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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치킨 배달이 중단되면 생기는 일 (3)

베트남 호찌민시 코로나19 생존 기록

사상 최초 하루 확진자 3,000명 이상 발생과 65세 고령인구 백신 접종 신청 시작

 집안의 재고가 떨어지지 않게 '배송지연을 감안하여' 주문하는 것도 익숙해질 무렵, 7월 17일 베트남에서 코로나 치료 중 사망한 한국인이 사망 당일 화장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호찌민 영사관 공지에 따르면 베트남 법령 상 코로나19 환자 사망 시 24시간 내에 화장하게 되어 있어서 사망 당일 화장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영사관에 연락도 없이, 가족의 동의 없이 이러는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코로나 팬데믹에 베트남이라는 제3세계에 산다는 것이 갑자기 무서워졌다. 이 사건 이후 호찌민 한인회에서는 1:1 긴급 상담 채널을 오픈하여 도움을 주고 있다. 총영사관에서도 코로나 확진 교민 파악과 지원을 위해 더 많이 힘쓰고 있는 것 같아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7월 22일에는 베트남 하루 확진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3,000명이 넘게 집계되었다. 이날은 *Bluezone 공식 집계도 저녁 시간까지 나오지 않을 정도였고 호찌민시에서만 1,78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참고: Bluezone 어플은 베트남 정부에서 공식 승인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알림’ 어플이다. 블루투스 설정을 해 놓으면 근처에 확진자가 발생 시 알람이 울리는 기능이 있다.)

7일 간 호찌민시 전역 소독이 실시되었으며 65세 노인들의 백신 접종 신청이 시작되었다. 백신 접종은 내국인과 외국인 차별 없이 신청 가능하지만 접종 우선순위 대상자가 정해져 있다. 베트남 백신 접종 사이트가 베트남어로만 되어 있기 때문에 한인회에서는 교민들을 위한 신청 대행 사이트를 오픈했다. 우리 아파트를 포함한 몇몇의 아파트에서도 백신 접종 신청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정부의 코로나19 확진자 알림 어플 Bluezone의 7월 22일 리포트 캡쳐 화면. 호찌민시의 하루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3,000명이 넘었다.

 다음날 23일에는 호찌민시에서만 3,30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변이 바이러스의 막강한 전파력에 16호 지시령은 8월 1일까지 8일 더 연장되었다. 이 날 호찌민시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은 '2주 간의 16호 지시령 수행 실적 평가 회의'에서 사회격리 연장과 함께 더욱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는 발표를 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격리 구역 내에서는 일명 '쇼핑 표', '쇼핑 바우처', '장보기 티켓' 등으로 불리는 표를 발급하여 주 2회 장보기 외출만 허용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리고 7월 25일 여전히 코로나 집콕 상황이지만 그나마 도쿄 올림픽으로 즐거운 일요일 저녁, 충격적인 공지 메일을 받았다. 당장 내일 월요일부터 호찌민시 전역에 통금을 적용한다는 것이었다. 저녁 6시부터 다음 날 아침 6시까지 호찌민시 내 통행이 전부 금지된다. 식재료 배송 직원도 얄짤 없이 적용된다. 그래서 샤*마켓과 마**이공은 또 한 번 난리가 났다. 직원들이 물건을 전달하고, 대금 결제하고, 다시 복귀해서 숙소로 돌아가는 것까지 모두 감안하여 배송 시간이 단축되었다. 이미 예약되었던 저녁 6시 이후 주문들도 갑작스럽게 배송 시간이 변경되었다. 7월 26일 저녁, 발코니 밖을 내다보니 저녁 6시가 되자마자 공안들이 길을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모조리 잡고 있었다.   

6시가 되자마자 2군 인민위원회 앞에서 공안들이 통행차량을 모두 잡고 있다. 7월의 호찌민시는 강력한 통행금지 적용 중.


계속되는 숨어있는 확진자 찾기와 '주 2회 장보기 외출증' 발행까지... 8월에는 완화될까?

 그리고 7월 29일. 드디어 우리에게도 올 것이 왔다. 며칠 전 아파트 공지 메일로 사전 안내가 있긴 했는데, 이렇게 진짜로 갑작스럽게 코로나 검사를 하게 될지는 몰랐다. 7월 초 인근 학교에서의 자발적인 선제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었을까? 아파트 공지에 따르면 투득시 인민위원회 [Uỷ Ban Nhân Dân (UBND) TP.Thủ Đức]에서 투득시의 거주지역과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선제 검사 지시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이번에도 강제성은 없어 보였다. 자발적인 신청자에 한해서만 검사를 진행하는 듯했다. 다만 만약에라도 코로나 확진 시, 베트남 정부의 코로나 예방·방역 활동에 협조하지 않았던 것이 밝혀지면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고 해서 이번에는 검사 신청을 했다. 아파트 MO에서는 주민들 중에 의료/간호 전문 도움을 줄 수 있는 봉사자를 모집했고, 늦은 저녁 시간에 다음날로 급하게 결정된 코로나 검사 일정을 공지해 주었다. 코로나 검사는 아파트 G층 넓게 텅 빈 주차장에 마련된 진료소에서 진행이 되었다. 오로지 우리 아파트 4개 동 주민들과 아파트 직원들만 이곳에서 선제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코 안을 넘어 뇌까지 훅 들어오는 것 같은 면봉의 찌릿한 아픔은 그날 내내 느껴졌다. 우리 아파트에서 진행했던 코로나 검사는 결과가 30분 만에 나오는 신속검사였고, 30분 지나도록 아무 연락이 없어서 긍정적으로 마음 편히 있었다. (사실은 올림픽 덕분에 걱정 없이 잊고 있었다.) 이 날 저녁, 아파트 공지 메일로 오늘 검사의 전체 결과가 공개되었다. 우리 동과 바로 옆 동에서 각각 1명씩, 총 2명의 입주민에게서 양성 반응이 나왔고 나머지 입주민들과 직원들 모두 정상으로 나왔다.

코로나 선제검사 받으러 가는 길. 저 멀리 방호복 입은 사람들이 보인다.

 이렇게 코로나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베트남 정부와 시민 모두 온갖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코로나 확진자 수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6호 지시령 종료일을 3일 앞두고 통금도 한 단계 더 강력해졌다. 일부 확진자 폭증 지역에서만 하고 있다는 '쇼핑 바우처 shopping vouchers'가 우리 동네를 비롯한 호찌민시 전역에 적용되었다. 리셉션에서 명단에 수기 작성을 하고 '쇼핑 바우처'라는 것을 받아 왔는데, 아날로그 느낌 강하게 나는 빨간색 도장이 찍힌 종이 조각이다.

호찌민시의 쇼핑 바우처. 우리동네는 주 3회 장보기 외출 가능하다. 월/목/일요일 오전 7시~11시, 오후 2시~4시에만 장보기 가능하다. 이외 시간에 나가면 벌금이다.

만약 한국이었더라면 스마트폰 앱 QR코드로 일괄적으로 발급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종이가 없으면 앞으로 마트, 시장에 절대로 갈 수 없다. 가족 중에 1명만 대표로 이름을 적을 수 있고, 쇼핑 바우처에 명시된 요일과 시간, 주소에 있는 마트에 가서 필요한 생필품을 사 올 수 있다. 통금도 있는 마당에 쇼핑 바우처까지 생겨서 외출에 대한 자유를 빼앗긴 기분이 크다. 마치 고등학교 자율학습시간에 외출증이 있어야 교문 밖을 나갈 수 있었던 것처럼, 나의 자유를 제한하는 '장보기 외출증' 같다. 있어야 아파트 대문 밖을 나갈 수 있다. 그럼 가족 중에 딱 1명을 제외하고는 아예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것인가? 같은 군 안에서의 이동은 보장되었었는데 이제는 Phường(한국 주소 체계에서 OO동 단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안에서만 있어야 하는 것인가? 인근 동네 은행 방문이 가능한 건가? 조금 더 구체적인 사용 방법 등이 나와야 누구의 이름을 쓸 것인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길어지는 락다운과 통행금지에 윗집 아이들의 뛰어다니는 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제발 예정대로 8월 2일부터는 한 단계만이라도 완화되었으면 좋겠다.

 악몽 같은 2021년의 7월의 마지막 주말이다. 이번 주말의 끝에 호찌민시에서 16호 지시령 연장 여부에 대해서 발표를 할 것이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관중석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팬들로 빼곡하게 꽉 차 있다. 얼마전 끝난 유로2020의 관중석도! 코로나 이 전의 삶을 찾아가는 유럽의 상황을 보고 있자니, 확진자 폭증으로 인한 베트남 정부의 강제적인 조치가 가혹하게 느껴진다. 자영업자의 생계와 시민들의 정신건강은 어떻게 되든 말든 집에서 나오지 못하게만 하면 되는 게 최선이란 말인가? 통금 시간이 되자마자 개 한마리 없이 조용해지는 동네 모습은 베트남 정부의 말을 강제적으로 따르는 베트남 국민들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봉쇄 반대 시위를 하는 다른 나라들과 다르게 말이다.

 물론 베트남의 의료 인프라, 정부 재정 상황 등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처럼  갖춰져 있지 때문에 의료시스템 붕괴를 우려한 베트남 정부의 강력한 억제정책은 어느 정도 이해해   있다. 하지만 한국 사람인 우리의 정서로는 한켠 우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8 호찌민시는 다시 자유를 찾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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