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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 HIP Oct 21. 2015

안녕 청춘에게

[Light view]

그러니까 이건 당신에게 하는 이야기야. 어느 날 어떤 어른에게 그런 질문을 받았지. “자네 꿈이 뭔가?” 똑같은 질문이었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런 류의 이야기였다고 생각해. 그래서 나는 그 질문에 평소에 하고 있던 생각을 내뱉었지. “제 꿈은 제가 운영하는 까페 한 구석에서 제 글을 쓰는 것입니다.” 나는 커피를 좋아하고, 내 글을 좋아하니까, 그리고 그런 공간을 가지는 것이 내 꿈이니까 그렇게 말했어. 그러니까 그 어른은 피식 웃으면서 그러더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 그건 꿈이라는 것과는 조금 다른 거야. 그건 단지 네가 그리고 있는 이미지에 지나지 않아.” 그 어른의 표정이 너무 확신에 차 있어서 나는 속으로 기가 찼지. 근데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어. 왜냐면 아무 의미가 없었거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내가 뭐라고 해봤자 그의 진심에는 닿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웃겨. 꿈이라는 게 뭔데? 그러니까 내 대답의 최종적인 목적지는 나의 행복이라는 얘기였는데, 그걸 꿈으로 가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인가? 아니면 가져서는 안 된다는 건가? 문득 지난번에 본 영화 <장수상회>에서 나온 대사 한 구절이 생각난다. “살아있는 동안만 행복했음 좋겠어요. 좋은 생각 좋은 얘기만 해요.” 그래, 살아있는 그 시간은 행복하기만 해도 짧은 시간인데 내가 내 꿈을 그런 사람들 때문에 변경할 이유는 없지. 그래서 다시 마음 한 켠에 다시 쓴다. 나의 꿈은 행복. 


사실 꿈이란 것이 어떤 직업군이 아니어도 되는 거잖아? 누군가는 평생 그림을 그리고 싶을 수도 있는 거고, 누군가에게는 가정을 꾸리는 것이 될 수도 있겠지. 그게 굳이 특정 직업군일 필요는 없어. 근데 최근에 어디선가 그런 얘기를 들었다? 요새 아이들의 꿈은 건물주가 되는 거래. 조금 슬프더라. 내 세대가 직업군을 꿈으로 가졌던 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최근까지 상상하던 내 꿈의 실질적인 어떤 형태는 어느 한적한 시골집, 안락의자 위의 독서, 나만의 서재였어. 물론 아직까지 유효해! 다만 덜 한적한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장소를 까페로 바꿔본 것뿐이지. 사실 이제까지 내가 꿈꾸던 공간은 나와 내 가족이 쉴 공간이라는 생각밖에는 없었어. 최근에야 다른 사람들도 쉴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뭐 그런 곳에서 맥주도 한 잔 하고, 커피도 한 잔 하면 좋겠지. 가끔 누군가의 고민도 들어주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들어주고 그렇게 사는 삶도 괜찮지 않아? 만약 내가 그런 장소를 만들면 그 곳에 한 번 놀러 와도 괜찮아. 아, 물론 음료 한 잔은 유료야. 뭐 물장사로 떼돈을 벌겠다 그런 건 아니고, 당신 다음 사람이 마실 음료는 여전히 신선했으면 해서. 아마 당신 전 사람도 당신의 신선한 음료를 위해서 음료를 한 잔 마셨을 거야. 계속 유지된다면 내 까페에서는 누구나 신선한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되겠지. 그렇게 신선한 음료, 신선한 이야기가 계속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소소한 행복으로 가득 찬 일상. 그게 내 꿈이야.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어쨌거나 내가 사는 인생이잖아? 내가 행복한 게 최고라고 생각해. 일을 하던 다른 활동을 하던 내가 재밌지 않다면 그 어떤 일에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잘 생각해 봐. 당신의 삶은 행복한지, 재미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어떤 다른 조건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당신 마음 한 켠은 항상 비어있을 거야. 단지 물질적인 것들이 꿈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 당신은 청춘이고, 앞으로도 그럴 거고, 행복할 가치가 있으니까! 아무도 당신의 그런 삶을 괜찮다고 해주지 않았다면, 내가 이야기해줄게. 당신의 행복한 삶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아참, 그 어른 있잖아? 다시 한 번 꿈 얘기가 나왔을 때는 자신의 꿈은 도시를 떠나서 사는 거라고 얘기하더라. 나한테 한 얘기는 다 까맣게 잊고 그렇게. 그런 어른들에게는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자신의 꿈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꿈도 소중하다고, 그 꿈의 무게를 함부로 단정 짓지 말라고. 어른이 되면 다 그런걸까? 나이 어린 사람들이라고 무시하는 경향, 그들의 꿈을 가볍게 생각한 경향. 물론 그렇지 않은 어른들이 더 많을 거라고 아직 믿고 싶지만, 가끔 그런 어른을 보게 되면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생각마저 들곤 해. 나이가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당신은 그런 어른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내가 얘기했던 어른들에 가까워지면 언제고 나를 잡아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 하는 거야. 당신이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어때 당신은 행복해질 준비가 되어 있어? 당신의 꿈은 뭐야? 혹시라도 늦었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에게 한 문장을 소개해줄게. 

순수함을 잃었다고 꿈까지 잃어버릴 필요는 없다. 

다시 꿈을 꾸게 되는 그 순간, 우리는 청춘이다.
- 조선진, 「반짝반짝 나의 서른」 


당신은 여전히, 앞으로도 청춘이야. 오늘은 당신의 행복을 꿈꿔보는 건 어떨까?
안녕, 청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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