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주께 영광
Soli Deo Gloria! (오직 신께 영광을!)
S.D.G.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자신의 모든 곡 마지막에 이렇게 써 놓았다. 자신의 모든 재능과 노력은 모두 신께 영광을 돌린다는 뜻이다.
웨스트민스터 교리문답 제1번은 "사람의 제일 되는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답변은 "사람의 제일 되는 목적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과 그를 영원토록 즐거워하는 것이다."이다.
이것이 요즘 내가 골몰하는 문제다.
“왜 신은 도저히 당신을 찬양할 수 없는 상황의 인간에게서도 그토록 찬양받기를 원하는가? 그토록 찬양받기를 원하면 직접 찬양받을 만한 존재가 되어주면 안되는 것인가? 왜 당신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면서 모든 상황과 역경 속에서도 당신이 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 알라고 하는가? 정말 절망 속에서 자살하는 사람이 이토록 많은데, 도저히 희망의 빛이 보이지 않아서 스스로 삶을 등지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도대체 왜 그들의 삶에 빛이 되어주지 않는 것인가? 한낱 정부도 사람 살려보겠다고 복지정책, 지원정책을 골몰해서 만들어내고, 심지어 화폐로도 지급을 하는데, 도대체 신은 그 전지전능함으로 자살하는 사람 하나에게 오아시스가 되어주지 못하는 것인가?”
장차 어떠한 창조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하는 연단이라고? 잔인하다. 이집트에서 야훼만 믿고 탈출한 노예들은 대부분 연단이라는 이름으로 광야에서 40년 뺑뺑이 돌다가 꿈에 그리던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는 발도 못 붙이고 죽었다.
도대체 왜 그렇게도 잔인하고 무정한가. 죽음 이후의, 죽음 너머의 영생을 바라보라고? 그래서 빨리 이 땅에서의 시간을 끝내는건지도 모르겠다.
짧다면 짧은 몇십년의 인생이 영원한 생명을 좌우한다니. 이것도 너무하지 않나?
내가 이 땅에 온 지 40여 년 되었다. 스스로 개신교인이라고 부르고 당연하게 여겼다. 내 세계관도 그렇게 구축되었다. 그렇기에 더 밉다. 전지전능하신 분이 좀 행복하고 풍족한 삶을 거저 좀 주면 너무 손해보는 장사인가? 자식이라며? 아들이라며? 친구라며? 그렇게 깊은 관계를 내 인생 20~30대 내내 내 입으로 노래하는거 즐겨 들었잖수? 난 믿었다. 진짜 예수가 내 친구고, 하나님 아버지라고. 진심으로 믿었다.
그런데 내가 아빠가 되어보니 아버지는 그러면 안된다. 정말 그러면 안된다. 나도 좋은 아빠는 아니지만, 신은 정말 스스로 ‘아빠’라는 호칭은 그렇게 즐기면서... 그렇게 하면 안된다.
신앙을 멈추었다. 믿기를 멈추었다. 믿지도 안 믿지도 않는다. 난 당신이 누군지 모르겠다. 바흐만큼, 웨스트민스터 교리문답의 작성자들만큼 나는 당신을 알지 못한다.
알게 되면, 내가 아는 만큼 증언하고 살것이다. 어디서 주워 들은거 말고, 내가 경험한 당신에 대해 내 삶으로 증명하면서 살 것이다.
일단 신앙과 찬양과 예배를 멈춘다. 그리고 지켜본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고 예수의 초림을 기뻐하는 노래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솔직히 좀 역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