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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고인 김종섭 Feb 16. 2022

KBS에서 마지막 방송을 마치며



1년간 출연한 코너의 마지막 방송을 마쳤다. 1년 전 아침마당에 출연한 후 KBS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음악과 음악 사이>라는 코너인데 고정 코너를 맡아달라는 요청이었다. 의아했다. ‘음악 프로에서 왜 광고인을?’했다. 그럼에도 ‘광고를 안 했다면 음악을 했을 거야'라고 스스로 굳게 믿고 있기에 출연을 결심했다.


나는 광고할 여력도 되지 않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코너를 맡았다. 광고가 필요한 소상공인 분들이 코너에 질문을 남기면 내가 즉석 해서 아이디어를 주는 코너였다. 나름 쫄깃했다. 생방송에다 질문을 받으면 노래 한 곡 틀어주고 나는 3분 만에 즉석 아이디어를 말해줘야 했다. 


사과 시장이 너무 치열하다는 농장 주인께는 ‘다른 사과와 경쟁하지 말라’는 조언을 드렸다. ‘사과’를 반으로 잘라 ‘이과’라는 새로운 과일로 팔아라는 조언을 드렸다. 황당하지만 노래 한 곡 나가는 사이에 생각한 아이디어 치고는 꽤 괜찮을 것들이 있었다.


1년간 더듬거리는 나의 말을 받아주신 황진 아나운서님께서 오늘이 김 소장의 마지막 방송이라 멘트 하셨다. 고작 1년 동안 방송한 게 뭐라고 섬섬한 마음이 들었다. 아나운서님의 말을 받아 나도 마지막 멘트를 이어갔다. 말을 하는 동안 매주 수요일마다 나를 반겨주신 KBS 사람들이 떠올랐다.


얼굴 좀 외워주셨으면 했는데 끝까지 나의 방문 목적을 물어봐주신 경비원 아저씨,

항상 조금 오버하시며 반갑게 아는 척해주신 데스크 아가씨,

방송 전 늘 카누 한 봉지와 종이컵 하나를 내어주신 작가님,


마지막 멘트를 하며 모든 것들이 기억났다. ‘오늘 조금 더 좋은 노래를 선곡할걸' ‘소상공인 분들께 이런 이야기를 더 해드릴걸'하는 후회들도 밀려왔다. 어쨌든 그런 기억들을 잊어버리려 방송실에서 나왔다. 데스크 직원분께도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수요일은 전쟁터 같은 날들의 중간이었다. 빡빡한 광고주 미팅으로 지쳐있다가도 방송국에 가면 힘이 났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어서 좋았다. 왠지 내가 다방의 DJ가 된 것처럼 말이다. 방송국의 최고급 사운드 음질로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듣는 호사를 누렸다. 광고 이야기는 덤이었다. 


생방송은 막을 내렸지만, 글은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계속 공유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광고할 여력도 되지 않는 소상공인을 위한 방법도 찾아봐야겠다. 생방송은 끝났지만 또 다른 생방송이 시작되겠지라는 마음으로 다시 가방을 매어 본다.

- 생방 중 떨릴 때며 밖에서 지키고 계신 이 세분의 얼굴을 쳐다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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