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워...
가을을 넘어 겨울로 가고 있다. 난로를 챙겨 들고 캠핑을 간다. 텐트를 피칭하고 등유를 가득 넣은 난로에 불을 지펴 텐트 한가운데 놓는다. 금세 훈훈한 공기가 텐트 안에 가득하지만, 죽지 않기 위해 상단에 하나, 하단에 하나 환기구를 열어놓는다. 그곳으로 찬 바람이 들어와 ‘어흠!’ 들어와 주인 행세를 하지만 이내 훈훈해져서 텐트 안에 녹아든다. 밥을 짓고 저녁을 해 먹는다. 불멍도 귀찮다. 식후에 난로 옆에 앉아 멍하니 앉아 있는다. 아래쪽에 내어둔 환기구로 고양이 머리통이 불쑥 들어와 눈이 마주쳤다. ‘참 예쁘게 생겼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고양이는 ‘앗! 쓰미마셍.’하고는 뒷걸음질 쳐서 나간다.
가장 큰 냄비를 골라 물을 가득 채우고 히비스커스 티백 하나를 퐁당 빠뜨린다. 난로 위에 얹어두면 잠자는 동안 가습기가 되겠지. 아! 일산화탄소 경보기도 잊으면 안 된다. 텐트 높은 곳에 어찌어찌 고정을 시켜놓고 그제야 안심을 하며 침낭으로 들어간다. 알람을 2시간 후로 맞춰놓고 잠에 든다.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알람이 울린다. 물이 얼마나 줄었는지, 기름이 얼마나 빨리 닳는지 보고 기상 시간까지 계산을 해서 조절을 한다. 가습기용 히비스커스차는 물이 너무 빨리 줄어들어서 그냥 난로 아래로 내려놓았다. 다시 잔다. 침낭 안이 방석핫팩으로 뜨끈뜨끈하여 목 뒤에 땀띠가 나게 생겼다. 너무 더워서 일어나 보니 고양이가 들어왔다가 나간 흔적이 있다. 새벽 5시. 일어나자. 화장실에 다녀와서 히비스커스를 다시 난로 위에 올려 데우고 랩탑을 꺼낸다. 밤새 배터리를 다 소진한 전등들을 모아들여 보조배터리에 연결한다.
그리고 드디어 실로 오랜만에 글을 쓴다.
삶이 소리를 내었다. 소리는 진동. 삶이 부들부들 떨어댔다. 그 파동이 겹치고 커져 파도가 되어 나를 뒤흔들어댔다. 환절기가 되면 계절성 우울이니 뭐니 해서 그러려니, 금방 지나가려니 했다. 모든 활동을 끊고 동굴 속으로 침잠했다. 내 동굴은 수직 모양으로 생겼다. 동굴이라기보다는 나락 또는 심연 같은 느낌이다. 매 번 들어갈 때마다 어떻게 나와야 할지 감도 잡을 수 없이 미끄러져 들어간다. 벽면은 모두 미끄덩. 그래서 기도를 한다. ‘부디 하루빨리 파도가 멈추게 해 주세요. 그리고 나를 꺼내주세요.’ 하지만 동굴 안에서 보는 바깥은 도무지 안전해지지 않는다. 어쩌면 영원히 파도가 치는 광폭한 세상일 수도... 겁쟁이인 나는 함부로 나갈 수가 없다.
아무리 동굴 속이라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그 일도 감당하기 어려워 헥헥 대는 40대 아저씨의 모습이 너무나 초라하고 비참하다. 어차피 기도는 안 들어주는 것.
내가 알아서 해야겠지.
아.. 시끄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