 알 수 없는, 완전한 종식이 선언되지 않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 사태 속에서, 또다시 나는 베트남의 4월 말 황금연휴를 앞두고 있다. 베트남 중부 휴양 도시 Qui Nhơn(꾸이년)에 살고 있는 아일랜드-베트남 커플이 계속 우리 보고 놀러 오라고 하고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아직 백신 접종 없이, 그리고 베트남의 열악한 병원 시스템을 고려했을 때, 아직은 지역 간 놀러 다닐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베트남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는 것이 더 무섭다.)

 사실 '왜 나만 몇 년째 호치민 집콕을 하고 있는 것 같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코로나 사태 이 전에는 옆 옆 나라 태국도 잘 놀러 갔고, 여기저기 밖으로 잘 다녔다. 2020년에는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하노이에 놀러 갈 분명한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가고 싶은 여행 못 가고, 하고 싶은 외부 활동에 제한이 있는 시기이다. 한국에서 고생하고 계신 부모님들을 생각했을 때, 지금 내 욕심에 놀러 다니는 건 아닌 것 같다. 이스라엘의 사례를 보았을 때, 가까운 미래에 코로나 종식의 희망은 있다.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었을 때 참아왔던 것들 다 하면 된다. 무엇보다 나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집 밖에만 나가도 여행의 기분을 찾을 수 있다. 이렇게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함께, 나는 2021년의 노동절 연휴도 슬기로운 집콕 생활로 재밌게 보낼 계획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이국적인 하늘 풍경. 코로나 시대에 해외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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